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우 분량 스압. 에이포 열세장 우와 이거 쓸 시간에 원고를 썼으면...!! 게다가 발매한지 한참 됐는데 이제야 썼음. 타이밍고자 돋네 근데 타이밍만 고자가 아니라 난 귀도 고자고 글쓰기도 고자하고 그냥 고자고자한데....왜 쓰기 시작했지......분량 늘어난 것도 글고자다보니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하고 반복하느라...? 게다가 크리에잇 작렬. 괜히 중립적으로 쓴다고 파슨파슨한 애정심도 발휘 못하고 엉엉;ㅅ; 이래도 읽어주시는 분은.....없겠져 저도 알아여....



0. 들어가면서
1. 왜 TONE인가
2. 사연있는 가수, 사연있는 앨범 : 앨범 전체 컨셉에 관해서
3. 트랙별 평가
4. 마무리
5. Backstage : 타가수 이야기 약간.



0. 들어가면서


TONE은 말 그대로 동방신기의 앨범이다. 일본에서 팬들은 동방신기를 '톤'이라고 부른다. 자신들을 뜻하는 앨범이 될 수도 있으니 어떻게 보면 상당히 과감한 네이밍이다. 그러나 이만큼 잘 어울리기도 힘들듯 하다. 그만큼 이번 일본 앨범은 '동방신기'로 가득 차 있다. 


동방신기가 현재 처해있는 위치는 상당히 미묘하다. 8년차의 경력있는 가수지만 어떻게 보면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올리고 있는 위치다. 어떻게 보면 동방신기의 가장 큰 라이벌은 '이전의 동방신기'다. 한국에서 5집 앨범이 나왔을 때 리뷰어들이 SMP 특유의 감성을 무서울 정도로 소화해내는 2인 동방신기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3명이 있었다면...'을 언급하고야 만 것만 봐도 그렇다. 


댄스야 듀오 재편 이후 오히려 집중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더 나아졌다는 호평까지 나왔지만, 발라드 넘버의 경우 특히 이야기가 많았다. 그건 동방신기가 단순 아이돌 댄스그룹이라 보기에는 화음을 무기로 하는 실력파 아이돌 이미지로서 승부했기 때문도 있었다. 다섯 명이 각각의 파트에서 내는 음을 맞춰 하나의 곡을 완성해내는 시스템에서 세 명이 빠져버렸으니, 전까지의 동방신기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구축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부분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부분이었다. 특히나 윤호는 가장 로우파트였고, 창민이는 가장 하이한 파트를 담당했기 때문에 탄탄한 기본기에도 불구하고 받쳐주는 사람이 없으면 노래와의 융합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 하모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사실 동방신기보다 발라드그룹 '토호신기'에서의 과제였다. 각각의 목소리로 거의 몰아치는 듯한 럽인아나 볼레로의 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것인가? 라는 것은 나간 세 사람에 비해 거의 기교 없이 담백한 음을 내는 둘에게 조금은 벅찬 과제였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2인의 안티가 된, 예전의 팬들이 끊임없이 5인 시절을 2명이 망치고 있다며 돌린 플짤 중 유독 럽인아와 볼레로가 많았던 것도 그러한 연유다. 


그러나 동방신기는, 이번 5집 <TONE>을 통해 2인 동방신기로서, 그 과제에 대한 대답을 고요히 내놓는다. 여지껏 그랬듯이 말보다는 음악으로, 실력으로. 



1. 왜 TONE인가 



전체 쟈켓 이미지는 여기(http://okdolbi.tistory.com/262)




TONE에는 앞에서 말했듯 동방의 일본 별명이란 뜻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색조/음조라는 뜻이 더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윤호와 창민이는 새 앨범 발매의 인터뷰에서 여러번 그와 관련된 해석을 얘기하기도 했다. 다양한 '톤'을 보여주겠다(다양한 동방신기의 모습으로도, 혹은 다양한 음조의 음악이 든 앨범을 들고 나오겠다는 이야기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멘트는 앞에서 말한 과제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이 앨범은 상당히 공들여 만들어진 게 눈에 띈다. TONE은 그 이름에 걸맞게, 갖고 있는 의미를 모두 컨셉 내에서 발휘하는 것을 통해서도 충분히 그를 파악할 수 있다. '음조'에 대한 곡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로 미루더라도, '색깔'이란 테마를 동방신기는 이번 앨범에 정교하게 장치했다.


빛의 삼원색에서 모든 색깔의 기본은 Cyan, Magenta, Yellow다. 이 색깔들을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색을 만들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쟈켓 이미지 중에는 윤호와 창민이가 각각 C와 Y라는 문자를 들고 찍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멤버들의 약자는 각각 Cyan과 Yellow의 약자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젠타는? 강렬한 홍색은 한창때 동방신기보다 더 유명했다던 팬덤 '카시오페아'의 색깔이기도 하다. 곧, <TONE>은 윤호와 창민 두명의 동방신기가 팬덤에게 보내는 메시지기도 하다. 함께, 계속 다양한 색을 보이며 발전해 나가자는.


억측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위 '동방신기의 비밀 메시지'로 알려져 있는 앨범의 수많은 장치들은 그러한 추측에 확신을 부여한다. 셀로판지를 이용해 겹치면 숨겨져있던 문자들이 나타난다. 가사의 경우 '함께 가자' 라던가, 표지의 LOVE라는 애정의 메시지. 


