찐득하게 녹아내린 초콜릿, 보들보들하게 부푼 마시멜로, 설탕을 듬뿍 넣어 달달한 밀크티. 

온갖 디저트를 늘어놓아도 제일 달콤한 건 하나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당신



달아요

(150509 #동방신기_전력_60분, 키워드 '사진')






“우리 창민이는 손도 작지.”



그러면서 덥썩, 망설임도 없이 손을 잡고 마음껏 조물락거린다. 주변 갤러리들의 시선따위 알게 뭐람, 하는 저 자연스러운 태도. 오히려 보는 사람들이 민망해져서, 잔뜩 신경쓰는 주제에 신경 안 쓰는 척을 하고 있다. 오늘 목소리가 아주 유연하네, 오늘 춤이 아주 탁 트였네. 으음, 다들 주어랑 목적어가 바뀐 대화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더 민망하니까 그냥 티를 내요 댄서 형님들….



“어렸을 때도 작았는데, 키는 쑥쑥 크면서 어떻게 손은 또 이렇게 하나도 안 컸을까, 창민이는. 으응, 싫다고 하는 거 아니야. 귀여워서 그래.”



그러면서 윤호는, 아까부터 빠져나가려고 바둥거리던 손을 잡아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춘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주변사람들은 난 아무 것도 못봤다, 못봤다, 못봤다고 최면을 거는 듯 삐꺽삐꺽 움직인다. 누가봐도 나 지금 연기하고 있어요 – 라는 투로(“아, 나 그러고 보니 아래층에 볼일이 있었던 것 같아.” “아하하, 우연이네, 나는 위층에 볼일이 있는데.” “같이 나갈까?” “그럴까? 하.하.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는게 느껴진다. 부끄러워 죽겠는데도, 주변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다. 손에 입을 맞춘 윤호는 입술을 떼지 않은 그대로 혀로 손금을 한 번 날름 핥아 올린다. 그 뜨끈하고도 야릇한 감촉에 바르르 떨자 윤호가 쿡쿡 웃는 숨결이 손에 닿아왔다. 창민이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손으로 윤호의 볼을 감쌌다. 자연스럽게 얼굴을 들어올려 이마를 딱 소리가 나게 부딪쳤다. 어쭈, 심창민. 형 아프라고 요게. 



“쪽팔리단 말이야. 나중에 형들, 나한테 너네 닭살 좀 작작 떨라고 또 놀려댈걸.”

“놀리라지. 자기들도 애인 생겨보면 알 텐데 말야.”



솔로의 질투는 나빠 – 라고 바깥 형님들만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솔로들에게 한 대 맞을 소리를 거리낌 없이 하며 윤호는 싱긋 웃었다. 흰자와 검은자가 선명한 눈을 휙 감아올리며 웃는 웃음은 끙끙거리고 고민하고 있던 게 휙 날아갈 만큼 시원하고 상큼해서, 창민이는 또 어쩔 수 없이 따라 웃었다. 정말이지, 형은 어려운 걸 하나도 어렵지 않게 만든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신경 쓰는 창민이와는 정반대로. 



타고난 성격도 호방하기보다는 섬세한 것에 가까웠던 창민이는 갑작스럽게 연예계로 진로가 잡히며 한층 더 예민하게 변했다. 도시에 살던 사람이 정글 오지에 떨어졌을 때 공포에 떨 듯, 제가 모르는 세계에서 갑자기 살아가야 한다는 건 창민이를 겁먹게 했으니까. 실수 한 번 한 번이 창민이에게는 너무 큰 무게라서, 노래하다가 실수한 날에는 혼내려던 매니저가 입도 뻥긋 못하고 오히려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위로할 정도로 펑펑 울어댔다. 삑사리를 냈던 것 자체가 몸이 좋지 않아서였는데, 그런 컨디션으로 펑펑 울어대선지 밤에 열이 엄청 올랐었다. 고열에 시달리던 창민이는 헛소리처럼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도 모르면서 죄송해요, 다음부턴 안 그럴게요. 를 반복하며 울었다. 그리고 대답 없이 울리던 그 말에, 누군가가 답을 해 주었다.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그럴 수도 있지. 시원스럽게 괜찮다고 창민이를 위로하며, 형은 창민이의 것보다 한참 큰 손으로 창민이의 뜨끈뜨끈 달아오른 이마를 짚어 주었다. 그 땐 아직 형도 미성년이었는데, 이상하게 형에게선 ‘어른’이 느껴졌다. 큼지막한 손도, 형의 몸에서 나는 어른스러운 시원한 향기도. 그리고 형의 널따란 품도. 널따란 품? 열에 들뜬 머리는 자신이 윤호 형에게 안겨 있다는 걸 뒤늦게야 인식했다. 형은 창민이를 안은 채로, 창민이가 안정될 때까지 한참을 등을 토닥여 주었다. 



