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도훈X한동주





Bittersweet

(160813 #동방신기_전력_60분, 키워드 '버블티')




돈 많은 집은 적고, 돈 없는 집은 많다. 그리고 돈 많은 집에서도 ‘엄청 많은’ 집들은 또 아주 소수였다. 소위 대한민국 1프로. 그리고 그 소수의 특권층은 자기들끼리 다 교류하는 사이였다. 격에 맞는 집끼리 친분을 쌓고, 결혼을 하고. 뭐 그러다 보니 아슬아슬하게 근친이라는 선을 안 넘는 범위로 다 한 다리 걸쳐 연결된 모양새가 나왔다. 동인그룹이랑 백학그룹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았다. 한동주랑 백도훈도 그래서 참, 어렸을 때부터 만났다. 



“형이라고 불러.”


“누나가 동갑이라고, 친하게 지내랬는데….”


“너랑 나랑 한 달이나 차이나거든? 하루도 아니고 한 달 차이면 밥그릇으로는 백 그릇 차인거 몰라? 말대답하지 말고 동주형이라고 불러. 알았어?”



어릴 때의 한동주도 한동주였다. 고집 세고, 되도 않게 떼쓰기도 잘하고, 그리고 어지간히 멍청한. 하루에 밥 세 끼 먹는다 치면 한 달이면 210그릇이지 어떻게 백 그릇이 나와. 생일 한 달 빠르다고 형이라 부르라던 당시의 한동주는 정작 제가 동생 취급하려던 백도훈이 아는 것도 몰랐었다. 안타까운 건 그 때의 백도훈은 그걸 몰랐다는 거. 지금의 백도훈은 한동주가 그 때 아는 최대로 큰 숫자가 100이었을 거라는데 가진 주식을 다 걸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참으로 순진하게 생각했더랜다. 얘는 하루에 새 끼를 안 먹나봐, 그래서 백 그릇으로 계산했나봐, 라고. 그도 그럴 것이,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의 한동주도 진짜 빼빼 말라서. 



그렇게 참으로 순진하고 착하게 동주를 믿은 도훈은 동주를 형이라 부르며 따라다녔고, 그 결과 ‘형이라는 건 참으로 별거 아닌 거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동화책에서 형은 어려운 책도 술술 읽고, 무서운게 있으면 물리쳐주고, 하여튼 좋은 거는 다 할 수 있는 존재였는데. 동주는 전혀 아니었으니까. 무서운 걸 물리쳐주기는 개뿔. 같이 정원에서 놀다가도 혼자 픽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질 않나, 피가 나는 걸 보고 엉겁결에 도훈이 울음을 터뜨리자 저도 괜히 울어버리고는, 어른들이 달려와서 무슨 일이냐 묻자 제대로 설명도 못하고 ‘다 쟤 때문이야!’라고 씩씩거리는 바람에 전혀 혼날 일이 아닌데도 도훈이를 왜 모함하려 드냐고 괜히 옴팡 혼이 나질 않나. 웃기는 건, 그렇게 자기 행동으로 혼나는 주제에 동주는 그걸 도훈이 탓으로 생각하는 거 같았다는 거다.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말도 안되는 억지를 쓰는 주제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 큰 눈은 참 예뻐서. 도훈이는 뭐라고 하지도 못했다. 이건 형이 아니었다. 형보다는 오히려 철없고 애같고 말도 안듣지만 어쩐지 예뻐할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동생 같은 느낌이다. 누나밖에 없어서 동생이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동생은 말을 안 들어도 사랑스러운 거랬다. 딱 한동주다. 그렁그렁한 눈물을 닦아주고, 코 풀라고 흥 하며 손수건도 갖다대주고 싶고, 예쁜 입술에 쪽 하고 뽀뽀도 해주고 싶은 것도. 다 동생 같아서 그런 거겠지. 