두 명의 동방신기의 약속은, 현재의 자신 - 즉 둘로서 동방신기의 이름을 지켜나가는 둘을 꾸준히 응원해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에 대해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확신이기도 하다. IT IS MY WAY라는 메시지가 이 앨범에서는 꾸준히 반복된다. 세 개의 앨범의 표지, 그리고 나란히 겹쳐 놓았을 때 옆부분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 메시지는, 또한 셀로판을 댔을 때 나타나는 비밀메시지기도 하다. IT IS MY WAY로도, IT IS YOUR WAY로도 보이는 메시지는 일관되게 동방신기의 '길'에 대한 확신과, 그를 가능케한 팬덤에 대한 애정이다. 교묘하게 장치를 숨겨놓는 것도 어렵지만, 이만큼 그 장치를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 점에서 동방신기의 이번 앨범은, 정말로 공이 들어간 앨범이다. 단순히 컨셉 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도. 


2. 사연있는 가수, 사연있는 앨범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계는 어디로 봐야할까? 한때 작사/작곡을 직접 하느냐가 기준이 되던 때도 있었으나 이미 아이돌 세대 때부터 자작곡을 앨범에 싣는 경우는 흔했다. 소속사의 케어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 장르의 구분도, 소위 '밴드돌' '힙합돌'들이 나오는 지금에 명확하게 경계짓기는 어렵다.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필자는, '스토리가 있느냐'를 그 기준으로 잡고 있다.


노래에 있어 그 부르는 뮤지션 자체가 느껴지는 경우가 아이돌의 경우에는 드물다. 자작곡의 경우에도, 아이돌의 특성상 어떤 '공감대의 형성'이 그 아이돌 자체에서 나온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아이돌의 이미지는 곡과 사연이 아니라 방송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더 좌우된다. 반면 아티스트는 방송이 아니라 그 개인에게 주목하게 한다. 삶의 방식이 어떤 식으로 음악에 녹아들었는지를 해석하는 재미에서 필자는 아티스트를 느낀다. 


물론 동방신기가 아티스트, 라는 결론은 지나치게 섣부를 수 있다. 하지만 <TONE> 앨범에서는 적어도 동방신기가 그 과정을 거치고 있음이 느껴진다. 각각의 곡은 '동방신기'가 부름으로 인해, 그들이 이 가사를 어떻게 생각하며 불렀을까를 곱씹게 한다. 본인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동방신기는 어떤 사연을 가진 뮤지션이 되어버렸고, 그 사연때문에 곡은 동방신기가 어떤 식으로 이 곡을 해석했을지를 가늠케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무섭게 성장한 동방신기는, 두명이 되어 훨씬 이전보다 다양한 모습을 앨범에서 선보인다. 랩을 하게 된다던가, 창법이나 음역대에서 다분히 생소한 모습을 보이는 과정에서, 동방신기는 '왜 이 부분은 이런 식으로 변화했을까' 라는 소소한 해석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나아가 곡 자체 뿐만이 아니라 앨범 전체가 기승전결을 가지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TONE> 앨범은 무섭도록 균형을 잡고 있다. magenta라는 의미 있는 곡으로 포문을 열고, 자잘하게 쌓아올린 비트의 매우 '섹시한' 비유티가 숨가쁘게 포문을 연다. 매끄럽게 잘 빠진 I Think U know는 수준급의 펀치를 날리고, duet이 잠시 한 호흡 쉬어간다 싶더니 Thanks my girl에서 익숙한 '캐논' 반주가 그 느낌을 유지하면서 또 다른 박자감과 반전으로 다시금 변화를 시도한다. 기분좋게 들뜬 분위기는 Telephone에서 부드럽게 가라앉고 BTT에서 엄숙하고 장엄하게 흘러간다. 그 장엄함이 절정에 이르는 것이 현 동방신기의 시그니처나 다름없는 why다. 동방신기의 귀환의 상징, 그리고 '더 나은 자신이 될 것에 대한 약속' 인 maximum이 뒤를 잇는다. 이 곡은 'we are standing here'로서 동방신기가 돌아올 것을 약속한 SM서울콘에서 맨 처음 공개된 만큼, 그 의미가 각별하다. 


왜-맥시멈 라인은 이 앨범의 클라이막스다. 그만큼 전체 라인에서 강한 펀치를 느끼게 한다. 그게 I don't know와 슈퍼스타로 흐르면서 다시금 흐름이 매끄러워진다. 거칠고 난폭하게 꿈틀거렸던 비트는 세밀하게 쪼개져 섬세하고 정제된 움직임으로 변한다. 그것이 다시금 장엄한 대서사시로서 흘러넘치는 노래가 '시아와세이로노하나'다. 강렬한 메시지지만 매끄러운 흐름을 받아 부드럽게 전달되는 노래는 절로 호흡을 가다듬게 한다. 


그리고 서서히 흐름은 결말로 치닫는다. 전곡이 모두 든 CD반을 예외로 하면, 오프샷 영상이 포함된 DVD반인 A반과 B반은 결말을 서로 다르게 하고 있다. A반의 경우는 한없이 보들보들하고 경쾌한 엔딩이다. 해피엔딩을 예고하는 마냥 귀여운 easy mind가 미소를 짓게 만든다. B반의 weep은 그보다는 무겁다. 시아와세이로노하나에서 묵직했던 감정이 울컥하게 만들면서도, 마지막의 합창에서 결국 'magenta'를 생각하게 만들며 제일 처음으로 회귀하게 만든다. 엔딩곡을 다르게 하되 그 자체가 각각 이야기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TONE>은 다시금 그 컨셉의 정교함을 생각하게 한다. 모든 곡이 들어간 C반의 경우에는 그 스토리성이 흔들리지 않겠느냐 걱정할수도 있지만, 그러기에 C반은 아주 강력한 한 방을 끝에서 보여준다. 다정한 위로와 울컥함의 시기를 지내온 청자에게 마지막에 몰아쳐오는 것은 5인시절의 곡을 두 사람이 새롭게 소화해낸 2011버전 somebody to love다. 그 노래 하나만으로 C반은 이 <TONE>의 메시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 "We are standing here. We are, 동방신기." 이제 둘이 동방신기고, 동방신기는 예전의 동방신기를 계승하되 그것을 둘의 것으로서 더 발전시켜나갈 것이라는 것. 성인 버전으로 보다 성숙하고 담백해진 STL 2011은 담담하게 노래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그것을 깨닫게 한다. 


