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는 두유노맥스. 텍스트는 직접 타이핑했어요'ㅅ'


<그라치아>는 남성 이슈를 일 년에 두 번씩 발행한다. 초봄에 한 번, 초여름에 한 번. 그중 하나가 2월 5일자인 이번 호다. 남자를 다루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보고 싶은 남자를 보는 거다. 두 번째는 아리송하다 못해 벽창호 같은 남자의 뇌 속을 들여다보는 거다. 세 번째는 남자와 여자의 교집합 속에서 생겨나는 사회적인 이슈를 분석해 보는 거다. 우리는 이 세 가지를 차지게 반죽해 이 호에 버무렸다. 일단 ‘보고 싶은 남자’의 대표 주자를 정했다. 돌아온 동방신기를 간판으로 내걸기로. 솔직히 판매 욕심이 났다. <그라치아>가 정성으로 빚은 남성 이슈가 폭발적으로 여인네들의 손에 들리길 원했다. 이미 아이돌의 범주를 벗어나 데뷔 10년차 거물이 된 그들이라면 우리의 바램을 이뤄줄 거라 믿었다. 우리 편집부엔 원조 동방신기 팬클럽 회원이 있다. 그녀의 나이 방년 37세. 그녀를 보며 깨달았다. 10년차 팬들은 이 가수들과 함께 원숙해지고 있었구나. 치열한 워킹 우먼이 되어 있는 팬들은 <그라치아> 독자 타깃과 싱크로율 100%였다. 망설일 필요가 단 0.1%도 없는 선택, 허나 어려웠다. 예상대로 그들의 스케줄은 바늘구멍 하나 없이 빡빡했으니까.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두 번 감동했다. 섭외가 되었을 때 한 번, 결과물을 보고 또 한 번. 그들을 촬영한 밀착에선 성실함이 농밀하게 묻어났다. 밀착을 보고 이런 기분 느낀 건 오래간만이다. 한 컷도 허투루 찍힌 게 없었다. 데뷔 10년 차 연예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그쯤 되면 어깨에 힘깨나 들어갈 거라는 구태적 선입견). 성실한 자는 그림자마저 성실하다고 믿는 나로서는 그 한 컷 한 컷에 흐르는 태생적 성실함에 놀랐다. 그런 남자들이었구나, 동방신기는. 입가에 옹달샘처럼 퍼져나가는 중년 남자의 주름이 성실하게 살아온 자의 훈장이라고 여기는 나에겐 그들의 이십 년 후가 아름답게 그려졌다. 그런 남자가 되겠구나, 동방신기는.

P.S
앞서 말한 <그라치아>팀 내 동방신기 팬클럽 누나는 이번호 표지 촬영 날 담당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로 향했답니다. 그녀의 팬심을 알기에 저 또한 등 두드려 보내줬죠. 여기서 퀴즈 하나! 그럼 그녀는 그 촬영장에서 뭘 했을까요?
1. 십 년 묵은 팬이라며 방정을 떨다가 그라치아에 싸인을 받았다. 2. 울컥 울었다. 3. 그들을 위해 촬영 어시스턴트를 자청했다. 4. 액자처럼 벽에 붙어 있었다.

정답은? 그래요, 4번입니다. 그녀가 감기를 앓고 있었거든요. 혹시라도 두 분께 옮을까봐 그랬대요. 무생물 코스프레...그거요. 

 - 그라치아 발매 전 에디터의 동방신기 기사 내용 언급에서 관련 부분 발췌


 



EXCLUSIVE : TVXQ! FEVER
데뷔 10년을 맞은 두 남자가 '그라치아'만을 위해 보낸 하루
모든 화보와 인터뷰는 잊어라.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동방신기에 관한 14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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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한 티셔츠 올세인츠(All Saints).
실버 반지 보테가 베네타 (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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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리 컬러 톱 Z제냐(ZZegna).



