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이동연의 케이팝 오디세이 1편 - 케이팝의 경이적인 팬덤(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20103100911)에 대한 반박글입니다.




'노예'가 되기를 자처한 JYJ, 그들의 운명은…
[이동연 교수 칼럼 반박] 케이팝의 '경이적인' 팬덤?



해외에서 유행하는 케이팝이라는 것은 애초에 아이돌 음악을 주류로 하고 있다. 검증된 음악 실력이 아닌, 케이팝 특유의 면모가 주목을 받은 경우다. 그러한 해외 케이팝 유행에 불씨를 당긴 것은 유튜브의 발달이다. 기존 서양의 아이돌 음악과는 확연히 다른 '퍼포먼스'와 중독적 멜로디의 결합을 영상으로 접하는 것이 용이해지면서, 케이팝은 급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해외 언론들은 어떻게 국내 아이돌 그룹들이 그토록 노래와 퍼포먼스 양쪽에서 실력을 갖출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기획사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아이돌 그룹들은 열심히 노력해 글로벌 스타가 되었고, 기획사들은 그 글로벌 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커버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리고 때때로 이 논쟁은 엉뚱한 곳으로 빠진다. 국내 기획사가 소위 '노예계약'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그룹이 있기 때문이다.


혐한들은 케이팝 열풍에 우리나라 정부가 개입되어 있다고 말한다. 국내 예산 중 문화관광 분야에 투자되는 부분이 몇 퍼센트인지, 그리고 그 중에서도 케이팝에 지원되는 분야는 몇 퍼센트인지, 그 중에서 방송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기획사로 가는 것이 몇 퍼센트인지. 그러한 자료들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SM에 들어간 지원금액에 대한 것도 더 알아볼 필요는 없다. 특별예산 편성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니 오히려 이미 짜여진 예산 중, SM이 조건이 되어 예산을 신청해 타갔을거다 - 라는 추측을 하면 기획사의 알바로 몰리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 기획사는 절대자다. 소위 케이팝 열풍으로 인해 뜨자 방송국에서 달려들어도 기획사에서 거부하지 못하는 '을' 위치에 있음은 보이지 않는다. 기획사와 아이돌들이 아무리 컨텐츠를 열심히 만들어도, 유통 및 배포과정에서 그 이익이 엉뚱한 사람들한테 가는 현실 역시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서 가장 큰 기획사라고 해도 시총에 비해 그 회사 규모는 턱없이 작다는 것 역시 주목할 필요는 없다. 그들은 귀를 막고 주장한다. SM은 방송국과 국가를 움직이며, 그로서 자신들의 노예계약을 정당화시키고 있다고. 왜 그래야 할까, 왜 그들은 억지로 자신들을 노예로 만들며 전혀 강하지 않은 기획사를 국가 위에 두려 노력하는 걸까.



칼을 꽂고 나간 JYJ


JYJ는 도망자다. 성경에도 도망자의 이야기가 있다. 최초의 형제살해자인 카인의 이야기다. 카인은 죄없는 동생을 죽였고, 그 이유를 신이 동생을 편애했다 주장했다. 그로 인해 카인은 쫓겨나 이방자가 되었다. 신은 카인에게 누구도 그를 죽일 수 없는 권리를 주었고, 카인은 자신의 족속을 건설했다. 그러나 성경 내에서 카인의 족속은 그들의 번영과는 상관없이 끝없는 이방자다. 


JYJ의 이야기를 이 구도에 넣어도 말이 된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다. 그들은 동료의 등에, 나아가 회사의 등에 칼을 꽂고 나왔다. 맨땅에 헤딩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여 간신히 만들어놓은 자리를 혼자 독점하려 들었다. 자신들과의 계약을 위해 일본기획사가 SM에 손을 끊도록 요구했다. 예전까지의 동료, 선배, 회사 직원들은 그들에게 있어 안중에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적어도 서로 갈라진 동료가 '기획사의 애정'을 받아 제 이득을 취하기 위해 배신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진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 이야기를 한 대상은 팬덤이었다. 동방신기는 분명 아시아 곳곳에 팬덤을 거느린 강력한 아티스트였지만, 그들은 대중형 가수보다는 팬덤형 가수였다. 그 팬덤에게 '저 둘은 적이다'라는 암암리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그야말로 한때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었던 이들을 적으로 돌변시켜 그 손으로 옛 동료를 파묻으려 한 짓이나 다름없었다. 


