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리얼물이 아닙니다. 연예계 AU입니다. 

* 락밴드 리더 정윤호X솔로가수 심창민 



당신 좋으실대로As you like it 


(160423 #동방신기_전력_60분, 키워드 '여행가기 전 날')







“싫습니다.”



정윤호는 단호하게 말했고 옆에서 심창민은 떼구르르 눈을 굴렸다. 나도 싫다고 해야 되나, 그걸 판단하기에 심창민은 너무 쪼렙이었다. 옆의 정윤호가 반은 데뷔한 상태, 아니 정정한다. 정식 데뷔만 안했을 뿐이지 이미 거대 팬덤을 거느릴만큼 인지도를 착착 쌓아올리며 활동해온 것과는 영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상황이 이렇게 되고 계획을 수정한다고 해도 정도가 있죠. 전 얘가 뭐하는 앤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팀을 하라뇨.”


“윤호군, 우리도 알아. 아는데-.”



회사 이사는 땀을 뻘뻘 흘렸다. 원래 팀 세팅에 일일이 이사급이 내려오지는 않는다. 매니지먼트 팀장이면 족할 터였다. 하지만 이 상황은 완전히 긴급상황이었다. 회사에서는 이번 분기, 거대 프로젝트를 두 개나 준비하고 있었다. 투자한 게 얼마고, 설득한 사람이 몇이고, 뿌려놓은 홍보물이 얼만지. 그런데 그게 지금 다 날아갈 판이었다.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이 계약서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갔다. 이미 준비해놓은 게 많아서, 새로 오디션을 보고 인물을 바꿔넣는 것도 어려웠다. 게다가 새로 영입하는 뉴페이스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정윤호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면 더더욱. 



*     *     *



정윤호는 음악을 좋아했고, 연주하는 것은 더 좋아했다. 곡을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직접 만든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리더십 있는 성격인지라, 자신의 음악을 연주해줄 동료와 노래를 불러줄 동료들도 뽑아 밴드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 만든 밴드는 꽤 유명해졌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전국구 팬클럽까지 생겼다. 축제 때 찍어올린 직캠이 인터넷에서 꽤 호응을 얻은 덕이었다. 



당연히 연예기획사에서도 자기 회사를 통해 데뷔해달라는 컨택이 엄청나게 들어왔다. 동료들은 꽤 큰 금액의 계약금과 나쁘지 않은 데뷔조건에 혹했지만, 정윤호는 그 중 대부분을 거절했다. 일시적으로 단물만 빨리고 꺼진 밴드들을, 정윤호는 많이 봐왔다. 정윤호가 음악보다는 공부를 하기를 원했던, 엄격한 아버지가 온갖 밴드들의 실패사례를 앞에 나열해준 덕이었다. 정윤호는 아버지의 그 모든 가르침을 겸허히 들었다.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이다. 아버지는 포기했고, 정윤호를 지지해주었다. 계약서를 쓸 때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덕분에 정윤호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꽤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했다. 다른 멤버들은 몰랐지만 말이다. 



회사에서는 밴드가 뜨자마자 핫한 ‘믿고 듣는’ 이미지를 얻길 원했다. 정윤호가 작곡한 노래는 충분히 그런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었다. 그러기에 회사는 미리 몇몇 정윤호의 곡을 동의를 얻어 팔았고, 작곡작사 관련 프로에 내보냈다. 곧 앨범을 낼 거라는 소개가 따라붙었고, 실제로 곧 있을 앨범발매와 맞춰 대대적인 앨범 쇼케이스와 각종 프로모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프로젝트의 주축 인물이었던 이전 매니지먼트팀 팀장이 날랐다. 계약서의 허점을 이용해서. 그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정윤호의 계약서는 정윤호의 아버지가 예리한 눈으로 체크한 덕에, 그 허점이 수정되었었다는 것이다. 그가 데려간 건 연주멤버와 보컬들 뿐이었다. 정윤호만큼은 빼내지 못했다. 그건 다행이었다. 정윤호 혼자서 데뷔할 수 없다는 건 안 다행이었다. 최소한 보컬은 구해야 했다. 



