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민. 짧음 주의 미완 주의
귀여워
(150919 #동방신기_전력_60분, 키워드 '보름달')
심창민은 귀엽다.
내가 걔 애인이라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고 진짜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건 수많은 팬들의 간증을 통해서도 증명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주변 사람들은 일제히 뭐 씹은 표정으로 돌변해 투덜투덜 불평을 한다. 애인 필터링, 팬 필터링 다 빼고 얘기하자고. 나는 잠시 고민한다. 그리고 다시 말한다. 그래도 귀여운데? 진짜다. 나는 심창민이랑 사귀기 전부터 걔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 땐 심창민도 지금보다 어렸었다. 얼굴에 젖살이 보얗게 올라서는 눈만 땡그라니 크고, 뭐 잘못한 마냥 조금만 놀라도 그 큰 눈을 땡글땡글 굴렸었다. 나는 그게 참 신기하면서도 무서워서 걜 건들지도 못했다. 이름만 불러도 뭐가 그리 무서운지 눈이 화동그레 해지는데 원래도 큰 눈이 그렇게 되니 눈이 빠지는 건 아닌지 겁나서.
진짜로, 눈을 또르르 굴려서 눈치를 보는 창민이는, 귀여웠었다. 학교 가는 날은 다녀오겠습니다아 하고 누가 듣건 말건 쪼그맣게 인사를 하고 나가는 것도, 고 째깐한 어깨에 얌전히 멘 가방도, 단정하게 입은 교복도. 뭐 하나 안 귀여운 구석이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창민이가 안 귀엽단 건 아니다. 젖살은 없어도 동그마니 귀여운 광대가, 여전히 동글동글 귀여운 눈이, 이제는 놀람 대신 장난기를 가득 담은 큼지막한 눈이. 조금은 변했을지 몰라도 심창민은 귀엽고, 귀여웠고, 또 앞으로도 귀여울 거다.
*
솔직히 말하면 안 귀여운 시기도 있었다.
처음보다 심창민에 대해 좀 더 알았을 때 깨달은 것은, 이 녀석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마냥 무른 애는 아니라는 거였다. 사실 이 업계 대부분이 절대 무르지 않은 애들이긴 하지만서도, 뭔가 창민이는 아닐거라고 생각했던게 캐스팅 일화 때문이었다. 진짜 하고싶다! 해서 들어온 게 아니고 좀 더 가볍게 시작했으니까. 실제로 그래서 연습생 시절 모질게 한 소리 하기도 했고 그 말에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덕분에 얜 좀 살살 다뤄야겠구나, 생각하기도 했었다. 설마 그 말 한마디에 그렇게 상처받은 표정을 할 줄은 몰라서.
그래도 무른 애라고 생각한 건 이른 판단이었다. 진짜 물렀으면 그 소리 들었을 때 그만뒀을 거란 걸 염두에 뒀어야 했는데. 창민이는 악바리처럼 잘 따라왔고 결국 나랑 같은 팀이 되어 데뷔했다. 빠른 데뷔라던가, 어린 나이, 자기보다 다 연상인, 대부분이 자기보다 연습 경력도 높은 팀원. 눈치 볼만한 요소는 많고 많았고 창민이는 가끔 울었다. 자존심이 강해서 몰래 울었지만 그때만 해도 숙소는 지금보다 작고 사람은 많았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팀 리더로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개인상담을 잡았다. 방에서 둘이 마주앉아서 한참 가만히 있었다. 뭐라고 말을 시작할까 고민이 됐었다. 너 우는 거 봤어, 이건 안될 일이고. 그렇다고 너 힘든 일 있지? 해봤자 얘 성격상 없어요 하고 답할 게 뻔하고. 둘 다 선뜻 말을 먼저 꺼내지 못하고 침묵하던 와중에 먼저 입을 연 건 창민이었다.
"형, 아직도 저 제대로 안 하는 것처럼 보이죠."