기획사는 그러한 파렴치한 행위를 말릴 수 없었다. 그들은 동방신기였고, SM이라는 기획사가 쌓아온 모든 노하우를 투자해 공들여 만든 걸작이었다. 그래서 SM은 쉽게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심리후기에서 상대방이 말하는 조건을 수정할 수 있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한 사장은 절실했다. 그들은 어떻게든 좋게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고, 그래서 일방적으로 선과 정의가 언론과 팬덤에 의해 만들어지는 현실에 대해서 침묵했다. 기획사는 소송의 당사자였다. 신이 아니었다. 심판을 내린 것은 법정이었다. 법정이 결정한 것은 가처분이었다. 소송이 끝나지 않았지만 소송은 길어질 것이었고, 법정은 추후 결과와는 상관없이 셋의 직업이 '아이돌'인 것을 감안하여 소송 기간동안은 일할 수 있다고 결과를 내 주었다. 단, 역시 소송 중이니 '이중계약'은 안된다는 조건을 붙여서. 하여 JYJ는 그들만의 제국을 건설했다. 새로운 그룹명을 만들어 붙이고, C-jes라는 에이전시와 계약해 음반을 내고 드라마를 찍고 광고를 냈다. 그러나 낙인은 있다. 여전히 그들은 소송중이니 어쩔 수 없다. 재판은 끝나지 않았고 그들이 받은 것은 '가처분'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불행하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소송을 걸고 그들은 행복하다고 자신들의 사적 공간에 즐겁게 글을 적었다. 일본 활동이 정지된 후에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 답답하다, 라는 말이 늘어난 것도 흥미롭다.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을 정말 하지 못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음반을 냈고, 콘서트를 했고, 드라마도 찍었고, CF도 찍었다. 축하무대가 유일한 방송활동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브라운관에서 참 자주 보는 얼굴이 되었지 않은가. 35만여 장의 기록을 세웠다고 하지만 그 기록 뒤에는 괄호 안 선주문, 이라는 말이 빠져있다. 음반과는 별개로 그들의 활동이 제약되는 것은 '기획사의 조직적 방해'보다 훨씬 쉬운 답안이 있다. "소송중이라는 특별상황." 방송국에서 스스로 복잡한 문제에 개입되기 싫어한다는 의견은 역시 누군가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이야기한다. 라디오에서 심의신청을 하지 않아 틀 수 없다, 는 이야기는 없는 일이다. 가사로 인해 심의에 걸리는 것도 오로지 JYJ에게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 활동곡은 심의에 걸린 곡과는 전혀 다른 곡이었다. 활동곡을 들고 나갈 수 있으니, 굳이 심의에 걸린 그 곡을 이슈화하며 음악방송에 나가지못하는 이유를 그 곡의 때문으로 교묘하게 돌릴 필요는 없었다. 하다못해 그 곡으로 음악 방송에 나가고 싶었다 하더라도, SM에서만도 심의에 걸린 가사를 고쳐서 다시 재심의해 활동한 일이 여러차례였음을 생각하면 방송에 나가지 못한 것이 그 심의 때문이라고 '석연치 않다' 우기는 누군가들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 수 있다.


JYJ는 불공정계약이라고, 수익분배가 불투명하다고 노예계약이라는 과격한 용어를 사용해가며 피해자라 주장했다. 과격한 말에 언론은 이를 집중적으로 주목해 3인을 피해자, 투사 자리에 올려주었다. 팬덤 역시도 SM이 나쁘다 외쳤다. 그리고 소송이 진행되며 그 내용 중 많은 것이 그들의 말과는 달랐음이 드러났다. 가족에게도 안 해준다는 가불을 회사가 해주고, 회사에 돈이 없자 회사 이름으로 가불해서 빌려줄테니 은행 이자만 갚아달라고 한게 "가불송"으로 돌아왔다. 정산 자체가 분기를 지나야 이뤄지는데 그 시스템 자체도 이해하지 못해 올해 내가 왜 이만큼 벌었는데 이만큼을 못 받아? 발끈해 소송을 걸고, "이자를 나에게 내라고 했어요!"라 말하며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모습. 그야말로 블랙코미디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JYJ가 건 소송은 참으로 여러 영향을 미쳤다. 당장 연습생들의 데뷔만 하더라도. SM뿐 아니라 업계에서 가난한 연습생의 데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사회적 계급이 어느정도 고착화된 시점에서 아이돌이 하나의 '개천에서 용'을 가능하게 해주던 수단이었음을 생각하면 씁쓸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 것이, 업계의 관행을 고쳐놓고 싶었다던 JYJ의 소송은 결국 파고들어보니 돈의 이야기였다. 심지어 가족과 관련이 있었다. 말리는 대신 부추겼다. 예산이 돌아가는 시스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돈, 에 집착하다가 결국 아예 판을 깨놓았다. 


