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호와 심창민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 둘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백이면 백 같은 평가를 할 것이다.
둘은 사이좋은 형제라고.
사이좋은 형제
(150228 #동방신기_전력_60분)
사실 자세히 놓고 보면 좀 더 복잡한 관계다, 둘은. 성이 다른것만 봐도 그렇다. 윤호의 아버지와 창민이의 어머니는 어릴 적 각자의 애 하나씩을 데리고 재혼했었다.
윤호의 친모는 부잣집 고명딸로, 귀하게 자라서 다소 철없는 아가씨였고 그건 결혼을 해서도 바뀌지 않았다. 윤호가 생겼는데도 아들을 키우는 것보다는 자신이 아직 나이 먹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는 것이 급했고, 그건 집에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은 철부지 청년을 끌어들이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다. 더 최악은 그걸 윤호의 아버지가 목격했다는 거였지만. 윤호의 아버지는 바람을 묵인하는 대신 이혼을 택했고, 이혼의 귀책사유가 윤호의 친모에게 있었기에 윤호의 양육권도 아버지가 갖고 가게 되었다. 아버지는 윤호에게 좋은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어 했고, 그래서 윤호의 새엄마를 만들어주었다.
그게 창민이의 엄마였다. 똑 부러진 아가씨로 대학에서도 소문난 재원이였던 창민이의 엄마가 좋아했던건 하필이면 놈팽이같은 놈이었다. 제 앞길 가늠은커녕 늘 사고를 치고 와서 도와달라 징징대던 그놈을 참고 참던 창민이의 엄마는 결국 그 놈과 헤어졌다. 창민이를 임신한 것을 알고 난 건 헤어지고 나서였다. 집에서는 애에게 아빠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그냥 그 남자와 결혼하라고 했지만, 창민이의 엄마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고 윤호의 아버지와 결혼했다. 선 자리에서 너무 젊은 여자가 나온 것에 당황한 윤호의 아버지에게, 초혼 맞아요. 근데 저도 애 하나 데려가요. 라고 똑 부러지게 창민이의 엄마는 말을 했고 윤호의 아버지는 그 당참에 결혼을 밀고 나갔다.
처음으로 4명 가족이 만난 날부터, 윤호는 창민이가 예뻐 견딜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다들 동생은 시끄럽고 짜증난다고 했었는데, 그 친구들의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 이렇게나 예쁘고, 이렇게나 귀여운데? 보송보송한 머리도, 가끔 입에 넣고 쭉쭉 빨고는 하는 조그만 손가락도, 꼼지락거리는 발도. 아빠와 비교해보면 자기도 아직 턱없이 작기만 한 손과 발인데, 창민이의 손발은 너무너무 작아서 손대기도 무서웠다. 엄마, 얘는 뭐예요? 무서워서 새엄마에게 매달려 묻자 엄마는 까르르 웃었다. 친엄마가 아니어도 정겹게 잘 따르는 윤호가 엄마는 기특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런 아이가 창민이에게도 잘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창민이라고 해. 정윤호 동생이니까 정창민. 너랑 이제 형제니까, 창민이한테 잘 해줘야돼. 엄마가 부탁해도 되지?"
윤호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이란 걸 몰라서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냥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생명체가 저랑 같이 산다는 게 놀랍고도 경이로워서 누구에게 확인을 받고 싶었던 거였다. 형제라고 확인을 받았다. 이 예쁜 아이가 자기 동생이었다. 그게 너무너무 기뻐서, 고개가 부서져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제 동생이었다. 잘 해줄 거였다.