*




(백도훈 기준) 유치하고 철없고 떼도 잘 쓰는 한동주가 어른스러움을 어필하는 구석은 딱 하나였다. 백도훈이 못 먹는 ‘어른의 맛’을 자기는 안다는 거. 



“넌 이거 못 먹지?”



재벌가 도련님 치고도 과하게 순하고 착한 백도훈은 거짓말을 못했다. 뻔히 의도가 보이는 동주의 질문에도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사실이었으니까. 아메리카노 따위. 너무 썼다. 도훈이는 코코아가 더 좋았다. 가끔 감기 걸렸을 때 먹는 약도 싫은데, 뭐하러 아프지도 않은데 저런 쓴 걸 먹어야 한담. 단 게 좋았다. 코코아, 사탕, 젤리…. 



“그러니까 넌 아직 애인 거야.”



평소 행실은 더 애같은 주제에. 고작 커피 하나 먹을 줄 안다고. 도훈이는 동주가 가소로웠다. 유치하긴. 딱히 표현은 안했지만, 은연중에 그 분위기가 느껴졌는지 동주의 눈이 세모꼴이 됐다. 너어, 지금 나 무시했어? 정작 먼저 무시하려고 했던 건 자기인 주제에. 도훈은 동주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한동주는 혼란덩어리였으니까. 매번 먼저 사고를 치고, 시비를 걸고, 트러블메이커인 주제에 정작 싸우고 나면 이쪽이 죄지은 기분을 들게 만드는. 그래서 묵묵부답으로 대했는데, 이상하게 동주는 그 반응에 더 서러워하는 거 같았다. 나중에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도훈을 콱콱 때렸는데, 아프지도 않았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지만 어른들 보기엔 그게 아닌 거 같았다. 놀라서 달려나온 동주의 어머니가 동주의 등짝을 세게 때렸다. 자기가 동주한테 맞은 것보다 더 아플 것 같았다. 맨날 떼쓰고 울던 동주는 놀랍게도 그렇게 세게 맞았는데도 울지 않았다. 대신에 도훈에게 날을 세웠다. 



“너따위, 진짜 싫어!”



내가 다 미안하다며 동주의 어머니가 동주를 끌고 갔다. 도훈이는 그 자리에 남았다. 함께 달려 나왔던 누나가 괜찮아? 라고 물었고 도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걔가 던지던데. 누나가 주워준 것을 받아들었다. 초콜릿이었다. 꽤 비싸 보이는, 고급스러운 모양새를 한 그것은 누군가의 손 안에서 꼭 쥐어져 있었기라도 했는지 어린 아이의 손자국이, 포장에 짙게도 남아있었다. 




*



한동주는 어릴 때 모습 고대로 자랐다. 커서도 한동주는 그대로 한동주였다. 그 쉬운 수능을 세 번이나 망쳤단다. 체육특기생으로 수시합격해 대학에 들어가면서, 최저등급만 채워도 되는 걸 굳이 올 1등급을 찍은 도훈으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성적이었다. 그래도 딱히 걱정은 안 됐다. 어차피 재벌집 아들인데. 



“동인그룹 한 회장님 손자 동주 알지? 걔 가게 냈대.”



그렇다니까. 회사 주면 말아먹을 것 같으니 가게 차려준 건가. 그 건물도 동인그룹 거라는데. 장사 말아먹어도 세 내느라 허덕일 필요도 없고. 금수저가 좋긴 좋아. 자기도 금수저인 주제에, 어릴 때 한 번 되게 싸운 후로 안 본 거 같은 상대를 막연히 기분나빠하는 도훈에게 누나는 임무를 주었다.



“나는 바쁘니까. 네가 화환 들고 가서 인사나 해. 그 집하고 관계 생각하면 모른척 넘어가기도 그렇잖니? 게다가 가게 위치도 우리 회사 근처란 말야.”