10년. 매해 수많은 가수가 등장했다가 다시 사라지는 가요계에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정상이 아니었던 적이 없는 동방신기. <그라치아> 맨 이슈를 상징하는 커버 모델로 동방신기의 두 남자를 선정하면서 오래 고심했다. 지난 10년간 한일 양국에서 누적 음반 판매량 1천만 장을 기록하고, 지난해에만 85만 명의 앞에서 공연을 치른 그들이 아직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 뭐가 있을까. 해보지 않은 콘셉트가 과연 있기나 할까. 그리고 다다른 결론. 이제 그들에겐 굳이 화려한 장식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들 자체로 충분할 것 같았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는 가장 베이식한 옷을 건넸다. 그리고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를 주문했다.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역시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1위에 연연해하는 대신 어깨에서 힘을 빼고 눈앞의 무대를 즐기기로 했다고. 그들에겐 벌써 10년이 아니라, 이제 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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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민이 입은 화이트 셔츠 디올(Dior). 팬츠 휴고보스(Hugo Boss). 레이스업 슈즈 프라다(Prada).
윤호가 입은 화이트 셔츠, 블랙 팬츠, 레이스업 슈즈 모두 디올(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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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민이 입은 네이비 셔츠, 팬츠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윤호가 입은 네이비 재킷, 슬리브리스 톱, 네이비 팬츠 모두 디올(Dior)




CHANGMIN
엠넷 드라마 <미미> 방송을 앞두고 있어요. 연기는 오랜만이네요.
약 2년 만인 것 같아요. 너무 아쉬운 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 공교롭게도 시기가 다 겹쳤어요. <우리동네 예체능> 때문에 계속 연습도 해야 했고, 심지어 그 와중에 이번 앨범의 제작 기간까지 겹쳐 녹음하면서 일본에 왔다 갔다 하며 드라마 촬영을 한 거죠. 작년 연말에서 올해 초까지, 저희 회사 안에서 바쁘기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연예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 기간 동안 가장 길게 쉬어본 건 얼마나 되죠?
하루요. 근 4개월 동안 딱 하루.

캐릭터에 몰입하는 게 스케줄상 쉽진 않았겠네요.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 촬영이다 보니 즐거웠지만, 그래서 더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스케줄이 띄엄띄엄 있다 보니까 쉽지 않았어요. 다음에 또 하게 되면 못해서 욕먹어도 괜찮으니 최선을 다해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면 좋겠어요.

4부작이면 짧은 호흡의 드라마인데 특별히 끌렸던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제가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연기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일을 하는데다 연기는 오랜만이잖아요. 16부작 미니시리즈가 아니라서 오히려 지금 시점엔 더 맞겠다 싶었어요. 게다가 영상 자체가 굉장히 예쁠 것 같아 하게 됐죠.

요즘 싱글 라이프는 어떤가요?
좋긴 한데 즐길 틈이 없네요.

청소 같은 건 따로 도움을 받나요?
아직까지는 제가 하고 있어요.

그게 가능해요?
아까 근 4개월 동안 딱 하루 쉬었다고 했잖아요. 그 하루 쉬는 날, 집에서 혼자 마스크 쓰고 청소를 했어요. 그러고 보니 쉰 게 아니었네요.

우렁이 각시라도 키워야겠네요.
하, 정말 있었으면 좋겠어요. 혼자 사는 남자가 살아남기 위한 가사 노동이 쉽지 않긴 한데,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숙소 생활을 워낙 오래 해왔기 때문인지 아직까진 충분히 즐거워요.



루스한 티셔츠, 팬츠, 로퍼 모두 올세인츠(All Saints).



옐로 셔츠, 브라운 니트 톱, 팬츠 모두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신발 어그 오스트레일리아(Ugg Australia), 팔찌 판도라(Pandora).


YUNHO
걷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요즘도 자주 걸어 다녀요?
몰래몰래 잘 걸어 다녀요. 차로 이동할 때도 잠깐 세워두고 걸어다니고 그래요. 혼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긴 하더라고요.

집에서 혼자 있을 땐 주로 뭐 해요?
청소해요. 얼마 전에 세탁을 했어요. 아웃도어 같은 건 손빨래를 제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하하. 혼자 살다보니 말도 안 되는 요리도 해보고 그래요. 재밌긴 한데 숙소 생활에 적응이 돼서 그런지 가끔 외롭기도 해요. 그걸 다른 걸로 채워 넣죠.

예를 들면?
길거리를 지나다가 맘에 드는 액자가 있으면 사다가 달아놓기도 하고, 집 안 가구 배치도 바꿔보고, 밖에 나가서 생활용품도 사오고. 그런 잔잔한 재미는 확실히 있어요.

이제 팬들은 안 따라다녀요? 아니면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생긴 건가요?
후자에 가까운 것 같아요. 여전히 따라다니는데, 예전보다 매너 있게 멀리서 지켜봐 주는 편이에요.