*
실제로 윤호는 그렇게 했다. 윤호가 다섯 살이 되던 해에 결국 부모님은 도로 갈라섰다. 창민이의 엄마는 윤호의 아빠가 생각했던 것처럼 당찬 여자였으되 기대했던 것처럼 좋은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여자는 아니었다. 윤호의 친모와는 또 다른 의미로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였고, 결혼 후에도 자신의 커리어를 가꾸고 싶어했다. 다소 질척했던 첫 이혼과 달리, 윤호 아빠의 두번째 이혼은 깔끔했다. 성격 차이라는 이유를 제출하고 얼마의 기간을 거쳐, 둘의 이혼은 공증을 받았다. 깔끔한 이혼이었던 만큼 사이가 크게 변하지도 않았다. 이혼 후 둘은 재산을 반으로 깔끔하게 갈랐다. 창민이의 엄마가 집과 가구를 가져갔고, 감정가를 받아와서 그 절반의 액수를 윤호 아빠에게 건넸다. 윤호 아빠는 그 돈으로 새 집을 구했는데, 창민이네와 마주보고 있는 건너편 집이었다.
윤호 아빠는 재혼을 하는 대신 본인이 살림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창민이의 엄마 역시 재혼을 하는 대신 이혼하기 전에 그랬듯 자기 커리어를 쌓는데 열중했다. 제일 변한 것이 없는 건 윤호와 창민이었다. 부모님이 이혼하는 것과 상관 없이 윤호는 창민이를 업고 싸매고 다니며 물고 빨고 핥았다. 창민이의 성이 정에서 심이 되던 날에는 한 번 물어보긴 했다. 그래도 창민이는 제 동생이죠? 이제는 엄마가 아닌, 창민이의 엄마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엄. 창민이는 네 동생이야. 윤호는 언젠가 그랬듯 또 힘있게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정창민이든 심창민이든 상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심창민이라는 이름이 더 좋은 것 같았다. 심, 창민. 예쁜 이름이잖아. 창민이만큼.
윤호는 어려서부터 동네 애들을 다 끌고 다니는 인기 좋은 아이였고, 그에 비하면 창민이는 조용한 데가 있어서 밖에서 노는 것보다는 안에서 노는 걸 좋아했다. 창민이의 엄마는 본인이 바쁘니 어려서부터 창민이에게 여러 학원을 다니게 했는데, 미술이고 피아노고 얌전하게 다니던 창민이는 유독 태권도를 그렇게 싫어했다. 꾀부리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한다는 걸 보여주듯 태극 1장을 열심히 연습해 노란띠까지 따고는, 엄마에게 나 태권도는 싫다고 울먹거려 결국 도장다니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게 유일하게 윤호랑 다른점이었다. 윤호는 이미 7살때 품띠를 따고 있었으니까. 롤러스케이트 타기 시합을 해도 제일 빨리 달릴 정도로 운동 신경이 좋았다. 자전거도 일찍부터 보조바퀴를 떼고 탔다. 창민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것도, 당연스러운 듯 윤호가 되었다.
"형아, 손 놓으면 안 돼, 절대 놓으면 안 돼.."
너도 보조바퀴 없는 자전거를 탈 나이가 되었다고, 윤호는 제 자전거를 끌고 와 창민이를 태워주었다. 그렇지만 영 균형을 잡지 못하고 창민이는 휘청거렸다. 잘각잘각 발을 열심히 굴리는데, 자전거는 똑바로 앞으로 가지 못하고 덜컹덜컹 제멋대로 방향이 비틀리다가 휙 쓰러져버리곤 했다. 그 때마다 윤호가 예쁜 동생 무릎에 상처라도 날라 얼른 앞으로 달려가 자전거를 잡아줘서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창민이는 점점 자전거 타기를 무서워했다. 형아가 뒤에 잡아줘, 창민이 무서워. 절대 창민이의 말을 거절하지 않는 윤호는 그렇게 했다. 윤호가 보조바퀴를 뗀 자전거를 탄 것은 7살. 그렇지만 창민이는 9살 때까지 윤호가 밀어주는 자전거를 타면 탔지, 보조바퀴를 뗀 자전거는 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 윤호는 오늘은 꼭 창민이에게 보조바퀴를 뗀 자전거를 태우겠다고 의욕이 만만한 상태였다. 학교에서 윤호는 반장이었는데, 매번 집에 일찍 들어가는 이유를 캐묻던 부반장이 창민이의 이야기를 알고 꽤 이런저런 조언을 지껄인 탓이었다. 예쁘장한 얼굴이라 남자애들에게 인기도 좋지만, 자존심이 높아 새침하게 구는 애가 아무래도 반장이라 그런가 윤호에게는 살갑게 대해왔다. 과제 같이 하자고 집으로 초대하는 것을, 저는 동생이 있어 얼른 가봐야 한다고 몇 차례고 거절했더니 그 동생은 어떤 아이냐고 물어왔다. 누군가 동생 이야기를 물어주면 신이 나고, 동생 자랑이라면 하루고 이틀이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윤호는 좔좔 읊어주었다. 동생이 얼마나 예쁘고 착하고 사랑스러운지, 운동은 좀 약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지금은 자전거를 연습중이라는 것까지 얘기하는데 부반장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스톱을 걸었다. 너어, 그래서 계속 그렇게 밀어주는거야? 그거 니 동생한테도 안 좋은 방법이야. 네가 그렇게 하면 동생은 절대로 자전거를 보조바퀴 없이 탈 수 없을 거라구.