이 앨범의 스토리텔링이 보다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를 받쳐주는 앨범 자체의 밸런스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기존 토호신기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새로이 공개된 발라드 넘버는 이전 J-pop 스타일을 그대로 계승한다. '사연있는 섬세한' 가사와 부드러운 멜로디가 특징인 이 곡들은 대부분 분화를 특징으로 한다. 파트별로 화음을 나눠 부르던 토호신기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두 사람의 저음과 고음이 하모니를 이루는 것을 강조한다. 층층히 겹쳐오는 화음의 홍수는 이미 두 사람이 한국에서 '왜'로 회복한 동방신기의 위치만큼이나, 일본에서의 '토호신기'도 자기들의 몫으로 온전히 가져왔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이전의 토호신기를 알았던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요소지만, 반대로 신생팬들에게 '압도적인' 임팩트를 주기는 불충분할 수 있다. 그것을 보충해주는 것이 동방신기 재탄생에서 중대한 의미를 담당했던 '왜'와 '맥시멈'의 존재다. 국악 코드를 넣은 맥시멈은 물론이요, '왜'의 경우는 고전적 SMP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만큼 K-pop적인 면모를 담뿍 담아 발라드넘버가 가지지 못하는 약점을 보충하고 있다. 


동방신기는 8년차 가수지만 그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진화해가는 가수다. 최근 SM 회사 전략의 변화가 충실하게 반영된 것도 앨범에서 주목할 만 하다. 일본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적 가사에 충실하기보다는 리듬이나 반복적 후렴 등을 통해 결국 한 곡으로 세계에 통하도록 하겠다고 하는 내용이 김영민 사장의 인터뷰 중에 있었다. 기존팬들의 반발을 샀음에도 Superstar-BUT 라인을 타고 있는 것도, SM의 적장자인 동방신기 역시 그 SM의 방침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인다. 어찌 보면 이들 가사는 영어로 해석하는 쪽이 더 매끄럽고 이미지 그리기가 쉽다. 당장 비유티의 '열대야' 부분도 해외 팬들은 'hot night'로 해석함으로써 곡 전체의 섹시한 느낌을 끌어올린다. 세련된 유로팝 계열로 뽑아낸 이러한 곡들은 K-pop과 J-pop이 뚜렷이 구분되는 다른 곡들에 비해 다소 무국적성의 애매모호함을 갖는다. 예전의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 보충됐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곡들이 영 쌩뚱맞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J-pop 성향의 곡들이 두 사람의 다른 목소리가 어떤 식으로 화음을 조화롭게 이루는지를 강조한다면, 동방신기 K-pop 성향의 곡들의 특징은 그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얼마만큼 서로와 맞춰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인상깊게 읽었던 이야기 중, '동방신기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불렀다. 들을 때는 몰랐지만, 불러보니 상당히 고저가 뚜렷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실제로 하이톤-베이스톤으로서 극명하게 차이가 두드러지는 목소리인데도, '왜'나 '아테나' 등의 노래를 들으며 그 도드라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정도 두 사람이 목소리가 비슷하다 느껴질 정도로 유사점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BUT, Superstar, I don't know, I think U know 등 유로팝 계열의 노래는 그런 점에서 양자의 하이브리드이자 과거 동방신기가 해오던 정통파 곡들에서 보다 한발 나아간 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주목할 것은, Thanks my girl의 존재다. 위의 네 곡이 하이브리드라고 해도 K-pop 형태에 보다 가까운 곡이라면 Thanks my girl은 정확히 양자의 중간에 위치한 곡이다. 팝적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캐논이라는 명곡을 어레인지 했다는 점, 나아가 다른 J-pop 느낌의 발라드 넘버처럼 화음을 강조했다는 점 등이 다분히 신선한 반전으로 느껴지는 곡이 됐다. 앨범 중 가장 독특한 느낌의 이 곡이 전형적 발라드 넘버 Duet과 Telephone 사이에서 자칫 밋밋하게 늘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절묘하다. 


다시금 <TONE>이란 타이틀의 연상에서 생각해보면, 삼색을 섞어 수많은 색을 창조하듯 앨범 전체에서 K-pop, J-pop, 그리고 양자의 장점을 섞어나온 하이브리드적 팝 세가지가 적절한 비중을 이루며 다양한 동방신기의 음색(TONE의 TONE)을 만들고 있지 않나 싶다. 5인 시절보다 두 명의 다양한 보컬적 실험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고, 실제 다양한 시도가 앨범 전반에 걸쳐 느껴지는데 그러한 새로운 모습을 듬뿍 담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완결성이 느껴진다는 부분에서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전체 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 사운드적으로도 성취도나 완성도가 참으로 높다. 소화해낸 동방신기는 말할 것도 없고, SM을 비롯한 이번 음반의 관계자들에 있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3. 트랙별 평가



01. magenta


동요풍의 섬세한 곡이다. 전반적으로 반주보다는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섬세한 가사와 맑고 깨끗한 두 사람의 목소리쪽에 치중하고 있다. 'IT IS MY WAY'를 이야기하는 동방신기 두 사람의 '생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인트로라고 생각한다. 윤호나 창민이나 목소리가 상당히 담백한 편인데, 윤호의 경우 밸런스적 보충 때문일까 최근 비음의 사용이 눈에 띈다.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은 나쁘지 않으나, 개인적으로 힘을 빼고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편안한 윤호의 목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인가 무기교한 마젠타에서의 목소리가 상당히 와닿는다. 편안한 만큼 부드럽고, 담백한 만큼 단정하다.

개인적으로 magenta의 노래 가사는 그 자체가 앨범 테마에 대한 하나의 힌트라 생각한다. 