"너 그거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어?"
"아니요, 그냥...못 잊겠어서."
"...그때는 너도 나도 지금보다 어렸었고. 너도 들어온지 얼마 안됐을 때였고 나도 여러 번 팀 깨지면서 까칠했을 때였고. 너 스스로 알지 않아? 너 그때랑은 모든 게 달라. 그때 넌 연습생이었고 지금은 동방신기고, 그때보다 춤도 노래도 많이 늘었어."
"못 따라가는 건 똑같은 것 같아요."
그 때 깨달은 건 심창민이 생각보다 악바리라는 거였다. 심창민은, 더 잘하고 싶어했다. 나이라던가, 연습 경력이라던가. 당연히 약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데 그걸 극복한 상태가 정상이고, 극복하지 못한 것을 미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발목 잡기도 실고, 자기가 뒤떨어지는 것도 싫다고. 심창민은 그렇게 털어놓았고 나는 심창민에게 너는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심창민은 배시시 웃었다. 그 때 심창민은 정말 귀여웠다. 정말 제가 말했던 것처럼, '어려서'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만치 실력이 궤도에 올랐을 때는 더 귀여웠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심창민이 그 때까지, 더 '성장'해왔던 건 어리다는 이유로 넘어가지 않고, 그걸 극복하는 실력을 쌓는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었다. 심창민은 생각보다 자존심이 있었고, 그래서 발목잡는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했고, 그래서 그런 목표를 가졌다. 목표가 이뤄지면 다음에 이룰 목표를 찾아야 했다. 심창민에겐 그것이 없었다. 여전히 열심히, 발목잡는다는 소리 안 나오게 잘 했지만 '다음 목표'를 못 찾고 마음 못 잡고 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걸로 창민이와 좀 다퉜다. 나는 꿈을 이루면 그 다음 꿈을 갖는다는 것이 당연한 사람이었고 창민이는 정말 가수밖에는 답이 없는지 그 명제 자체에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었다. 의견은 합치되지 않았고 우리는 서로 앵돌아졌다. 이 때의 창민이는, 정말로 안 귀여웠다.
재밌게도, 몸이 힘들어지니 창민이는 목표를 찾았다. 일본에서 구르고, 일본에서 자리 잡으려고 했을 때 또 일이 터지고. 그런 고생을 겪으면서 심창민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남들이 왜 그만둘 생각을 하냐고 할 때는 정말 그만둬서는 안 되나, 진짜 이 길이 내 길인지를 모르겠다 싶었는데 정작 남들이 다 그만두라고 할 땐 그만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이 길이 내 길 맞는 것 같다고.
"그러니까 형, 우리 열심히 해 봐요."
그 얘기를 나눈 날은, 우리가 두 명으로 무대에서 오른 날이었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 있었고, 우리는 그 보름달을 등에 지고 날아올랐다. 무섭지만 무섭지 않았다. 달이 등에 걸릴만큼 높게 와이어를 타고 날아오른 상황보다 무서운 건, 그 높은 곳에 있는 우리를 바라보는 수많은 눈들이었다. 저 눈들은 우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렇지만 곧 그 눈은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정말로 오랜만의 무대에서, 정말로 오랜만에 누군가와 함께 호흡을 맞춰 무대를 했다. 서로 합을 맞추고, 눈을 맞추고. 마주친 눈이 웃었다. 무대에서는 긴장해 많이 웃지 못했지만, 무대를 마치고 나서는 원없이 웃었다. 막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는 잘 했는지 못했는지도 몰라서 그냥 넋이 나가 있었는데, 이사님이 오셔서 그랬다. 너희 둘로 괜찮을 것 같다고. 그 말을 들으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회식 가서는 회사 콘서트 잘 끝냈다고 회사 사람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다가, 중간부터는 나랑 창민이 둘이서 빠졌다. 회사 사람들도 우리 기분을 알았는지 부득불 쫓아오지 않고 보내주었다. 숙소로 가서 술을 기울였고 창민이도 나도 아까보다 더 많이 웃었다. 배시시 웃는 창민이는 귀여웠고, 귀여워서.