너는 아직 어리니까, 조금 응석부려도 괜찮아. 



자기도 어리면서 –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한 창민이에게 윤호는 피식 웃었다. 너보다는 어른이야. 항상 내가 너보다는 2살 어른이야. 꼬맹아. 그 말마따나, 윤호는 언제나 창민이를 아이처럼 돌봤다. 리더의 역할이 멤버들을 돌보는 거라지만, 막내 너무 우쭈쭈해주다가 버릇 나빠진다 – 하고 주변에서 놀릴 정도로 한없이 예뻐해 줘서. 가끔 시비가 걸리기도 했다. 누가 보면 동방신기 리더랑 막내는 친형제 관계인 줄 알겠어? 윤호는 우습지도 않게 태연하게 시비를 넘겼다. 에이, 친형제였으면 이렇게 안했죠. 우리 창민이라서 이렇게 해 주는 건데. 그러면서 그새 시비에 긴장한 창민이 머리를 한 번 손으로 쓰다듬어주고. 



“우리 창민이는 이렇게 마음 약해서 어떡하니. 또 울려고 그랬지?”

“아니거드은.”

“아무래도 형이 계속 보살펴줘야겠다, 그지?”



구몬은 다 풀었어? 정말 별거 아닌 거까지 다 챙기는 윤호나, 또 물어본다고 고개를 꼬닥꼬닥하는 창민이나. 주변에선 그냥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친동기 지간도 저렇게는 안하겠다. 아니 사이좋게 지내는 거니까 보기 훈훈한 장면이긴 한데, 왜 이렇게 보고 있으면 내가 민망해지는지 모르겠네. 그래도 주변 스태프들은, 그게 차라리 자제하는 풍경인 걸 몰랐다. 



그러니까, 그건 정말 양호한 풍경이었다. 둘이 사귀고 나서에 비하면. 




*



두 사람이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만큼, 여러 일이 있었다. 창민이가 사춘기를 겪으며 그 좋았던 둘이 싸운 적도 있고. 언제까지 애로 있어서는 형과 같아질 수 없다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던 창민이는 형을 외면한 채 방을 독립해서 나왔고(숙소 독립은 불가능했다) 윤호는 창민이가 다른 방을 쓰는 것에 화를 냈고. 창민이는 잘해보자고 하는 건데 왜 형이 화를 내나 서운해 했고. 좀 삐딱한 반항기의 창민이마저도 윤호는 우쭈쭈하려 들었고 창민이는 이제 애 취급 하지 말라고 울먹거렸고 뭐 그런 사소한 싸움이 몇 번 반복되던 와중에 둘의 싸움 이상으로 큰 폭탄이 터졌고. 둘은 다시 같은 방이 되었다. 



