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프 윤호X평론가 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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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잠들었다. 잠이 든 채로 나는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가지 말아요. 편지에 썼던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 배수아, 병든 애인




Catch Me


(160716 #동방신기_전력_60분, 키워드 '아이스크림')





사랑스럽고 예쁜 것들은 오래 가지 않는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대요, 라면서 떡 대신 종류별로 담아준 아이스크림은 고작 햇빛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서 흉하게 흐물흐물 녹아버렸다. 녹은 것은 아이스크림만이 아니다. 우리의 사랑도 그랬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은 참 허무하게도 사라졌다. 너 때문이다. 네가 사랑스럽고 예쁘기 때문이었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내 눈이 타버리는 줄 알았다. 이게 뭐지, 라고 순간적으로 의문을 떠올렸고 뇌는 그 답을 찾아내려 했다. 그리고 보여준 것은 뜻밖에도 성경이었다. 성경에서는 이미 그것이 어떤 현상인지, 수많은 선례가 기록되어 있었다. 감당할 수 없는 존재를 본 인간들. 그러니까 신이라던가, 혹은 천사라던가. 그래, 처음 내 눈에 너는 천사였다. 크고 동그란 눈엔 천사처럼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고, 입가엔 천사처럼 달콤하고 수줍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까르르, 소리를 내어 웃으면 세상 모든 것이 그 가뭇없는 사랑에 빛을 머금었다. 



나는 너를 위해 살고 싶었다. 지금이 중세였다면 나는 너의 기사가 되었을 것이다. 너를 위해 검을 휘두르고 너를 위해 전쟁에서 죽었을 것이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기사들이 자신의 주군을 위해 서약하고 검을 휘두르는 시기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너를 내 주군 대신 뮤즈로 삼았다. 너를 만나기 전에도, 나는 이미 최단기로 수습생 시절을 졸업하고 꽤 커다란 레스토랑에 내 파트를 갖고 있었다. 다만 그 때의 나는 요리를 잘 만드는 기술자였다. 빠른 속도로 주문을 소화했고, 메뉴를 맛있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게 다였다. 내가 보조를 맡았던 데미쉐프는 말했다. 조금 더 손님을 사랑하라고.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손님은 손님이었다. 그들은 내게 돈을 주고, 나는 그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너를 만난 이후에 나는 왜 손님을 사랑해야 하는지 알았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게 많아졌다. 나는 너를 위해 정말 뭐든지 하고 싶었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고, 더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서. 너를 더 웃게 해주고 싶어서. 너는 항상 레스토랑에 오는 것은 아니었다. 빠르면 일주일 만에, 바쁘면 이주일 혹은 한 달 만에. 마음 같아선 매일매일 보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기에, 그 드문 기회에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먹이고 싶지는 않았다. 너는 먹는 것을 좋아했고, 무엇을 주든 행복하게 먹었지만, 그 음식이 최선이 아닌 것은 내가 더 잘 알았기에. 시간이 급해 플레이팅에 실패했음에도, 소스로 얼버무린 접시를 너에게 주었던 언젠가, 나는 내 손목을 자르고 싶었다. 그렇게 너에게는 최고만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너를 나는 아끼고 귀애했다.



그저 어떻게 더 완벽하게 요리를 만들까, 하던 생각이 그 언제부턴가 네가 더 좋아할 메뉴를 생각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네가 가을 단풍을 보지 못하게 되어 아쉽다고 했을 때 나는 밤을 이용한 디저트와 붉은 단풍을 접시에 재현한 파스타를 창작해 레스토랑의 계절메뉴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올해는 새우가 잘 된 것 같다고, 새우를 좋아하는데 새우 가격이 싸서 너무 좋다고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을 땐 새로운 아뮤드 부쉬 메뉴를 개발했다. 첫 메뉴부터 네가 좋아하는 새우가 나오는 것에 안 그래도 큰 눈이 확 커지며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그렇지만 나를 가장 열심히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질투심이었을 것이다. 