뭔가 해탈한 사람 같아요.
해탈했어요. 10년이란 세월이 그냥 지난 건 아니어서, 이젠 서로의 뜻이 전달되는 것 같아요. 쫓아오면 또 그냥 쫓아오는가 보다 그러고. 이래저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요즘 정말 하고 싶은데 바빠서 못하는 게 있나요?
스노보드요. 올겨울엔 꼭 타러 가려고 했는데…. 영화도 요즘은 자주 못 봤네요. 집 안에서나 겨우 한 편씩 봐요.

원래 시간 나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스타일이죠?
그런 편인데 요즘은 많이 못 어울렸어요. 친구들도 스물아홉, 서른으로 뭔가 책임질 나이가 되니 다들 각자의 삶에 바빠지더라고요. 그래도 요즘은 다들 잘 풀리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요즘 핫한 손호준 씨도 오래된 절친이라면서요.
호준이 형 같은 사람이 여러 명이어서 아직 각 분야에 남아 있어요. 이미 성공한 친구도 있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 같아요.
원래 좀 많이 타는 편이에요. 그래서 혼자 있으면 자꾸 뭘 적으려고 하나 봐요. 여러모로 정리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인 것 같아서 조바심 내지 않고 자꾸 새로운 걸 해봐야겠다 싶어요.



최강창민 + 심 창 민
지난번 <캐치미> 앨범으로 만났을 때 대중성과 동방신기의 색깔에 대한 고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번 타이틀곡 '썸씽'은 그 결과라는 생각이 드네요. 최강창민의 샤우팅이 없는 타이틀곡은 처음 아닌가요?
처음이죠. 제가 생각해도 이번에 나온 '썸씽'은 '캐치미'에 비하면 대중성이 있는 것 같아요. 라이브 하기에 편한 것도 있지만 차근차근 어떤 과정을 밟아가는 단계로 봤을 때도 적절한 지점이 아닌가 싶어요. 저희가 확 달라진 결과물을 보여줘도 대중 입장에선 거부감이 들 수도 있잖아요.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적어도 저희가 지향하는 바를 조금은 '스텝 업'하여 보여드린 것 같아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워요.

동방신기의 노래는 퍼포먼스로 완성되는 느낌이 강했지만, 이번에야말로 뮤지컬 넘버 같더군요. 멋지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압박도 클 것 같아요.
언제까지 온몸이 부서져라 추는 춤만 보여드릴 수도 없지만, 누구에게나 과도기가 있잖아요.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멋진 걸 보여주긴 하지만 집착하지는 않는 단계. 계속 멋있는 것만 하려고 하면 결국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고 '나는 항상 멋있어야 해'라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대중과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멋있고 잘하는 친구들도 점점 더 많이 나오는데, 언제까지나 멋있게만 보이려고 포장하진 않으려고요.

그래도 여전히 멋있던데요?
하하. 그건 다행이네요. 그래도 오늘 촬영처럼 힘을 빼고 릴랙스한 분위기로 점점 더 가려고요. 멋있는 거 만날 하는 애들이 또 멋있는 척하면 대중도 질릴 것 같거든요. 이런 흐름 속에서 저희는 항상 과도기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그럴 것 같고요.

남들은 동방신기를 아이돌의 완성이라고 하는데, 본인들은 과도기라고 얘기하네요.
한참 후배들이 저희를 보면 그런 얘기들을 할 때가 있죠. 솔직히 아이돌 가수들이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저희가 해 왔고 누려왔기도 하고. 하지만 저희 입장에선 아이돌은 수명이 짧다는 인식이 틀렸다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고, 더 오래, 즐겁게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시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계속 위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꼭 화려하지 않더라도 어떻게 하면 길게 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는 시기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는 <우리동네 예체능> 같은 예능에까지 도전하면서 굉장히 대중적으로 다가간 한 해였잖아요. 확실히 전에 비해 반응이 달라졌죠?
예전엔 저희 팀 이미지라는 게 워낙 강렬하기도 하고, 대중적인 호감이라기보다는 저희를 좋아하는 팬들이 따로 있는 거였잖아요. 특히나 남자들은 좋아하지 않았죠. 저희 매니저 형만 해도 회사 들어오기 전에는 그랬대요. 하하. 예전엔 길을 가다 마주치면 사람들이 '아, 동방신기다' 이런 느낌으로 좀 더 거리감을 갖고 봤는데, 지금은 훨씬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시는 것 같아요.