고요하니 서늘한 기운까지 감도는 숙소에서, 처음으로 창민이가 먼저 윤호의 방문을 두드렸다. 형, 같이 자도 돼? 윤호는 거절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윤호에게 이 어린 동생 – 언젠가 윤호가 창민이에게 직접 말했듯, 영원히 창민이는 윤호에게 동생이었다. 두 살 어린, 동생 – 의 부탁을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넓은 침대 한쪽에는 윤호, 반대쪽에는 창민이가 누웠다. 방안은 고요해서 두 사람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창민이가 윤호의 쪽으로 몸을 굴려왔다. 그리고는 윤호를 끌어안았다. 윤호에 비하면 한참 좁은 그 품에서, 윤호는 심장소리를 들었다. 동당동당 뛰는 심장 소리는 너무 빨라서, 그 소리의 주인이 얼마나 긴장해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잔뜩 긴장한 주제에 창민이는 아무것도 아닌 마냥 윤호에게 속삭였다. 그 언젠가, 아팠던 어린 동생에게 아무렇지 않다고 위로해줬던 두 살 많은 형처럼. 



울어도 돼, 형. 

형도 응석 부려도 괜찮아. 나잖아. 창민이잖아. 



언제 이렇게 컸을까. 우리 창민이. 근데 이렇게 어리네. 왜 울어도 된다면서 네가 울어버리고 그래. 땀인지 눈물인지, 습기를 머금은 입술을 머금고. 심장소리, 시계 초침 소리가 천둥같이 울려퍼지는 그 고요한 방에서 둘은 서로를 한참이나 토닥여주었다. 다음날부터, 둘은 더 열심히 연습했다. 너네 둘이, 괜찮겠다. 한 번 무대 해 보자. 라고 프로듀서의 말이 떨어질 때까지. 호들갑을 떨며 기뻐하는 대신 둘 다 씩 웃기만 했다. 그리고는 숙소로 돌아와 또 둘이 함께 같은 방에서, 같은 침대에서 잤다. 창민이는 코알라처럼 형에게 달라붙었고, 윤호는 그걸 기껍게 받아들였다. 이렇게나 애인데, 왜 애가 아니라 그래. 윤호는 장난끼가 샘솟아 괜히 자는 창민이의 볼을 찌르며 그렇게 말했고 비몽사몽간에 창민이는 잠꼬대처럼 답했다. 



“내가아, 애며언.”

“그래, 그래.”

“뽀뽀하며언 안 된대애.”



그 말만 하고 다시 넋을 놓고 잠든 창민이를 보며, 윤호는 한참 말도 없이 입을 뻐끔거리다가. 아주 시원스럽게 또 웃어버렸다. 정말, 정말 우리 창민이는 뭘 믿고 이렇게 예쁜걸까. 윤호는 그 날 밤의 잠꼬대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같이 연습을 하고, 같이 컴백을 하고, 1위를 하고… 그 동안 내내 창민이를 예뻐하고. 변한 것은 없는 것 같았다. 일본에서 투어가 끝날 때까지. 마지막 공연 날이었다. 레드오션이 화이트오션으로 바뀌는 이벤트까지를 보고, 완전히 기진맥진했지만 벅찬 감정을 추스르지도 못한 상태의 창민이의 뺨에, 마찬가지로 무대에서 눈물까지 보일 정도로 감격해 있던 지친 상태의 윤호가 쪽 하고 입맞춤을 했다. 언제나처럼 주변에서 니들 작작 좀 해라! 라고 야유가 날아왔다. 그럼 나가서 할게요, 라고 윤호가 자연스럽게 웃으며 창민이를 밖으로 끌어냈다. 둘이서 대규모의 투어를 성공적으로 끝낸 감동을 짐작해서인지, 방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 봄기운이 그득 남아있는 시기,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따뜻한 밤하늘 아래서 윤호는 제가 데리고 나온 창민이에게 다시 입맞춤을 했다. 이번엔 뺨이 아니라 입술이었다. 



“사귀자, 창민아.”



사귀는 사이면 맘대로 뽀뽀해도 괜찮아. 라고 윤호는 또 창민이가 가슴 떨리게 좋아하는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창민이가 절대로 거절할 수 없게. 거절해도 받아주지도 않을 테지만. 윤호의 어린 창민이는 어린 창민이 그대로면 족했다. 무리하게 어른이 될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나는 형이고, 너는 동생이고. 둘이 함께인채로 쭉 행복해질 수 있는걸. 네가 어른이 되지 않아도 그냥 내 곁에 있는 것으로도 나는 충분해. 많은 힘을 얻어. 그냥, 네가 내 곁에 있는게 좋아. 그러니까, 



사귀자. 창민아. 