어라, 그런가.
그래서 윤호는 부반장의 조언대로, 오늘은 조금 엄하게 대해보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당연히 윤호가 뒤를 꼭 잡아줄거라 생각하고 안심해있는 창민이의 자전거 안장에서 손을 뗐다. 모르고 쭉 페달을 밟으면,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겠지. 라고 생각한 것과 다르게 손을 떼자마자 창민이는 고꾸라졌다. 으아아 창민아아, 하고 달려간 윤호는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 되었다. 자전거와 함께 넘어진 창민이의 무릎에서 방울방울 피가 났다. 어떡해, 이거 어떡해. 피가 많이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는 윤호의 마음은 피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가슴이 아파 죽을 것 같았다. 정작 창민이는 제 상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윤호를 보고 있었다. 뒤늦게 창민이의 그 시선을 마주한 윤호는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울지도 않는 주제에, 바라보는 눈은 크고 맑아서 창민이의 기분이 아주 잘 보였다. 눈이 말을 하고 있었다. 놀랐다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형이 그러는게 싫다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지 알아? 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윤호는 그냥, 이라고 답할 수 있었다. 어떻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윤호는 알았다. 창민이니까 알았다. 그래서, 윤호는 그 질문에 답을 했다. 조그마한 어깨를 꼭 감싸안았다. 앞으로는 절대 안 그럴게, 라는 의미를 담아서. 그렇게만 해도 창민이는 알아들었다. 윤호 형이니까 알았다.
"미안해."
"앞으로는 그러지 마아."
"너가 나때문에 자전거를 못타는 걸지도 모른대."
"나는 자전거 못 타도 돼. 그러니까 나 놀라게 하지 마."
창민이가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는게 맞았다.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학교에서 윤호가 언제나처럼, 종이 치자마자 하교를 하려 하자 부반장이 붙잡았다. 오늘은 우리 집에 가자고. 동생 자전거 태워주러 간댔더니 부반장이 화를 냈다. 걔 너 때문에 자전거 못 타게 되는 걸 수도 있다니까? 윤호는 상관 없다고 대답했다. 동생이 그래도 상관 없댔어. 동생 하고 싶은대로 해 줄거야. 부반장은 갑자기 왈칵 울었다. 걔가 뭔데 니가 그렇게까지 해? 친동생도 아니라며! 학교에서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던 윤호는, 여자애들에게는 더더욱이나 친했던 윤호는 그 말에 화를 냈다. 창민이 내 동생이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반장과 부반장이 싸우는 모습에 겁났던 애들이 담임을 불러온 까닭에, 윤호는 그날 일찍 집에 가지 못했다. 처음으로 반성문을 한 바닥 적고, 집으로 돌아간 윤호는 늦는 윤호가 걱정됐는지 집에 안 있고 집 밖에 나와서 기다리는 창민이의 모습에 학교에서의 불쾌했던 일도 잊고 슬쩍 웃었다.