남자들 반응도 달라졌나요?
어제 패션 행사장에 가면서도 그랬고, 오늘도 집에서 나오다가 동네 주민이랑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내려오는데 남자분이 선한 웃음을 지으면서 사진 찍어달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예전엔 절대 없었던 일이죠. 아, 많이 편하게 다가가고 있구나 싶어서 굉장히 좋아요.

그런 활동이 본인한테도 어떤 내면적인 변화를 가져왔나요?
행동하고 말을 하는 데 있어 굉장히 편해졌어요. 물론 말이라는 게 주워 담을 수 없으니까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뭔가 쫓기거나 구애받는 기분 없이 방송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특히 막판에 하차를 결정하고 난 시점부터는 더 편안해지더라고요.

마지막 촬영하면서 울었죠?
아, 살짝. 아주 살짝 울었습니다. 하하, 항상 어딜 가나 멋있어야 하고, 예능에 나가면 예능이니까 꼭 웃겨야 한다는 이런 강박관념에서 많이 자유로워졌어요.

지난 <캐치미> 활동 때에 비해 또 한 단계 더 편해진 건가요?
네, 더 편해진 것 같아요. 음, 제 나이대에 편해질 수 있는 한도까지 도달한 것 같네요. 더 편해지면 안 될 것도 같고. 그렇죠? 하하.

얼마 전, SM타운 콘서트에서 교복을 입고 '허그'를 불렀다고요. 데뷔곡이기도 하고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2013년에 제가 불렀던 노래들 중 제일 어색했어요. '허그' 자체가 낯설고 어색하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런 노래를 그 이후로 거의 부른 적이 없잖아요. 그때의 착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예전보다 가사를 받아들이는 저의 마음가짐이랄까 순수함이 좀 바랜거죠. 아, 정말 오랜만에 부르는 거라 그립기도 하고, 묘한 달콤함과 씁쓸함이 있더라고요.

붉은 빛으로 물든 닛산 스타디움 공연장 사진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어요. 내가 움직일 때마다 수만 명의 여자들 고개가 일제히 돌아가면 정말 교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나요? 왕자병에 걸리지 않기가 더 어렵겠던데요.
예전에 어느 공연에선가 하나가 된 관객들의 연호를 받으며 그런 이야길 했던 것 같아요. 정말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된 것 같다고. 사실 오묘한 우쭐함이 있긴 하죠. 특히 일본에서 7만 명 남짓 되는 관중 앞에 섰을 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정말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더 커요. 생판 모르는 사람이 튀어나왔는데, 그 사람을 10년 동안 좋아한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되는 신기한 일이잖아요. 예전엔 제가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하고 여러 활동을 하니까 팬들이 좋아해 주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젠 팬들이 사랑과 관심을 주고 응원을 해줘서 저희가 비로소 무대에 설 수 있는 거란 생각을 해요. 사탕발림이 아니라 주시는 것에 비해 저희가 턱없이 보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정말 살면서 이렇게 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그 안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지내는 사람이 60억 지구인 가운데 얼마나 되겠어요.

그만큼의 애정을 받다 보면 금세 익숙해지거나 무감각해질 것 같은데요.
제가 그런 걸 좀 싫어하거든요.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것. 가수 활동 시작하고 스무 살 즈음에 『어린 왕자』를 다시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무렵의 제겐 정말 큰 충격으로 와 닿았어요. 지금 읽으면 또 다르겠지만 생각해 보니까 길들여진다는 건, 익숙해진다는 건 정말 무서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기대하고 바라지 않으려고 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생일이 되더라도 마찬가지예요. 성격이기도 하고 제가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도 없진 않겠죠.

사람들한테 '나 생일이야, 선물해 줘'라는 말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 테죠.

물론이에요. 그런 건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고,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뭔가를 남이 해주기를 기다리지 않아요.

이번 앨범에서 직접 작사한 '라이즈'를 들으며 굉장히 순정 넘친다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영감을 받은 노래라기에 혼자 웃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이어지죠?
아, 아무 생각 없이 노래를 계속 듣다 보니 새벽에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생기더라고요. 팬들이 들었을 때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얼마 전에 봤던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기억나더라고요. 하하, 그 영화가 나름 심오한 철학이 있잖아요. 영화를 볼 때의 느낌이나 생각을 다시 떠올리며 한번 써보자 했는데 채택이 됐네요.