오디션을 하기엔 시간이 급박했고, 회사에서는 굳이 오디션이라는 공개적인 방법을 통해 멤버가 날랐다는 이런 사정을 알리고 싶지 않아했다. 어차피 그 밴드는 자멸할 터였다. 흔한 밴드들 사이에서 그들이 강점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그들의 밴드가 가진 실력보단 정윤호의 자작곡이 뛰어나서였다. 홍보도 거기에 맞춰 진행돼 왔고. 그러니까 그들이 정윤호 없이 나와서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굳이 그 상황을 폭로하는게 노이즈마케팅을 해주는 꼴이었다. 조용히 묻혀야 했다. 그럼 조용하게, 보컬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은. 



회사에서는 자신들의 이번분기 또다른 프로젝트에 주목했다. 솔로가수로 데뷔 예정인, 심창민이었다. 정윤호가 회사에 데려오기 전부터 가공된 보석이었다면, 심창민은 회사가 캐낸 원석이었다. 배드민턴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잘생겨서 데려왔어요! 라던 캐스팅매니저가 보너스를 두둑히 챙길만큼. 처음엔 아이돌 얼굴마담을 시키려고 했는데, 의외로 보컬에 재능이 있었다. 노래를 배운적이 없던 만큼 어설픈 습관도 없었고, 가르친 것은 금방 습득했다. 크랙 하나 없이 쭉 뻗어올라가는 고음에 소름이 돋았던 프로듀서는 아이돌 그룹 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심창민을 위한 솔로 음반을 계획했다. 원래 연예계에 생각이 없었던 탓인지, 자길 드러나고 싶어 안달이 난 다른 아이들과 달리 숫기가 없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다. 얼굴없는 가수로 데뷔시키는 건 어떨까, 라고 주판을 퉁기던 상황이었지만, 그 주판은 엎어졌다. 



*     *     *



[프로젝트 (1) (2) 통합계획 건에 대한 회의]



한 마디로, 이미 잡힌 정윤호의 데뷔에, 심창민의 데뷔가 끼어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정윤호의 노래를 부를 보컬로. 



“아니, 계약 엎어지고 상황 복잡해진건 그쪽 상황이잖아요. 우리 창민이가 왜!”


“이쪽이야말로 상황 급하면 굳이 필요하지도 않거든요? 정윤호 얼마나 핫한지 몰라요? 오디션 공고만 내면 같이 일하겠다고 할 사람이 쌔고 쌨는데!”


“그럼 오디션 공고를 내면 되잖아요!”


“상황 알고 그래요?”


“별로 알고 싶지 않거든요?”



정윤호 프로젝트팀 팀장과 심창민 프로젝트 팀 팀장은 거의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심창민은 그냥 얼떨떨했다. 나는 싫다고 해야 하나? 좋다고 해야 하나? 창민이는 알 수 없었다. 누누히 말했지만, 심창민은 연예계를 전혀 모르던 아이였다. 어어 하다보니 어느새 데뷔를 코앞에 두고 있었을 뿐이지. 정윤호도 몰랐었다. 최근까지는. 데뷔를 준비하며 예전과 달리 많은 음악을 듣게 됐다. 그렇게 정윤호의 음악도 듣게 됐다. 멋지다고 생각했다. 정윤호의 음악은 폭이 넓었다. 섹시하기도 했고, 아련하기도 했고. 당연히 데뷔한지 한참 됐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마추어 생활이 길어서 그렇지 데뷔는 자신과 동시라는 말에 놀랐었다. 그래, 동시인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이젠 아예 같은 그룹으로 데뷔라니. 얼떨떨했다. 그도 그럴까. 창민이는 자신 옆의 정윤호를 흘끗 보았고, 눈이 마주쳤다. 힉. 심창민은 얼른 고개를 돌렸다. 정윤호는 자길 무심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마음에 안 들었나? 답이라도 주듯 정윤호는 말했다. 자신과 팀을 하고 싶지 않다고.



*     *     *



정윤호가 그렇게 나온다면 심창민도 굳이 하고싶진 않았다. 자신이 정윤호의 노래를 좋아하는  것과, 자신이 자기 싫어하는 사람과 한 그룹으로 동고동락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 둘의 데뷔는 감정으로 진행되는게 아니었다. 돈으로 진행되는 거였지. 