대답은.



창민이는 말하기 전 이미 대답을 알았다. 소리도 내지 않고 창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가 되지 못한 말 중에는, 나도, 나도 형이 그냥 내 곁에 있어서 좋아. 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그 말은 윤호에게 전해졌다. 말이 되지 않은 소리는 입술 안에 머금어졌다가, 진득한 키스를 통해 상대방의 입으로 넘어갔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던 그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



의외로 둘이 사귄다! 라는 반응을 접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라, 너네 이미 사귀던 사이 아니였어? 쪽이 절대 다수였다. 워낙에 윤호가 창민이를 물고 빨았어야지. 남자끼리 무슨 스킨십이에요, 하던 창민이는 윤호가 그래 물고 빨아도 익숙하다는 듯 태연한 반응만 보이고. 일관되게 그러면 모를까 또 남들이 볼라 치면 과할 정도로 얼굴을 붉히며 그런 거 하지 말아요오 – 하고 말리는 건지 더하라는 건지 모를 태도를 보이고. 그러면서 팬들이 보는 앞에선 신기할 정도로 서로 거리를 두고. 마치 뭘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쟤네 사귀나봐, 라고 정작 둘은 고백도 못한 상황에서 이미 주변은 결론 내려버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주변에선 설마 둘이 안 사귀고 있었고, 그래서 그 끈적한 스킨십도 사실 둘의 입장에선 자제하는 것이었으며, 기왕 사귀기로 한 이상 한층 스킨십이 에스컬레이트할 거란 건 예상치 못하고 있었기에 대단한 쇼크를 받았다. 



“여기 좀 봐, 창민아.”

“왜애.”

“내가 나랑 있을 땐 나만 보랬잖아.”



라던가.



“뉴욕 사진이다, 봐봐 창민아.”

“네에, 네.”

“이거 잘 나왔다, 앗, 이것도. 우리 창민이는 누구를 닮아서 이래 귀여워?”

“귀엽기는, 남잔데. 형이 더 잘 나왔다. 앗, 이것도. 이것도 잘생겼어.”



하면서 서로 잘났다고 닭털을 휘날리다 기어이 둘이 사진을 새로 찍겠다고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찾아오고. 



“폴라로이드 이거 어떻게 쓰는 거야?”

“여길 이렇게 열면 돼.”



카메라 보고 찰칵. 그 모든 과정을 보던 취재하러 온 잡지 에디터들은 훈훈한 풍경이라고 꺅꺅대지만. 매니저는 울컥 속이 쓰려옴을 느꼈다. 그렇네요, 참 훈훈하네요…. 뒤에 가서 훈훈하게 놀 것이지 망할 놈들. 아무리 사이좋은 콘셉트로 찍어주세요~라고 말했대지만 아주 정도도 모르고 이것들이! 그냥 붙여놓으면 저렇다 보니, 옆구리 시린 솔로들 불만도 장난이 아니다. 괜히 동방신기 댄서팀에서 커플들이 많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지. 저런 풍경을 매일 보고 살아야 하니 외로워 살겠냔 말이다. 나도 소개팅이나 받아볼까….




*



“달콤해.”

“뭐가?”

“너.”

“형은 무슨 맛이야?”

“직접 맛보면 되겠네.”


그 언젠가의 밤인 듯 둘은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 언젠가의 밤과는 다르게, 이제는 연인이었지만. 그 때보다 한층 힘을 주어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그리고 또 언젠가처럼 먼저 잠이 들어버린, 이제는 동생 아닌 연인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윤호는 반달처럼 둥글게 창민이가 좋아하는 눈웃음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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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캠은 사랑이에요..... 내가 뭘 써도 저 원작을 못 이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