타이틀곡 말고 개인적으로 특히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면요?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떠나 정말 여태껏 냈던 앨범 가운데 제 개인적인 만족도는 가장 높은 앨범인데, '오늘밤'이란 곡도 좋아해요. 제가 부르는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내가 들어도 노래가 정말 좋거나 스스로 노랠 좀 잘 불렀다고 생각하거나.

'오늘밤'은 그중 어떤 이유에 해당되죠? 둘 다?
음, '오늘밤'은 그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네요. 하하. '그 대신 내가'라는 노래도 좋고.

혹시 뭔가 고민스럽거나 부족한 것은 없나요? 밖에서 보면 동방신기는 다 가진 청년 재벌처럼 보여요.
음, 여느 사람들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특별히 부족하다기보단 뭔가 하나 가지기 시작하면 더 좋은 걸 가지고 싶은 욕망이 누구나 있잖아요. 저도 그런 욕심을 가진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예요. 차도 좋아하고, 레고도 좋아하고, 와인도 좋아하고 그래요. 활동을 마치면 고생한 나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레고 리미티드 에디션을 중고로 사기도 하죠. 그리고 좀 추상적이지만 좀 더 노래를 잘하고 싶고, 개인적인 여가 시간을 좀 더 가지고 싶긴 한데, 동시에 일도 잘하고 싶고 더 많은 일을 하고도 싶으니 결국 다 욕심이죠.




유노윤호 + 정 윤 호
촬영하면서 계속 흥얼거리는 걸 보고 피곤해서 그러는 것 아니냐는 스태프들의 의견이 있었어요.
들켰나요? 하하. 사실 좀 피곤하기도 하고 살짝 감기 기운이 있어서 텐션 안 떨어뜨리려고 더 노래를 부른 것도 있어요.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존재감이 상당하네요.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앨범엔 특히 두 사람의 고민과 의견이 들어갔을 것 같은데, 충분히 원하는 만큼 담아냈나요?
항상 앨범을 내면 좀 아쉬운 게 있잖아요. 사실 발라드 곡도 많았지만, 대중의 인식에는 우린 멋있는 퍼포먼스에 치중되어 있으니까 그걸 들려주는 퍼포먼스 쪽으로 바꾸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기계음 같은 요소를 빼고 클래식하게 만들어보고자 시도했고요. 그래서 보컬로만 채워진 타이틀곡도 마찬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밴드 소리가 많이 나도록 채웠죠. 10년 차 가수의 저력도 보여줄 겸 오히려 클래식한 음악으로. 우리가 장난꾸러기처럼 보였어도 그 안에서 녹아들 수 있는 연륜이랄까, 그런 게 잘 묻어나는 앨범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대중적이라는 느낌이에요.
그렇죠? 그런데 이러다가 또 그런 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음악을 만들 수도 있어요. 동방신기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 수 있는 그룹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우리가 그동안에도 독창성 있는 음악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대중성에 치중해 만든 건 없었어요. 이번에 이런 새로운 장르를 준비하고 도전하는 콘셉트가 마침 10주년이란 타이밍과도 잘 맞은 것 같아요.

팬덤 외에 대중적인 반응도 좋던데요. 물론 공중파 3사에서 1위도 했고요.
상에 대한 욕심까진 없었는데, 받으니 좋긴 하더라고요. 하하. 지난 10년 동안 타이틀곡으로 1위를 꽤 해봤거든요. 근데 이번엔 10주년 앨범으로 1위를 하니 또 다르더라고요. 1위라는 기쁨보다도 '아, 오랜 시간 동안 참 우리가 사랑을 받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책임감도 들고, '앞으로 더욱더 장수해야 되겠다'란 다짐도 하고. 우린 동방신기니까 퍼포먼스는 퍼포먼스대로 새로운 걸 추구하면서 항상 남들과는 다른 음악을 하고 싶죠.

근데 그거야말로 정말 힘들잖아요. 하늘 아래에 새로운 게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캐치미' 때도 그랬어요. "아, 이 이상의 춤은 없어." 그렇게 생각했는데, 또 고민하니까 나오더라고요. 안무가들도 그렇고.