금빛 넘실이는 푸른 연못에
자홍색 꽃잎 떨어진다
슬픔의 말 가련하게 춤추고
고요한 수면에 마음이 비친다
꽃은 분분히 덧없이도
자홍색 꽃잎 떨어뜨린다


황금빛=노란빛으로 볼 때 푸른색/노란색 코드 즉 윤호와 창민이가 등장하고, 팬덤의 색깔인 자홍색이 등장한다. 다분히 소설을 써보자면, 어떻게 보면 이는 소송 직후에 상황에 대한 덤덤한 묘사이다. '슬픔의 말이 가련하게 춤췄고' 고요했던 수면, 즉 침묵을 유지했던 윤호와 창민이의 마음을 읽고 온 자홍색 꽃잎=팬덤이 있었다. 애초에 상상력을 발휘해 읽은 그저 해석일 뿐이지만, 언제나의 동방신기와 마찬가지로 담담한 서술로 그려진 이야기라는 점이 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석하던 혹은 그 문장 자체의 아름다움에 주목하던, 참으로 잘 쓴 가사다. 



02. B.U.T (BE-EU-TY)


<조금 의역쩌는 가사. 원번역은 촹갤 화촤님>


심하게 애태워져서 두근두근 이렇게 조건 반사
이번은 절대 이쪽이 유리한 고지를 갖지 않으면 danger
라이벌이 100만명 되어도 I'm your 결국 No.1 No.1
천둥소리를 울려 호시탐탐 노려
성실을 매도당해도 사실은 그렇지 않은걸
맛있는 걸 먹는다면, 언제라도 열대야 열대야 
(본문에도 썼지만 이게 말 그대로의 열대야가 아니라 hot night로 야한 분위기 연출한 느낌!)
소문만큼이나 Venus 누구보다(hey)
It's all good (girl,what is love you need?)
It's all good (baby,what you wana from me?)

어깨로부터 허리로 쓸어내리는 손으로부터(hey)
oh feel good (girl,what is love you need?)
oh feel good (baby,what you wana from me?)

이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네게 미쳤어 달아오른 키스에 견딜수 없어
B.U.T 들킬 것 같은 심리는 dung dung dung dung dung dung dung
사랑 엄청 엄청 해버렸어 운명의 카드로 이끌려 맞았어
play! take me love B.U.T T T T Wow!

Hey! 넌 나 어때?
Hey! 여기 좀 봐봐
Hey! baby love me! Hey!yeah

무엇을 하던지 괜찮아 좋아. 있을 수 없게 선명한 dejavu
영화처럼 만나 안아줄게 나만의 것이 되어
그렇게 "본능이 시킨다"고 세계 제일의 변명 only one
위험해 죽일 듯 위험한 미소로 응시해 (hey)
It's all good (girl,what is love you need?)
It's all good (baby,what you wana from me?)

요염하게 시선이 거리를 좁혀와 (hey)
oh feel good (girl,what is love you need?)
oh feel good (baby,what you wana from me?)

이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네게 미쳤어 달아오른 키스에 견딜수 없어
B.U.T 들킬 것 같은 심리는 dung dung dung dung dung dung dung
사랑 엄청 엄청 해버렸어 운명의 카드로 이끌려 맞았어
play! take me love B.U.T T T T Wow!

Hey! 이제 나를
Hey! 이제 믿어주면 안돼?
Hey! baby love me! Hey!yeah

Oh! 너는 인생 최고의 사건이야 직구로 덤비게 되어버렸어 진짜로
한꺼번에 도파민이 분출하는 charger
스나이퍼보다 날카롭게 one shot,one kill
크림파이, 카라멜마키아토처럼 sweet 녹는 너와 in the zone
클라이막스 씬이라면 3D 화려한 디렉션 그치만 태도는 like a gentleman
무릎꿇고 선물을 바치는 건 기대 마 (take me) 느껴 봐(baby)
네 손가락 끝은 나를 택하고 싶어질 거야 baby baby baby

이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네게 미쳤어 달아오른 키스에 견딜수 없어
B.U.T 들킬 것 같은 심리는 dung dung dung dung dung dung dung
사랑 엄청 엄청 해버렸어 운명의 카드로 이끌려 맞았어
play! take me love B.U.T T T T Wow!


Hey!Hey!Hey! B.U.T T T T Wow!

 

 
무섭도록 켜켜히 쪼개진 비트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흡입력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가사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쪼개진 비트위에 박자를 맞춰 단어를 얹었다는 느낌이다. 때문에 가사에 신경쓰는 사람이라면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과감하게 리듬을 선택해서일까, 언어의 유무에 관계 없이 멜로디 자체가 사람을 들뜨게 하는 강렬한 힘이 있다. 두 명의 동방신기가 되고 나서는 거의 처음 시도하는 매우 섹시한 느낌의 곡인데, 놀아볼래? 라는 느낌인데도 그다지 야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난해한 가사 외에도 무섭게 몰아치는 비트를 경이적인 라이브로 소화해내는 둘에 대한 경탄이 우선이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격렬한 댄스에 퍼포먼스까지 곁들여져 무대를 본다면 더 즐길수 있으나, TV카메라가 이 댄스를 잡아내기가 힘들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 Superstar-BUT 라인의 공통점이 빠른 비트에 숨가쁜 호흡의 박력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안무를 갖고 있다는 점인데, 묵직한 파워가 있으며 명확하게 포인트가 있는 '왜'에 비해 카메라로 그 매력을 정확히 포착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아쉽다. 