그 날은 보름달이 떴었다.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
*
그 날 시작된 사랑은 목하 5년째 계속중이다. 연애를 한다고 특별히 많이 달라진 건 없다. 나나 창민이나 여전히 워커홀릭이고, 둘 다 대놓고 닭살을 떨기엔 참 평범한 대한민국 장남들이라서. 그렇다고 변화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엄격한 형에서 심창민에게는 참 그래도 많이 져주는 관대함을 갖게 됐고, 심창민은 여전히 마이페이스지만 가끔 고삐가 풀리면 온갖 귀여운 짓을 선보이고는 한다. 그 뒤에 매우 쪽팔려해서 그렇지. 제 흥에 못 견디고 애교를 발사하는 것도 귀엽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그 뒤에 으아아 내가 뭔 짓을 한 거야 하고 쪽팔려 끙끙대는 쪽이다. 물론 심창민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변태! 변태! 하면서 질색을 한다. 하지만 귀여우니 귀엽다고 하는 건데.
오히려 한동안은 심창민은 내 앞에서 귀여운 짓을 제일 안 하려 들었다. 은근 자존심이 높은 애라 그렇다. 나랑 사귀니까, 오히려 대등하지 못하게 되는 게 싫어서 내 앞에서 더 떽떽댄거다. 하지만 내 눈엔 그런 것도 귀여워서, 귀여워하니까 본인이 효과없음을 알고 그만뒀다. 그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한테 하듯 내 앞에서도 귀여운 짓을 해 놓고는 민망해한다. 안 민망해할 때도 있는데, 내가 창민아 너 귀여워! 하면 백퍼 민망해한다. 쪽팔리니까 차라리 반응을 하지 말아달라고 애원을 해서, 일부러 그래 해봐라 하는 태도로 멀뚱멀뚱 보고만 있기도 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또 사람 민망하게 만든다고 시무룩해한다. 그것조차 귀엽지만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래도 좋다. 심창민은 뭘 해도 귀여우니까. 그리고 앞으로 더 귀여워질 거니까.
-------------------
원래 목표는 형 앞에서 걸그룹 춤(ex 선미 보름달)을 하도 많이 춘 창민이한테 기왕 이렇게 된 거 여장 무대 한 번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윤호가 꼬시고 팔랑팔랑 넘어가서 무대를 한 창민이를 윤호가 마음껏 귀여워주는 장면을 쓰려고 했던건데 으....? 창민아 다해 넌 최고니까 여장도 괜찮아 넌 원래 눈이 예쁜 아이니까 하고 응원하는 윤호 도꼬도꼬? 간만의 전력인데 왜 전력시간에 병크를 알게되선 엉엉 아무튼 최근 일이 매우 바쁘고 글을 못써서 괴롭읍니다 호민....! 호민을 파고 싶다....! 비록 파도 존못이라 결과물이 이따구라지만 그래도 안선생님 호민이 보고싶어요 엉엉
분명히 내가 오빠들이 달을 등지고 오는 사진을 저장했던 거 같은데... 아 맞다 나 하드 포맷했지^^;;;;
'WITH > 낙서-Open door' 카테고리의 다른 글
OZ & OSCAR (스쿨오즈 패러디) - 下 (0) | 2016.02.08 |
---|---|
OZ & OSCAR (스쿨오즈 패러디) - 上 (0) | 2016.02.08 |
늦여름의 하모니 (150711 #동방신기_전력_60분) (0) | 2015.07.11 |
누군가의 꿈에 살다 (150704 #동방신기_전력_60분) (0) | 2015.07.04 |
달아요 (150523 #동방신기_전력_60분) (2) | 2015.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