10년은 긴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특히 잊을 수 없는 순간도 분명 존재할 것 같아요. 유난히 행복했다던가 벅찼던 어떤 순간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그때인 것 같아요. 2010년 SM타운 콘서트에서 창민이와 제가 처음 나왔을 때, 둘이서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달렸을 때. 그땐 걱정이 진짜 많았거든요.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지도 모르겠고 온통 불확실한 것 투성이였어요. 하지만 그 때 그 무대에서 희망을 봣어요. 아, 우리 둘이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그 마음으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그 무대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상상도 안 가요. 그리고 일본에서 전국 투어를 마무리 지었던 순간이요. 그 때 받은 교훈이 무대 위에서 내가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느냐를 깨달은 거였어요. 속상한 일이 있으면 모두 무대 위에서 푸는 참 좋은 습관이 그때부터 더 확고해진 것 같아요.

지난 10주년 콘서트에서도 예전 노래들을 부르며 옛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지 않던가요?
곡 하나하나를 부를 때마다 생각이 나죠. '허그' 부를 때도 똑같은 교복을 입었거든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더라고요. 10대의 마지막 무렵이었는데 어느덧 20대의 마지막 무렵이 됐다니. 감회도 새롭고 '아, 참 잘 컸다'라는 생각도 들고.

무대가 여전히 가장 즐겁나요?
방송도 좋지만 나 자신을 가장 잘 찾을 수 있는 장소가 무대인 것 같아요. 내가 가장 잘 느끼고 폭발하고 발산할 수 있는 곳. 저는 제 자신을 '무대 위의 철학자'라고 불러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말하든 나는 내 철학과 메시지를 갖고 무대 위에서 표현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미친 듯이 막 뛰어다니고 그러죠.

정말 단둘이서 그 격한 안무를 소화하며 넓은 무대를 누비는 걸 보면, 직업이긴 하지만 참 놀랍게 느껴져요.
솔직히 준비할 땐 힘들어요. 다른 그룹은 인원수라도 있는데 우린 단둘이 무대를 다 채워야 하니까 쉴 틈이라곤 없어요. 그래도 그걸 마무리 지을 때마다 그만큼 성장해 있으니까 뿌듯하고 행복해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가로 활동을 이어올 수 있다는 게. 무대 연출에도 워낙 관심이 많아 평소 생각해보기도 해요. 콘서트가 한 편의 뮤지컬 같다는 생각도 들고.

수많은 것이 변해 간 10년 동안, 유노윤호 안에서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요?
무대 위에서의 진정성은 정말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창민이도 마찬가지고. 저희는 어떤 무대도 가볍게 생각지 않아요. 그건 앞으로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 같고요. 그걸 잃어버리는 순간 동방신기는 끝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스타일은 다르지만 진중한 부분에선 둘의 성격이 맞물리는 것 같기도 해요.
무대 위에서만큼은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죠. 10년 차가 리허설 때 정말 뼈가 부서지게 하는 경우가 많진 않으니까. 이번에도 그랬어요. 첫 무대가 <인기가요> 였는데 리허설 때 정말 죽어라 열심히 했더니 스태프들이새삼 놀라더라고요. 그리고 저희가 CD를 들고 직접 선배님들은 물론이고 후배들 대기실에 찾아가기도 했죠. 사실 선배가 후배 대기실에 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저희가 느꼈던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바람으로 먼저 해보는 것도 있어요. 그래야 나중에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요. 저희는 정말 오래 활동할 거거든요.

동방신기로 오랜만에 뭉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요즘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제 인생의 철학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하거나, 발명에 꽂혀 이것저것 발명하고 있어요. 갑자기 떠올라서 발명했는데, 일단 특허청에 내놓은 상태예요. 결과가 좋은지 나쁜지는 2월 말이나 3월 초에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그때까진 비밀입닏. 하하. 요즘은 그냥 작곡도 하고 평소 관심 갖던 일들에 도전하며 지내요. 이제 그렇게 어린 나이가 아니니까 남자답게 뭔가를 혼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항상 글을 쓴다든가 생각 정리를 하면서.

사실 여유 시간 자체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도 가끔 돌아다니다 보면 눈에 담을 것이 생각보다 많아요. 사계절이니까 계절마다 같은 장소도 다 다른 느낌이거든요. 사진도 찍어보고.