03. I Think U Know


클럽 사운드가 포함된 유로팝 색감의 곡이다. 선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전 느낌이 잘 살아있는 까닭에 들을 때 신선하게 충격을 준다. BUT와는 또 다른 의미로 동방신기에게는 신선한 시도인데, 사운드 질감이 훌륭하다. 곡 자체가 세련되게 매끄럽게 잘 뽑아졌는데, 반주가 그 매력을 찰지게 잘 살리고 있을 뿐더러 안정감있는 보컬이 얹혀져 완성도가 극히 높다. 비트의 타격감, 매끄러운 멜로디에 장식처럼 어여쁘게 얹혀진 전자음 구성, 감칠맛나는 보컬까지 소리의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창민이의 저음부터 윤호의 보컬적 새로운 도전도 꼭 라이브로 곡을 감상하고 싶게 마음을 끈다.


04. Duet


미디움템포의 발라드 넘버. 생목소리의 마젠타-수많은 비트를 쌓아올린 비유티를 거쳐 I Think U Know에서 정점을 찍고 듀엣은 조용하게 한 호흡을 쉰다. 다시금 장식적 음들을 걷어낸 곡은 '양가적 감성'을 연출하는 고전적 토호신기의 노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멜로디는 경쾌할 정도로 따스하고 밝은 편이다. 그러나 가사는 다분히 처연하고 애틋한 느낌을 담아, 노래 자체에서 여운을 만들어낸다. 확 임팩트 있지는 않지만 절절한 느낌으로 은근하게 마음에 닿아오는, 그야말로 호흡을 고르는 곡이다. 과거 토호신기의 느낌을 살리는 것을 테마로 한 듯, 다분히 감정 표현에 있어 기교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무조건적인 과거에의 답습이 아니라 윤호, 창민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둘의 보컬적 역량의 성장이 엿보인다. 특히 창민이의 맑은 느낌의 목소리가 윤호의 안정적인 받침 속에 개화하듯 화사하게 돋보이는 화음의 조화는, Duet이라는 제목과 가사에 맞춘 듯 어울린다.


05. Thank you my girl


앨범 전체에서 무게감의 균형을 잡아주는 키포인트 곡이다. 세븐넷의 CM을 통해 살짝 공개된 적이 있지만, 공개된 부분이 달달하고 블링블링한 부분이었기에 모두가 발라드 넘버일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의외의 반전으로 상당히 강렬한 느낌의 곡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조율을 인트로로 사용해 음이 사라지는 듯하다가 다시금 흘러나오는 캐논 멜로디, 지직이는 듯 하다가 매끄럽게 흐르는 멜로디는 편곡의 역량을 보여준다. 미리듣기로 공개됐던 부분이 가장 말랑거리는 부분이었기 때문인지 예상치 못했던 전후반의 파워풀함은 현악기 특유의 묵직한 중량감을 가진 반주에서 더 빛을 발한다. 사비 부분에서 돌림노래처럼 주고받아가며 맞추는 화음 역시 잘 맞는 호흡으로 노래를 꽉 찬 느낌이 나게 해 주는 요소다. 달콤하면서도 힘있는, 다양한 느낌을 포괄해 여러 번 듣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는 곡이다. 


06. Telephone


전화를 통해 대화하는 상황을 컨셉으로서 기막히게 써먹었달까. 전 트랙에서 강조하던 둘이 주고받으며 멜로디를 만들어나가는 화음을 한층 더 확대했다. 이 곡은 거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화음의 향연이다. 도입부에서의 가늘고 부드러운 목소리, 부터 시작해 전반적으로 간질간질하고 달콤한 분위기인데, 힘을 뺐다고 해야 할까 너무 넣었다고 해야할까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5인 동방 시절 개인적으로는 “내 화음을 들어!”라는 부담스러움이 싫었는데, 이번 <TONE>의 경우는 확실히 그런 불편함이 줄었다. 창민이의 음역대가 너무 고음에만 집중되지 않은 것, 그리고 윤호가 편하게 부르며 특유의 음을 감싸주는 안정적 음을 소화해낸 것이 강점이었다고 생각하는데, Telephone의 경우는 애드립 부분에서 창민이의 고음과 윤호의 비음이 도드라져 다른 곡들에 비해 살짝 과거의 연장선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나치게 전형적으로 자기 파트를 소화했달까. 아쉬움이 살짝 들지만, 헤드폰을 끼고 들었을 때 달콤하게 속삭이는 느낌으로 가사가 귀 사이를 넘나드는 느낌은 최고다. 달콤하고 서정적인 곡이라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07. Back to Tomorrow


메나드 CM에 기용되며 30초버전이 공개된 것만으로도 기다림과 호기심을 한껏 불러모았던 곡이다. 미리듣기에서도 느꼈지만 잔잔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장엄한 곡과 달리 희망찬 가사가 제목과 딱 맞아 떨어지는 잘 만든 곡이다. 장중한 만큼 사운드도 풍부하고, 무엇보다 두 사람의 보컬이 좋다. 특히 윤호의 경우에는 보컬의 재발견이다. 6번 트랙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없애줄 만큼 휙 음이 높아지는 부분에서 짜내지 않고 편하게 들어가는데 담백한 윤호 특유의 보컬이 제대로 살아난다. 개인적으로 예전 감정이라던가 애드립이 과했던 5인 시절에 비해 현재의 담백하고 절제된 동방신기의 보컬을 좋아하는데, BTT의 경우엔 놀랄만큼 취향이다. 화려하고 섬세한 음들이 풍성하게 살아난 반주에 정직하고 담담한 보컬이 그 비장미를 더욱 고취시킨다.


08. Why? Keep you head down


올해 1월 싱글로 나와 예전 토호신기로서 세운 싱글 기록을 갈아치우며 2인 동방신기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기념비적인 곡이다. 무게감있는 기타리프가 깔리기 시작하고 Keep your head down, 이라고 나지막하게 들리는 윤호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내 앞에서 무릎꿇어라, 하는 무대에서의 표정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이 곡은 나에게 그 자체가 하나의 미쟝센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동방신기는 그야말로 야수다. 앞에서 고조된 비장감은 Why에서 그야말로 정점을 찍는다. 그다지 빠르지도 않은 비트에서, 격렬함이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노래 안에 감정이 응축되어서인지도. 들을 때마다 새로워서, 올해 1월에 나온 곡인데도 이 앨범에서 나는 why를 스킵하고 다음곡으로 넘어가지를 못한다. 앨범 자체가 워낙 기승전결의 완결성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Why는 들을 때마다 그 숨막히던 무대를 연상하며 새로운 감성으로 곱씹을 수 있는 곡이다. 