참치를 좋아하는데, 어느 레스토랑의 셰프가 참치 요리를 그렇게 잘해서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하는 네 재잘거림을 들은 날 이후로 나는 한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어떻게든 그 가게보다 더 맛있는 참치 요리를 만들려 밤을 새워서. 주변 사람들은 나를 말렸다. 아무래도 참치 같은 재료는 조리법보다는 원 재료가 얼마나 좋으냐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네가 가보고 싶다고 한 레스토랑은 아예 참치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 내가 속한 레스토랑과는 비교도 안 되게 좋은 참치를 들여오는 곳이니 더 맛있는 메뉴를 만들어내겠다는 내 계획은 무리가 아니냐고. 나는 그래도 해야 했다. 그건 요리사의 자존심이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내 자존심이었으니까. 분자요리 파트의 요리장에게 가서 사정했다. 정통적인 방법에서 안 된다면, 새로운 미래의 요리 방법에서 나는 답을 찾고자 했으니까. 그렇게 해서 만든, 참치를 에스푸마로 만들어 리치하고 고소한 맛을 가벼운 식감으로 즐길 수 있게 한 요리를 너는 참으로 즐겁게 먹었다. 그 요리가 나를 드디어 데미셰프의 자리에 앉게 해 준 것은 너의 그 환한 미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의 사랑은 나를 더 높은 곳에 올려주었다. 사랑하기 전엔 그토록 닿고자 하던 목표였는데, 사랑한 이후에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했다. 



어쩌랴, 네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는데. 


나에게 사랑을 깨닫게 한 너는 그만큼 예쁘고, 반짝거렸고, 사랑스러웠다. 이미 말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1초에도 수백번 아니 수천번 네가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세상에 외치고 싶었다. 눈앞에 보이는 네가 그토록 빛나는데 어떻게 아니 그럴까. 네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꼭 그만큼 네가 보고 싶다고 외치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네가 없을 때, 주변 사람이 지긋지긋해 할 만큼 네가 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때론 의아해했다. 



왜 누구보다 재능있고, 맛있는 요리를 할 줄 아는 쉐프가 

단 한 접시조차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을 그렇게 사랑하냐고. 



*



너는 세상 누구보다 예쁘게 웃는 아이었다. 

설사 네가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더라도 말이다. 


또 너는 세상 누구보다 음식을 행복하게 먹는 아이었다. 

적어도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너와 나는 더 일찍 만났어야 했다. 



너는 미식평론가였다. 너만큼이나 너의 글은 달콤하고 예뻤다. 네 글을 읽고 있으면, 향긋한 향기가, 풍성한 육즙이 흑색의 글줄 사이에서 살아나 펄펄 날뛰었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야들야들하게 구워낸 고기가 녹아내리듯 잇새로 씹혀 사라지는 것을, 갓 따낸 봄의 여린 새순이 사각거리며 상큼하게 씹히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네 글이었다. 그래서 너는 어떤 레스토랑에도 정착하지 않았다. 곳곳의 식당을 돌며 새 요리들을 만나고, 새 셰프들을 만나 평가하는 것이 너의 일이었으니까. 


누구보다 맛있게 먹고, 누구보다 음식을 즐기던 네가 병을 얻은 것은, 그리고 그 병으로 인해 잃게 되는 수많은 것들에 미각이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였다. 누구의 뜻이고,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네가 아픈 이후로 나는 수없이 고민했다. 내가 고민했던 이유는, 내가 그 누구에게 감사해야할지 혹은 그를 증오해야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누군가 때문에 너를 만났다. 너는 병을 선고받고, 평론가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네가 병이 나을 확률은 고작 29퍼센트에 불과했고, 그 29퍼센트를 위해 하는 치료는 너의 미각을 서서히 빼앗아갈 거라고 했으니까. 너의 글을 사랑했던 독자들과 네가 글을 기고하던 편집장은 너를 붙잡았지만, 누구보다 예민한 감각으로 글을 써내던 너는 둔해진 감각으로 기사를 쓰는 너 스스로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는,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던 일탈을 시도했다. ‘단골 식당’을 만드는 것이었다. 


평론가는 공정해야 한다. 그래서 너는 친한 셰프도, 자주 가는 단골 식당도 만들지 않았었다. 그랬던 네가 처음으로 일탈을 시도할 마음을 먹었을 때, 내가 근무하던 레스토랑이 바로 네 코앞에 있었던 것은 지독한 행운이었다. 잘 먹었다 인사를 하고, 다음에도 당신의 음식을 먹고 싶다 웃으며 이야기한 셰프가 하필이면 나였던 것은. 글쎄, 무엇이라 해야 할까. 나는 내가 이 세계를 창조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억 혹은 수조 명의 생명을 살게 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이런 축복을 받을 수 있었을까. 