둘은 결국 한 그룹으로 데뷔했다. 윤’호’의 H와 창’민’의 M을 따서 HM이라고 이름지은 밴드는 생각보다 더 반응이 뜨거웠다. 잘생긴 남자는 옳다. 잘생긴 남자가 둘이면 매우 옳다. 얼굴 잘생긴 밴드는 남자들한텐 욕먹기 싫지만 정윤호가 아마추어부터 쌓아온 경력은 또 그걸 상쇄시켜주었다. 물론 올드비 부심 부리는 남덕들의 경우 보컬이 노래 망치는 거 아니냐고 꼬나보는 것도 있었지만, 심창민은 앞에서 말했듯, 노래 실력이 꽤 괜찮았다. 앳되고 귀여운 소년에게 푹 빠진 소녀팬들과 남덕들이 충돌하는 문제도 있긴 했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둘이 사이가 안 좋다는 루머(라고 쓰고 사실이라 읽는)에 비하면 말이다. 원 소스가 어디인줄은 몰랐다. 뒤통수치고 나갔다가 철저하게 망한 과거 매니저쪽이 원한을 품고 낸 소문일 수도 있었고, 회사의 입싼 스탭이 범인일 수도 있었고, 팬들이 원천일수도 있고...경우의 수는 많았다. 그걸 따질 필요는 없었다. 원인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수습하냐였으니까. 여러 가수를 키워냈던, 그 중 이런 뜨거운 팬층을 거느린 아이돌도 있었던 회사는 그리고 이럴 때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리얼리티 촬영이요?”

“그 앞에는 왜 안 읽어, ‘두터운 친분을 과시하는’ 리얼리티 촬영.”


공중파 앞에서, 실컷 친한 척 하라는 얘기였다. 총 10회로 기획된 리얼리티 기획안을 읽는 정윤호와 심창민의 얼굴이 점점 찡그려졌다. 함께 사는 숙소 공개, 함께 장봐서 인테리어 하기, 집들이를 위해 함께 장봐서 식사 준비하기, 친구들 초대해 덕담듣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 다시 말하지만, 둘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데뷔하기까지 서로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었다. 그 점을 둘이 지적하자 매니저는 싱긋 웃었다. 그러니까, 이거 찍으면서 서로 친해지면 되는 거잖아.



*     *     *



(중략)




*     *     *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리얼리티의 마지막 촬영이 곧이었다. 10화. 둘이 함께 여행 떠나기. 데뷔한지 얼마 안 됐지만 부르는 곳이 많다보니 해외 공연도 몇 차례 해봐서 짐을 싸는 것은 익숙했다. 한 방에서 자는 것도 이렇게 익숙해지면 좋으련만. 그래도 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들어올 일이 없을 숙소였다. 리얼리티 촬영만 끝나면 도로 따로따로 얼굴 안보고 살게 해주겠다고 단단히 약속을 받았으니까. 그 땐 정말, 얼굴도 보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받아낸 약속이었는데. 



글쎄, 지금은 잘 모르겠다. 윤호는 창민이의 옆얼굴에 시선을 주었다. 처음엔 정말 싫었다. 갑자기 함께 오래 호흡 맞춰온 동료들이 떠난 것도 어이없는데, 알지도 못하는 애를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얘도 달갑지는 않았을 거다. 나만큼이나 당황스러웠을거다. 그걸 무조건 싫다고 한 것은, 그래. 내가 나빴다. 게다가 심창민은 나를 좋아한다고 했었다. 아니, 내 음악을. 아니, 생각해보니 나도 좋다고 했었다.  



‘네 노래 좋아했는데.’

‘정윤호, 좋아했다고.’

‘-나는, 좋아했었는데, 싫다고 하고.’



술에 취해서 웅얼거리던 심창민을 떠올린다. 그 때의 심창민은,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리얼리티에 나갔다면 다들 좋아했을 장면이지만, 아쉽게도 카메라는 그 모습을 담지 못했다. 자신만이 봤었다. 자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심창민을. 어쩐지 얼굴이 붉어져서 시선을 돌리고 몸을 반대쪽으로 돌려 누웠다. 