09. Maximum


국악 요소를 삽입해 독특한 느낌이 가미된 Maximum은 Why?의 커플링 곡으로 나왔는데,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Maximum 역시 Why만큼이나 그 이야기를 갖고 있는 곡이라서. Why가 덤덤하게 ‘너는 어제 없다’라고 말하는 과거에의 종결이라면 Maximum은 그 과거에의 종언에서 다시금 새롭게 미래로 뻗어나가는 과정이다. 다만 한국에서의 Maximum은 ‘미래를 바라보는 중’이라면 그에 비해 일본의 경우는 그보다 더 자신감이 넘친다고 해야할까? 보다 더 과거로부터 벗어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Why에서 연결되는 스토리성의 핵심적 주제가 비장미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사는 한국 Maximum 쪽이 나은 듯도.


10. I Don't know


Superstar 앨범에 삽입됐던 곡으로 세이부카드 CM송으로도 쓰였다. 다분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곡인데, Superstar/I Don't Know가 상당히 소리를 켜켜히 깔아서인 듯 하다. 사운드가 아주 빽빽하고, 이펙터로서 창민이의 목소리가 상당히 효과적으로 쓰였다. 전반적으로 소리를 아주 헤비하게 깔고 질감이 독특한 목소리가 그 위에 얹혀져 경우에 따라 풍성하게 느끼는 사람도, 과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은데, Maximum에서의 희망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기분좋게 들뜬 분위기로 바뀌는 구성도 마음에 든다. 댄스도 상당히 잘 짜놓은 만큼 무대가 몹시 궁금한데, Superstar보다도 더 사운드를 어떻게 살릴지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11. Superstar


지난 싱글앨범의 타이틀곡. I Don't know 못지않게 음을 빽빽하게 깔았다. 다만 I don't know에서 윤호와 창민이의 소리의 고저를 강조한 것과 달리 Superstar는 좀 더 목소리 톤을 비슷하게 사용한 느낌. 확 튀는 맛은 덜하지만 듣는데 있어서 확실히 편한 느낌이 든다. 방송에서는 그게 다소 밋밋하게 느껴져 I Don't Know를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실제 공연 직캠 등을 보면 호흡하기 좋은 빠른 비트의 신나는 곡이다. 전자음 때문에 다소 사운드에 대해 저평가 받는 경향도 있는데 고음질로 들으면 더 매력적이다. 


12. シアワセ色の花


6분 40초의 대작으로, 인터뷰를 보면 두 사람이 해석이 달라 다시금 녹음했다고 한다. 작곡가가 동방신기가 겪은 일을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그만큼 생각하고 곱씹으며 듣게 된다. 동방신기 역시 그랬을 것 같다. 창민이가 좀 더 절제하는 느낌으로 곡을 해석했다는데서 둘의 성격적 차이가 어떻게 조율되는지 그 짧은 멘트만으로 와 닿는게 있었다. 안타까운 멜로디, 섬세한 가사, 보컬적으로 새로운 면모까지 긴 노래인데도 깨알같이 포인트가 많아서 몇 번이고 반복해 듣게 된다. 윤호의 경우 이야기를 담아 노래하는 호소력이 늘었고, 창민이의 경우 본인이 말한 것처럼 담백한 느낌으로 부르는 건 좋았지만 다소 치고 올라오면 목소리 자체가 임팩트 있는 만큼 강조적 효과를 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건 개인적인 취향이고, 노래 자체는 분위기 있으면서도 마음에 잔잔하게 파동으로 와닿는다. 곡 한 곡으로 동방신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여운이 깊다.


13. Easy mind


따뜻하고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장난기넘치는 귀여움이 있다. 편하게 가자, 라고 하는 메시지 그대로 보들보들하게 즐길 수 있다. 푸른 하늘 밑 푸르게 펼쳐진 잔디밭에서 강아지처럼 즐겁게 뛰노는 보기만 해도 흐뭇한 정경이 스쳐간다고 할까. 들떠 있는데 상쾌하고, 그러면서 즐겁고, 마지막 윤호의 바람빠지는 듯한 휘파람까지(창민이가 속여서 부르게 했다는) 장난기가 넘치는 것이 앞에서 남긴 여운을, “그래도 지금은 행복하니까.” “너무 긴장해 있지 않아도 돼.”하고 오히려 윤호와 창민이 쪽에서 토닥토닥 위로해주는 기분이 든다. 전반적으로 동방신기의 <TONE> 앨범은 상냥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데, Easy Mind의 경우 그런 느낌에 확신을 주는 곡이다. 이 곡으로 마무리되는 A버전은 “동방신기가 이런 일을 겪어왔지만” “그래도 행복해. 괜찮아, 힘을 빼고 더 나아가자”라는 느낌.