혹은 나는 생각한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결국 죽는다. 나는 그에게 절대로, 내 음식을 완전하게 맛보일 수 없다. 왜냐면, 나와 만났을 때 그는 이미 미각을 잃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에 대한 사랑으로 만들어진 내 요리는, 절대로 그에게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내 사랑은, 절대로 그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


그는 죽어가고 있다. 내가 고백했을 때 처음 그가 보인 반응은 분노였다. 병에 걸려 죽어가는 환자임에도 늘 꽃처럼 어여쁘게 웃던 그가 보인 반응 치고는 상당히 격했다. 이 모양 이 꼴이 된 나한테 그래봤자, 평론가로서 나를 띄워줄 수는 없다고. 그러니 스타셰프가 되고 싶어 그러는 거면 좀 더 잘 나가고 건강한 다른 평론가에게 말해보라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공들여 끓여낸 콘소메를 가져왔다. 오랜 시간 끓여낸 콘소메는 맛있지만, 그만큼 많은 거품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거품은 진득진득하니 꽤 보기 흉한데다 맛도 없으므로 그를 제거해야 황금빛 맑은 스프의 맛과 모양새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제거에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오랜 시간 동안 오랜 정성을 들여 끓여내는 음식의 의미를 그는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건 내 두 번째 고백이었고, 그는 두 번째 고백에는 화를 내는 대신 울었다. 그는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나를 떠밀었다. 나는 절대로, 당신이 정성을 쏟아 만든 이 음식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고. 나는 상관없다고 했다. 그는 거절하고 자리를 떴지만, 가게에 발을 끊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가 올 때마다 마음을 담아 음식을 내놓았다. 미각을 잃었을지언정 그는 유능한 평론가였다. 그는 내 고백을 알아들었다. 한 번도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나를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여전히 이 레스토랑의 단골이었고, 나는 그의 지명 셰프였으며, 그는 내가 내놓는 음식을 모두 비우고는 했다. 그래서 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내 음식의 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더라도, 내 음식을 모두 먹어주니까. 


노력하니까, 노력만으로 괜찮을거라고 생각한 것은

얼마나 나이브한 생각이었던지.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너지만 네 얼굴은 갈수록 해쓱해졌다. 

여전히 너는 내 앞에서 접시를 비웠지만, 네가 그걸 토해내는 시간은 점점 빨라졌다.

여전히 너는 가게에 왔지만, 그 오는 주기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많이 싸웠다. 너는 처음 내 고백을 받았을 때처럼 계속 나를 밀어냈다. 너는 내 고백에 승낙한 적이 없다고,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왜 그럼 너는 여전히 내 음식을 먹고 나를 보러 오는 거냐며, 너 스스로 아는 답을 부정하지 말라고 화를 냈다. 너는 겁쟁이라고. 떠날 것이 두려워 시작도 하지 못한다고. 너는 네가 상처를 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라고 하지만, 그 핑계로 더한 상처를 나에게 입히고 있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너는 웃었다. 눈물 같은 웃음이었다. 


‘치료는 실패했어.’

‘나는 3개월 내에 죽을거야.’

‘겁을 내지 않는다면 이미 나는 미쳐있는 거겠지.’


나는 부탁했다. 차라리 미쳐달라고. 나는 이미 네게 미쳐있으니. 


*


그러나 너는 미치지 못했다. 


*



나는 네게 약속을 받아냈다. 그렇게 나를 남기고 가는 것이 미안해 우리 관계를 시작하지 않는 거라면, 내가 널 미안하지 않게 만들어주겠다고. 네가 나를 괴롭게 할 그만큼, 내가 미리 너를 괴롭히겠다고. 네가 살아있는 동안 내 멋대로 해버릴 테니 사랑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말아달라고. 나는 그래서 내 멋대로 했다. 치료과정 동안 쭉쭉 내리는 살 때문에 나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나는 굳이 갔다. 네가 토할 땐 손으로 그걸 받아냈다. 그는 나를 밀어냈지만 나는 ‘내 멋대로 해도 된다고 했잖아’라고 했다. 네가 싫어해도 나는 여기 있을 거라고. 네가 아파하는 모습은 나까지 아프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곳에서 아파했다면, 나는 내가 모르는 너를 알고자 자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나에게 미안해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너는 아파하는 네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지독히 싫어했다. 