나이대도 비슷하겠다 네가 다녀오라는 어딘가 기시감 느껴지는 누나의 말에 난 화분을 들고 찾은 가게는 의외였다. 술집, 아니면 개인카페. 그런 류일줄 알았다. 제멋대로 해도 개성이라는 류로 묻어갈 수 있는. 그런데 의외다. 프랜차이즈다. 그것도 의외로 시류를 탄 아이템. 



“버블티?”


“버블티 첨 봐?”



깜짝이야. 십 여년 넘게 만난 적이 없는데, 무슨 바로 어제 만난 사람처럼 태연하게 말을 걸어와서 깜짝 놀랐다. 그게 또 바로 한동주인 걸 알아보는 제 눈도 용하다. 아니, 이건 못 알아보면 눈이 파업한 거다. 계속 하는 말이지만, 어릴 때랑 하나도 안 변했다. 눈은 여전히 크고 동그랗고 그렁그렁하고. 뺨은 좀 젖살이 빠졌나. 그래도 여전히 성격하고 다르게 사랑스러운 인상이긴 하다. 인상만. 성격은 빼고. 기껏 축하해 주러 왔는데 저 날 세운 태도라니. 



“자, 개업 축하.”


“감사. 뭐 별건 없지만, 한 잔 마시고 갈래?”



웬일이야. 한동주가 저런 말도 하고. 가게 하나 여니 갑자기 서비스 의식이 샘솟나?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준다는 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뭘로 먹을래. 블랙티? 타로?”


“…초콜릿.”



단 게 좋다. 나는 비웃음이 터질 걸 예상했다. 그 어릴 때도 쓴 맛 싫어한다고 놀려대던 녀석이니 커서는 어련하겠어.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다. 웃긴 웃는데, 고소보다는 미소에 가까웠다. 



“뭐야, 그 반응.”


“아니, 그냥. 여전하다 싶어서.”



너만 하겠냐만은. 그래도 그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시비걸러 온 게 아니라 축하해주러 온 거니까. 대신 “사이즈 점보로.”라고 말했다. 한 턱 낼 것처럼 말하지만, 한동주 성격상 아마 분명히 계산 시킬 거다. 기왕이면 비싼 걸로 팔아줘야지. 사실 뭐, 애초에 한 잔에 만 원도 안 하는 걸로 팔아준다 생색내기도 그렇기는 하다. 




*




정말 개업만 한 상황이라, 아직 아르바이트생도 안 뽑았다며 제 손으로 버블티를 만들어 온다. 어릴 때 항상 사고만 치던 인상이 강해서 그런가, 주방에서 대형사고 터뜨리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능숙하게 만들어온다. 프랜차이즈 시스템 대단하네. 한 모금 먹어보니 의외로 맛도 있다. 



“장사 잘 되겠네.”


“오.”


“아이템 잘 고른 거 같다. 주택가보단 직장인들 상대하는 곳이라 개인카페보단 프랜차이즈가 이래저래 인지도도 있고. 카페는 있지만 버블티 파는 곳은 없어서 경쟁상대도 없고.”


“딱히 그런 거 생각하고 고른 건 아닌데.”



그냥 찍어서 낸 게 시류를 잘 탄건가? 하긴, 한동주가 그렇게 머리 굴려가며 가게 낼 애는 아니지. 피식 웃으며 나는 빨대로 버블을 쭉 빨아당겼다. 초콜릿의 단맛과 쫄깃하게 씹히는 타피오카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당분 때문에 노골노골 마음이 풀려서, 십년 넘게 교류도 없었던 애한테 다짜고짜 결혼식 초대를 날린 건.



“나도 초대 하나 하자. 곧 나 결혼할거야.”



진짜, 안 그래도 에어컨 틀어놔서 시원한 가게 안 온도가 순간 영하로 추락한 것 같았다. 한동주 표정이, 아주 그냥. 누구 옆에 있으면 하나 죽일 것 같고. 



“…결혼?”



목소리는 왜 또 그렇게 떨리고.