"자전거 탈래?"
"형하고 같이 탈래."
기다렸다는 듯이 창민이는 말했다. 나는 자전거 못 타도 돼. 형이랑 자전거 타면 되니까. 형이 태워주면 되니까. 창민이가 그걸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윤호는 그렇게 했다. 윤호가 자전거 페달을 밟고, 창민이가 윤호의 허리를 잡았다. 등 뒤로 닿아오는 창민이의 온기가 따뜻했다. 친동생이고 아니고가 뭐가 중요해. 창민이는 내 동생이야. 등 뒤로 닿아오는 온기가 맞다고, 그게 맞다고 윤호에게 동의해주고 있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 부반장은 뭔가 말을 하고 싶은 듯 머뭇머뭇 하고 있었지만 윤호는 그쪽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한 학기가 다 가도록 둘은 내내 그렇게 냉전을 했다. 학년이 바뀌고 둘은 서로 다른 반이 되었다. 누가 슬쩍, 부반장이 사실은 너 좋아했었다고 알려주었다. 윤호는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 윤호는 3학년, 새학년으로 창민이가 입학할 나이. 그게 제일 신경쓰여서 다른 데는 신경쓸 시간도 없었다. 우리 창민이는 몇 반일까? 친구는 만들었으려나? 자전거 타고 같이 등하교하면 좋겠다. 그런 것들로만도 정신이 없어서.
*
"창민아. 학교 가자!"
"응, 윤호 형. 곧 나가~."
둘이 등하교를 같이 하는 것은 창민이가 1학년이 될 때부터 쭉이었다. 심지어 윤호가 고3이 되어서도. 3학년은 수능 대비로 일찍 와서 0교시를 했는데, 창민이는 윤호와 함께 등교하기 위해 0교시가 없는데도 그 시간에 맞춰 학교를 갔다. 윤호는 창민이가 잠도 못자고 저와 등교하는게 안쓰러워서라도, 되도록이면 아슬아슬하게 지각 전 등교하는 것을 택했다. 지각생을 제외하고 윤호는 전교에서 가장 늦게 등교하는 고3이었고, 창민이는 전교에서 가장 빨리 등교하는 고1이었다. 하교는 둘 다 빨리 했다. 둘이 같이 해야 공부가 잘 된다고, 부모님을 설득해 야자 불참서를 제출한 덕에 가능했다. 수업이 끝나면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서, 창민이 혹은 윤호의 집에서 나란히 앉아 공부를 했다. 집중하다보면 어차피 둘이 대화를 하는 건 그리 많지 않았지만, 둘이 함께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편안했다. 함께인게 좋았다. 친구들은 윤호에게 창민이가, 혹은 창민이에게 윤호가 성역인 걸 알았기에 별로 그에 대해 뭐라 하는 것은 꺼렸다. 둘 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걸 몇 번 겪은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말들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는 건 또 아니라서, 가끔 윤호나 창민이는 서로에게 묻기도 했다.
"내가 너무 어리광을 부리는 것 같아?"
"아니."
"내가 너무 너한테 집착하는 것 같아?"
"아아니."
그럼 됐어. 둘 다 서로에게 그런 대답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거렸다. 서로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서로가 원하는 거라면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니까.
둘은, 사이좋은 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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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역키잡이었으니 이번엔 키잡인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40분만에 급하게 쓰느라 여기저기 엉성한 듯 하여 부끄러우다.
이건 아마 나중에 뒷계에 19금이 올라갈 수도 있을듯? 몸트고 마음트고도 아니고 마음부터 튼 애들이니 몸 트는 건 금방일 거 같고 실제로 아이디어 떠올릴 때 이미 해당 내용까지 다 포함해 구상을 하였으나..... 전력에는 19금은 금지라 여기까지. (사실은 시간도 없었음)
사진은 당연한듯 티아모. 티아모는 사랑입니다.
자전거 타는 위치가 글하고 반대인 건 그냥 애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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