연기도 욕심나죠?
욕심이라기보다는 똑같은 것 같아요. 나이를 먹는 만큼 스며든다고 할가, 더 진중하게 다가와요. 노래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좀 들고요. 물론 호흡도 다르고 장르도 전혀 다르지만 양쪽을 다 해보니까. 창민이도 드라마를 했지만 저도 그 사이 잠깐 황정민 선배님이 나오는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찍기도 했어요.

이번 활동 마치고 휴가가 생긴다면 제일 먼저 뭘 할 건가요?
광주에 내려가야죠.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 저한텐 광주가 참 소중한 곳이에요. 옛날 친구들도 만나지만 아무래도 제 뿌리가 거기 있으니까. 쌍암 공원이라고 휴가 때면 항상 가서 생각을 정리하는 곳이 있어요. 거길 비롯해 광주에 가면 힐링을 하고 돌아와요.

아직 소년 같네요.
그렇다고들 말하더라고요. 계속 소년이고 싶긴 해요. 무대에서 화려하게 움직이는 유노윤호 말고, 정윤호도 늘 공존하는 거니까. 정윤호는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요즘 정윤호가 갖고 싶거나 부족한 건 뭔가요?
가수가 아닌 정윤호는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해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워낙 특수한 직업을 갖고 있는 거잖아요. 옛날엔 수산시장에도 가고 막 그랬는데. 요즘은 우리 나이 또래들이 세상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런 걸 좀 알아야 사람을 대할 때 더 진정성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 촬영 전날 새벽 늦게까지 녹음실에 있었다는 두 남자는 한눈에 봐도 피곤해보였지만 상냥하고 열심이었다.
| 얼굴이 부었다지만 대체 어디가 부었다는 건지 알 수 없고, 길게 뻗은 팔다리로 모델 '느낌' 제대로 표현해 준 창민, 인터뷰할 땐 에디터 옷에 묻은 먼지를 떼어주는 등 다정하기 그지없는 20대 청년 모드였다.
| '따로 또 함께' 모드에 익숙한 두 사람. 특별한 주문 없이도 합이 척척 맞는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솔로 컷 촬영에 앞서 스태프들에게 먼저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던 윤호. 촬영 세팅을 하는 동안에도 god의 '길'에서부터 타령 버전의 '미로틱'까지 계속 다양한 노래를 흥얼흥얼.
| 대기실에서 가볍게 장난을 치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금세 정색을 하는 창민과 촬영 때마다 매번 포즈며 느낌을 미묘하게 조절한다는 윤호.

"어느 순간,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렸어요. 물론 할때마다 기쁘지만,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지도 않고, 아니라고 해서 낙담하지도 않아요. 우리는 더 길게, 멀리 보고 있어요."


EPILOGUE
그들을 만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까마득한 시절 처음 봤을 땐 아이돌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던 터라 참 의외다 싶었다. 지난 앨범 활동기에 만났을 땐 놀라움이었다면, 이번엔 살짝 감탄에 가까웠다. 그사이 소년들은 남자가 되고 편안함과 노련함이 더해졌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비슷했다. 일단 화려한 무대화장을 지워낸 그들이 모델처럼 늘씬한 데다 너무 멀쩡해서. 현장 스태프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반듯해서. 그때나 지금이나 슈퍼스타인데 그 또래 특유의 흔한 허세조차 없이 소탈하고 정말 한결같이 열심이어서. 아, 그냥 바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는 스케줄도 매번 놀랍긴 여전하다.

고작 몇 시간의 촬영과 인터뷰로 누군가를 다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건 그들의 10년 역사 가운데 내가 공유한, 아주 작은 시간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다. 가볍게 사람을 홀리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 아니라 투박하게 진심을 부딪쳐오는 타입에 훨씬 약한 취향 때문이기도 할테고. 하지만 신인부터 해외 스타까지 수많은 이들을 만나왔기에 나 또한 말할 수 있다. 이런 인터뷰이는 전혀 흔하지도 당연하지도 않다. 만날 때마다 호감도가 상승해 음악을 찾아 듣는 경우는 더욱 손에 꼽힌다. 넘치도록 받는 사랑에 안주할 생각도 없고 오히려 자신들은 늘 과도기라 말하는 10년 차 아이돌. 동방신기. 항상 자기 안의 소년을 간직하고 싶다는 윤호와 아무것에도 익숙해지지 않겠다는 창민. 두 남자의 다음 10년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