14. Weep


역시나 따뜻한 느낌의 곡이지만 어딘지 더 뭉클하다. 소개할 때 어딘지 비틀즈의 느낌도 난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확실히 그런 ‘올드한’ 이미지가 있다. 심플하고 선명한 중심 멜로디에 두 사람의 목소리가 잘 살아나고, 가사는 감성적이면서 희망차다. 애틋하면서도, 결국 내일을 약속하고 돌아갈 곳은 여기야. 라고 말하는 것은 팬을 향해 보내는 메시지적 느낌이 강하다. 심플한 만큼 어려웠다고 하는데, 확실히 절제된 느낌의 보컬이 적절하게 사용됐다는 생각이다. 달콤한 멜로디에 애틋한 가사라는 토호신기 특유의 양가적 기법이 활용된 곡인데, 그걸 흐느끼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부름으로써 오히려 더 감정이 잘 전달되었지 싶다. 마지막의 허밍 부분은 아마 콘서트때는 부르다가 팬들이 기어코 울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반주가 도드라지지 않아서 말갛고 담백한 만큼 반주 없이 허밍에서 다시금 magenta로 돌아가는 흐름도 나쁘지 않다. 이 리스트인 B버전의 경우 ‘동방신기의 이야기’로 시작해 ‘팬에게 보내는 이야기’로 완결이 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15. Somebody to love - 2011. ver - 


C버전 앨범의 마지막 곡인 이 노래는 동방신기가 두 사람임을 다시 한 번 강렬하게 확인시켜준다. A버전, B버전의 온건함에 비해 STL 2011은 그야말로 과거의 다시쓰기이고, 현재에의 보여주기이다. 두 명으로도 부족함이 없게 느껴지는 것은, 이 노래를 처음 부를 때의 동방신기가 아직은 풋풋하게 방방 뛰는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다면, 현재의 동방신기는 8년차라는 압도적 관록으로 그야말로 콘서트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때문에 STL2011은 공연의 느낌을 좀 더 살려 원곡과 같은 듯 다르게 완성됐다. 그 느낌의 차이에서 음, 전과 좀 다른데? 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언정 ‘허전하다’ 류의 말을 하기에는 8년차 관록이 고스란히 녹아난 이 곡은 이전에 비해 심하게 섹시해졌다. 풋풋하니 들어갔던 기합 대신 성숙한 어른의 노련미가 엿보인다.


4. 마무리

앨범이 나오고 그 앨범 안에 숨겨둔 메시지가 공개됨에 따라 일본에서는 다분히 무리수돋는 해석도 ‘숨겨둔 메시지 아닐까’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앞에 magenta 관련한 이야기도 그렇지만, TONE을 뒤집으면 3NOT이 된다라는 이야기도 그렇다. 물론 현지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전혀 틀린말이 아닐 수도 있다. 3인을 부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2인에의 인정 측면에서 보면 말이다. 


앨범 안에 보면 위에서도 말했듯 셀로판을 대기에 따라 MY WAY로도, YOUR WAY로도 보이게 만들어 놓은 장치가 있다. 거기에서 CROSS WAY(기로), 중대한 선택을 강요하는 전기를 떠올렸다면 이 역시 너무 나간 생각인 걸까. 2인 지지로의 비기스트 재모집 - 에이네이션에서의 일본앨범 및 콘서트 발표 - 에이네이션 엔딩 - 앨범 발표 및 이전 싱글과는 확 다른 프로모션까지. 일련의 흐름들은 2인 동방신기가 확고히 자리를 잡았음을 증명한다. 어떻게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소속사 문제로 한 번 갈등이 생기면 다시금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현 2인 동방의 경우는 온전히 피해자의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앨범 판매 성적 및 에이네이션의 티켓 판매 실적등을 보면 오히려 회복을 떠나 더 높게 올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단순히 수치적 성과뿐만이 아니다. 음악적으로도 그렇다. 파트가 늘면서 커버해야 할 영역도 늘어났고, 그 때문에 둘은 계속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당장 일본앨범 <TONE>만 해도 랩을 비롯해, 보컬적으로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창민이의 경우 다분히 고음부만 한다는 인상이 강했으나, 중~저음의 매력을 재발굴함으로써 음역대에 대해 다시금 호평하게 만들었다. 윤호도 목소리 자체가 담백한 편인데, 기교적 부분이 들어갈 때 다소 위화감이 있던 부분이 놀랍도록 안정화되고 있다. 목소리 자체에 다채로운 매력을 주기 위해서인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띤다.

데뷔 8년차 가수의 팬질을 하는데, 그 가수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그저 기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제 머물러도 되는데 달려나가는 모습은 인간적으로도 참 매력적일뿐더러, 계속 속속들이 발견되는 새로운 매력들이 정신을 못 차리게 하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은 공연을 할 때 가장 발전 속도가 빠른데, 한류콘을 비롯해 아시아 팬파티 - 일본 단독 콘서트까지 앞으로도 쉼없이 잡힌 공연 동안 이번에 새롭게 시도한 것들을 어떤 식으로 자기의 것으로 체화시킬지가 기대된다. 


3명이 떨어져 나간 이후, 현 동방신기는 ‘IT IS MY WAY'라고 선언할 수 있을 만큼의 자기 자리를 확립했다. 적어도 국내 아이돌 그룹 중 듀오로서 이 정도의 퍼포먼스가 가능한 다른 그룹을 쉽게 떠올리기는 어렵다. 5명이던 시절의 이미지를 완전히 희석시켰다기보다는 그 자체를 어레인지해서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그걸 대중 뇌리에 각인시킬 차례다. 이번 새 앨범이 <TONE>이 <IT IS MY WAY>를 말한 것도, 앨범 발표와 동시에 콘서트 계획을 잡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 


앨범에는 지극히 만족. 더 이상 가창력으로 딴지를 걸기는 어려워 보인다. 옛 ‘토호신기’가 할 수 있던 것도, 옛 ‘동방신기’가 할 수 있던 것도, 두 사람의 동방신기로서 어디까지 다시 재현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면서 그를 넘어서서 현재 이런 노래까지 할 수 있다는 시도까지. 앨범 곳곳에서 둘의 노력이 묻어난다. <TONE>은 동방신기를 5인으로서 박제해놓으려는, ‘볼레로’ 플짤에 대한 고요한 답이다. 두 사람의 성장한 모습도, 성장해갈 모습도 충분히 그려볼 수 있는 현재의 동방신기에 있어서 베스트인 앨범이었다. 굳이 현재로 한정한 이유는 컴백 이후로 정말 쉴새없이 발전해가고 있는 동방신기기에.