입버릇처럼 너는 말했었다. 내게 죽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했다. 아아, 너는 어쩌면 이렇게도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절대 사랑한다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 것일까. 예쁘고 건강한 모습으로만 나를 기억해주면 안되냐고 애원하는 너를 나는 꼭 끌어안았다. 놓고 싶지 않았다. 큰 키가 안쓰러울 만큼 바짝 말라버린 네 몸이 어느 순간 무게를 잃고 스러져버릴까, 하루 종일 껴안고 있고 싶었다. 껴안고서는 울었다. 지지리도 말 안 들어, 너. 내 멋대로 하게 해달라고 했잖아. 네가 싫어해도 해버릴 거라고 했잖아. 



그렇지만 네가 나에게 반항하지 않는 것도 슬픈 일이었다. 그건 네가 점점 잠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잠자는 너는 평소의 너와 다르게 내가 껴안아도 투정부리지 않았지만, 나는 의식있는 네가 투정부리는 게 차라리 좋았다. 잠든 네 숨소리가 가냘플 때면 코 밑에 손을 대 약한 숨을 확인할 때까지 심장이 덜컹 떨어지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차라리 울고불고 떼를 써도 화를 내도 좋으니 네가 눈 뜨고 나 보는 시간이 길어졌으면 좋겠다고. 나는 그렇게 말했고 그는 엷게 웃었다. 



그리고 그는 끝까지 내 소원 하나 제대로 들어주지 못했다. 


그 날은 정말 평범한 날이었다. 소설이며 영화에선 잔뜩 앓다가 갑자기 멀쩡해져서 그런 말을 한다. 그래서 나는, 내게 그런 일이 닥쳤을 때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절대로 그가 죽음을 앞뒀을 때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그는 언제나처럼 아팠고, 언제나처럼 많이 잤고, 언제나처럼 그러다 부스스 눈을 떴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내게 요리를 주문했다. 다만 이번에 주문한 것은 내 요리가 아니었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나는 수제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은 그게 아니었다. 모 아이스크림 전문점의, 수십가지 맛을 제공하는 가게에서 가장 큰 통을 사다달라고 했다. 전문점이라고 해도 잔뜩 만들어 대량으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가게다. 분명 싸구려 색소가 잔뜩 들어간 맛일텐데. 아무리 그가 미각을 잃어도 나는 그에게 그런 음식을 먹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꼭 그게 먹고 싶다고 말했다. 제일 큰 통을 사면 맛을 여섯가지나 고를 수 있대. 뭘 먹으면 좋을까. 초롱초롱 빛나는 그의 눈동자에 나는 결국 지고 말았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그에게 그 회사의 아이스크림 메뉴들을 보여주었고 그는 좋아하는 맛을 골랐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딱 맞네. 다녀와.


빨리 올게.


나는 정말로 빨리 왔다. 남들에게 길다 소리 듣는 다리로 잽싸게, 가장 가까운 가게로 달려가서, 최대한 빠르게 주문을 줄줄 읊고, 포인트 적립이고 뭐고 점원이 생긋 웃으며 아이스크림을 내밀자 마자 그를 받아들고 왔다. 드라이아이스도 제대로 시간을 맞춰 넣지 못했다. 정말 코앞이었으니까. 그게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수제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낮은 영하에서 보관돼 어느 정도는 버티는 아이스크림이지만, 제대로 포장하지 않아선지 아이스크림은 줄줄 녹아 흘렀다. 아니다. 아이스크림은 여기 병실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분명 녹지 않고 있었다. 그가 나를 오랫동안 세워놓아서, 그래서 녹아 흐른 거다. 어느쪽이 맞는지 따질수가 없다. 



그가, 숨을 쉬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손에서 툭 하니 아이스크림이 떨어졌다. 이럴 리가 없었다. 아무 예고도 없었는데. 갑자기 말이 또렷해진 것도 아니고… 오늘은 숨이 멎었다 돌아온 것도 아니었고… 



가지 마.

나는 몰랐단 말이야. 이러면 안 되잖아. 너는….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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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오랜만의 전력! 분명 처음 키워드를 보고는 와 초코에 딸기를 섞어 무적의 맛으로 알콩달콩 귀여운걸 써야지ㅇㅅㅇ* 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결과가...?

시간 내에 맞춰 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내용을 엎으며 + 제목을 뭘로 정하지.....라는 함정에 빠져 또 고민하다 또 대지각을 하고 말았...

결국 마지막에 가지마 하나 했다고 캐치미로 짓는 영문모를 짓을 할 거면서 (쑻) 퀄까지 이따우라 제가 매우 죄송한....

비와서 꿉꿉한 날 꿉꿉한 글을 보셨을 모든 분들께 배꼽사과하며 그래도 짤은 상큼한 오빠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