“- 안 자는거야?”



돌아눕는 동작때문에 깬건지, 본인도 잠을 못이뤘던 건지. 심창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계속 심창민을 보면서, 심창민을 생각한 게. 본인에게 들킬까봐서. 일부러 덤덤하게 목소리를 냈다. 



“내일, 여행가는 날이잖아.”


“그러네. 우리 리얼리티 마지막 촬영이네.”



그리고는 말이 없었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너도 나처럼 좀 아쉬운지. 너도 나처럼, 이 동거생활이 조금 편해졌는지. 이불을 뒤집어쓴 어깨는 좁았다. 저 어깨가 들먹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울고 있었다. 큰 눈에 가득 눈물이 고였는데, 엉엉 우는게 아니라 그냥 그렁그렁하게 매단 눈물을 주륵주륵 떨구기만 했다.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 몰라 그냥 눈물을 흐르게 만드는 것처럼. 그게 안쓰럽던 기억이 났다. 




그 때는 하지 못했지만, 어쩐지 지금은 또 그런 일이 있다면. 

자그마한 어깨를 토닥여 눈물을 그치라 위로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 까지 생각한 정윤호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모르겠다. 충동인지도. 

여행을 떠나기 전 싱숭생숭해서 그러는건지도. 다녀와봐야 알 일이었다. 

다녀오면, 그러면.. 



“다녀오면 우리 이제 이 숙소생활은 끝나는건가.”



아까까지 생각하던 것이 심창민의 입에서 흘러나와서, 정윤호는 순간 심장이 덜컹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겠지, 라고 답하는 목소리가 태연하지 않을까봐서, 정윤호는 많이 고생해야 했다. 



“그럼 이 숙소는 어떻게 되는거야?”

“글쎄, 계약이 끝나는 거니까 도로 예전처럼 돌려놓지 않을까.”

“아깝다, 우리 인테리어 한다고 고생했는데.”



그러게, 윤호는 회상했다. 둘 다 미술 쪽은 재능이 없다는 걸 절실히 통감했었지. 예체능은 다 통해서 음악을 잘하면 미술도 잘하고 체육도 잘한다는 이론은 거짓말이다. 



“저기, 벽에 붙여 놓은 것도 다 버릴까?”

“우리 폴라로이드 사진 모아놓은거? 글쎄, 방송국에서 경매나 이벤트 상품으로 가져갈지도.”



아, 그럴 수도 있겠네. 라는 심창민의 목소리는 정말로 생각 못했다는 듯 안타깝게 들렸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치 우리 둘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었던 것처럼 들리니까. 너도 나처럼 이렇게 둘이 있는 상태가, 편안해진 것은 아닐까 기대하게 되니까. 심창민은 나랑 같지 않다.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풋내기다. 능력이 있으면서 처세술이 뛰어나지 못한 사람처럼 잡아먹히기 쉬운 사람이 없다. 아니, 능력이 없지만 처세술만 있는 것보단 낫나. 그런 사람을 나는 안다. 그래서 내가, 데뷔 전에 혼자가 될 뻔 했고. 그 때 심창민이 있었고. 



나는, 너와 - 아니. 나는 생각을 멈췄다.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이라 그럴게다. 기대되서, 긴장이 되서.

내가 설마 너를, 

너를.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나는 스스로를 억눌렀다. 

어쩐지 이번 여행이 조용히 끝나지는 않을거같단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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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고 씁니다.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연예계물인데 술 먹은 김에 전력으로 질러보는. 

술 먹었으니까 퀄리티는 봐 주세요... 지...지각한것도... 저 중략 부분에는 여러가지 리얼리티 촬영 장면이 들어갈 것...

저는 동방신기 리얼리티를 보지 못해서 저길 채워넣질 못하겠네요 에셈 동방신기 리얼리티 좀 줘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레알 H&M으로 데뷔하는 남성듀오 있었으면 저는 가뜩이나 남성듀온데 호모 약어냐고 엄청 놀렸을듯. 

동방신기라는 이름은 좋은 이름이에요. 호민은 어떻게 이름도 호민인지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