5. Backstage :: 타가수와의 이야기



올해 초에 동방신기 5집이 나왔을 때, 사람이 나가고 경량화되며 ‘예견된 퇴행’이 있었다는 다소 아픈 평가를 읽은 적이 있다. 물론 동방신기 뿐 아니라 3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혹독한 평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때보다 반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위에 구구절절 적었듯 동방신기는 그 때보다 훨씬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3인에 대해서는, 어떤 호오의 감정을 떠나서 냉정하게 보더라도 발전했나? 라는 질문에 갸우뚱하게 된다. 


아이돌인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그 야무진 다짐에 비해 3인의 공연이 그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공중파에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악조건에서 이 정도면 잘 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지만 언제부터 우리나라 아티스트들이 ‘뮤직뱅크’에 출연하며 자기를 발전시켜왔던가. 공연은 상당히 많이 하고 있는 듯하지만, 필터링 빼고 봐도 공연마다 계속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아, 공연의 잡음만큼은 항상 발전하더라). 


결국 직접 실력으로 부딪치기보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승부하고 있는 것 같아 보기가 안타까울(진심으로) 정도다. 앨범 내기 2주전 음원 전곡 선공개. 물론 이번 앨범 자체가 재탕의 연속인지라 팬들에겐 별 의미가 없을지 몰라도(그 자체가 이미 발전에 대한 의욕없이 기존 팬장사만 할 것임이 뻔히 보이지만), 신규 팬들의 앨범 구매 의욕을 꺾는 행위다. 뿐이랴? 음원점수 오를 때 음반 점수는 0점, 음원 차트아웃 됐을 때 음반이 판매되는 만큼 그들이 그렇게 나가고 싶다는 뮤뱅 출연도 요원해진다. 음원점수 반영될 때도, 씨제스의 심의 신청이 늦어져 방송점수조차 벌지 못했다니 이쯤되면 왜 ‘갑질’을 할 수 있는 3인이 씨제스를 자르지 않느냐가 의아할 뿐이다.


음반이 나오고(2주가 미뤄져 28일, 동방신기 일본앨범 발매와 같은 날 정식 발매되었다)도 말이많다. 심의네 어쩌네 하지만 사실상 주 활동곡은 다 통과한 상태다. 뿐이랴? 원래 심의가 걸리면 그 가사를 고치면 그만이다. 동방신기만 하더라도 ‘이것만은 알고가’에서 바보 등신이라는 가사가 문제가 되어 수정한 전력이 있다. 수정이란 선택이 아니라(설마 그 삐에로라는 곡을 방송에서 부를지도 의심스럽지만) 끝까지 이걸 자긴 못 고치겠다고 뻗대며 언플하는 자체가 그들의 음방에 대한 욕구가 생각보다 절실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하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7만장을 팔아주고 35만원짜리 DVD를 구매해주는 팬덤을 가진 상황에서 - 심지어 그 팬덤은 그 모든 행동에 대해 ‘에이전시’보다 더 쩌는 변명으로 덮어주기까지 한다 - 다른 것은 하지 않고 팬장사만 한다는 선택지는 노력대비 상당히 효율적 전략이긴 하다. 허나 그렇게 따지면 앞에도 말했지만 아티스트가 되고싶어 나왔다는 스스로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행동이 되지 않겠는가.


이 글을 쓰는 지금, 마악 아침에 한꺼번에 뉴스가 뜨고 있고 개중엔 아티스트가 아니라 아이돌이다, 아직 우린 동방신기이니 ‘전’자는 붙이지 말아달라라는 말도 안되는 발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인터뷰 자체는 9월 말에 했다는데 왜 하필 지금? 뜨는 시점에의 의아함을 떠나서라도, 내용 자체가 아주 허탈하게 만든다. 그네들이 건 소송이 ‘동방신기가 아니게 해달라’라는 소송임은 아주 까먹어버린 것일까. 그네들의 팬이 불쌍할 정도다. 악에 받쳐 우리 오빠들은 SM과 맞서 싸우는 정의! 동방신기가 아니다 이젠! 하며 외쳤는데 제 오빠들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뒤집어버리니 얼마나 분통터질까. 


그래봤자 때는 늦었다. 28일, 그들이 세 가지 색깔에 패키지 하나 추가해 네 가지, 로 이미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곡이 들어찬 앨범을 들고 나올 때, 동방신기는 완전히 새롭게 갈고 닦은 <TONE>으로 동방신기가 지금 누구인지를 보여줬다. 동방신기는 항상 아이돌의 최정상 자리를 고수해왔고, 그러기 위해 쉼없이 변화를 시도하며 달려왔다. 누군가가 ‘지옥같은 생활’이라고 표현한 그 시간을 자신을 갈고 닦는 시간으로 사용한 현 동방신기는 여전히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옛 동방신기가 가지 못한 곳까지 동방신기의 자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동방신기의 이름을 지켜가고 있는 것은, 윤호와 창민이다. ‘이탈한 철새가 자신은 그 무리에 속해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한 말’이다.



IT IS MY WAY, IT IS YOUR WAY.
각자의 길을 가자. 길과 길이 겹쳐지던, TONE의 CROSS WAY는 이미 지나쳤다. 




Yellow와 Magenta를 섞으면 빨강 = 윤호
Cyan과 Magenta를 섞으면 파랑 = 창민 

각자의 이름의 축약어가 뜻하는 상징색에 팬덤의 상징색을 섞으면
인터뷰에서 서로의 색이라 말했던 색깔이 나온다는 건,
이 역시 너무 나간 해석인걸까?
그렇다면 나는, 우연이라 해도 듀오동방이 그렇듯 '신의 한수'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