“응. 주다해라고. 이뻐. 나중에 여기 데리고 와서 소개시켜줄게. 걔도 우리 회사 다니거든. 가게랑 우리 회사랑 가까우니까…야, 너 왜 그래?”


“…웃기네, 진짜.”



입술에서 피가 날 정도로 깨문 한동주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또 기시감이 느껴진다. 저 표정, 본 적이 있다. 



‘너 따위, 정말 싫어!’


“백도훈. 나 지금 갑자기 기분 안 좋아서, 너 볼 기분 아니니까 좀 가라.”



갑작스런 축객령이 떨어졌다. 시원한 가게 안에서 갑작스럽게 쫓겨난 내 손에는 여전히 버블티가 들려있다. 점보사이즈로 사서, 아직 초콜릿 음료도 버블도 넉넉하게 들어있는. 빨대로 그걸 한 번 더 빨면서 나는 생각했다. 한동주, 하나도 안 변했다고. 지 기분대로 손님마저도 쫓아낼 만큼, 제멋대로에 기분파에. 




*



그리고 한동주는, 기분파답게 또 사고를 쳤다. 내가 다해와의 결혼을 허락받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을 때였다. 누나가 가볍게 말을 흘린 것은. 



“동인 그룹도 결혼 때문에 난리더니.”


“왜?”


“소문 못 들었어? 한동주, 결혼했대.”



자기 과외 해주던 여학생하고. 부모님들도 반대했는데 자기들끼리만. 넌 그래도 그 정도로 막장은 아니라 다행이다. 하긴 그러기만 해봐, 너 허락 없이 제멋대로 걔 호적에 올리면 네 호적까지 파 버릴 거니까. 누나의 말이 이상하게 잘 안 들렸다. 한동주가 결혼을 했다니. 그럼 내가 청첩장을 보내면 한동주가 자기 부인하고 같이 축하해주러 오는건가. 왜 싫지. 그냥 걔가 오는게 싫은건가. 그건 아닌데. 그랬으면 애초에 다해 얘기 하지도 않았을텐데. 뭐지, 이런 기분. 



‘너 따위, 정말 싫어!’



어렸을 때, 그 말을 들었을 때랑 좀 기분이 비슷한 것 같다, 고 도훈은 제 가슴께를 꾹 내리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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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못이 짧은 시간에 써갈기려니 글이 불친절해서 설명충짓. 

동주는 도훈이 좋아하는데 츤데레라 표현을 잘 못함. 그래도 노력함.

단거 좋아한다고 도훈이 놀리면서 초콜릿도 주고 싶어했고, 도훈이 단거 좋아하는거 아니까 도훈이 회사 근처에 달디단 음료가게 내고. 

근데 도훈이랑 핀트가 많이 안맞음. 놀리는것도 진짜로 놀리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너 이런거 없지 츤츤하며 초콜릿 주지도 못하고 너 싫다며 던져야됐고.

나이 먹어서 원래는 좀 더 근사하게 화해하고 싶었는데 수능 세 번 떨어지고 더 늦으면 얘가 내 얼굴 까먹겠다고 위기의식 느껴서 급 가게내는걸로 전환한거.

근데 가게 차리고 화해하고 회사도 가까우니 자주 놀러와 할랬는데 도훈이가 거기서 급 폭탄선언을 했고

동주는 홧김에... 도훈이가 맨날 지멋대로라고 충동적이라고 까는 성격 그대로 홧김에 다지랑 결혼해버림... 은 파목 원작대로 곧 이혼하겠지만ㅇㅇ

도훈이도 동주 좋아하긴 하는데 핀트가 많이 안맞고 해서 그게 사랑이라고 자각을 못하는 거니까 빨리 자각하고 주다해 대신 한동주랑 인생 사는걸로.. 그년은 안된다... 



전력 말고 연재를 해야되는데 더워서 전력도 간신히 참여한게 현실. 

짤은 도훈이랑도 동주랑도 관계없는 대만밀크티 동방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