판을 깨는 데 목적이 있으니 이유를 붙이는 것은 참으로 쉬웠다. 계약이 문제라고 하더니, 계약은 나중에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했다. 소송 진행중에도 이유가 몇 번씩 바뀌었고 때로는 그 이유 전부가 올라가기도 했다. 개중에 스케줄 문제도 나왔다. 우리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주장하며 이 노예같은 스케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아티스트가 아니라 그들은 아이돌이었다.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면 아티스트로 데뷔하는 방법도 있었다. 아이돌로서의 최고의 특혜를 누리는 '권리'를 선택했으니 그에 따른 '의무'도 다해야했다. 그걸 결정한 것이 계약이었다. 계약이 끝나면 그 이후로는 자유롭게 아티스트든 아이돌로서의 재계약이든 결정할 수 있었다. SM은 최대한 판을 지키려 노력했다. 계약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정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수정한 경력도 있었다. 소송을 걸어 일본기획사로 하여금 SM이 아닌 자신들을 선택하게 할만큼의 파워가 있는 사람들이, 계약 기간을 줄여달라 요청하고 짧아진 기간만료후 자신들의 입장을 좀 더 반영해 계약서를 쓰는 일은 왜 할 수 없었던걸까.


JYJ의 잘못된 판단


JYJ가 이토록 판을 쉽게 깰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들을 그동안 서포트해오던 매니지먼트 시스템에 대한 경시였다. 일을 하는 것은 아이돌뿐만이 아니다. 그 아이돌의 주변에서 음악창작, 안무, 코디네이션, 일정관리까지 수많은 스태프들이 필요하다. SM은 아이돌기획사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경력을 갖고 있고, 동방신기는 소위 SM의 '드림팀'이었다. 가지고 있는 노하우들을 쏟아부어 애지중지 길렀고, 인터뷰에서 회사 대표가 말하기도 했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모두 통용되는 스타로 키워낼 계획이었다고. 어딜 가도 그만한 케어를 받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심지어 JYJ에게는 다른 소속사와 이중계약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무도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JYJ가 계약의 종료를 선언할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서는 에이전시의 선택이었다. 그게 C-jes였다. 조폭하고 관련이 있다는 소문 흉흉한 곳이었고, 이후 일처리에 있어서도 어설픈 구석이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전시는 잘리지 않았다. 가수활동은 못하더라도 드라마활동은 제법 잘 서포트해주고 있다고 한다. 분명 소송을 걸고 나오며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는 이유를 들은 것 같지만, 알게 뭔가. 우리는 노예계약에 반항한다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는 그 뿐이 아니다. JYJ가 판을 쉽게 깰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는 일본시장에 대한 믿음이었다. 실제로 소송 이후 한동안 JYJ는 참으로 잘 나갔다. 다른 동료들이 소송 당사자가 아닌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다섯명이 함께 했던 노래들로 베스트앨범을 팔고, 셋이서만 도쿄돔에 오르고, MAMA에 셋이 나와 두 명의 친구들이 보고싶다며 울었다. 그 모든 활동의 뒤에는 일본 기획사인 AVEX가 SM과 손을 끊고 셋을 선택해줬다는 든든함이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된다. AVEX가 셋의 활동에 휴지를 건 것이다. 계약 '해제'라면 다른 일본 기획사와 재계약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휴지는 계약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활동만 막아버리는 것이라 그조차 불가능했다. AVEX는 이 선택의 이유로 C-jes를 들었다. JYJ가 갑의 위치라면, 그래서 정말로 자유롭게 C-jes를 자를 수 있다면 일본시장이 그로 인해 막혀버린 시점에서 헤어졌어야 옳았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고, 그 자체가 JYJ가 말하는 것들에 대한 모순이었다. 



그러나 이상한건, 이렇게나 말이 맞지 않는데도 그들을 지지하는 팬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젠 두명이 된 동방신기가 판매량이 훨씬 높은데도 선주문으로 언플하면서 JYJ가 훨씬 잘 나가고 있다고 곳곳에 퍼나르며 거짓 주장을 한다. 판결은 아직 나지도 않았는데도, 판결이 나서 JYJ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리후기를 가지고 내용을 반박하면 '호텔녀' 자료라며 빈정거리고 이야기를 무시한다. 그 일련의 '보고싶은 것만 보는 태도'는 거의 교조적이기까지 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팬덤의 부정의함


기획사와 팬덤의 사이가 좋은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건 어쩔 수 없다. 팬덤이 보는 것은 가수고, 가수는 기획사와 사업적 관계를 맺고 있기는 하지만 가수가 기획사와 동일하진 않기 때문이다. 이는 어찌 보면 팬덤에게 가수 활동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기획사의 때문으로 넘길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물론 그것이 정말로 기획사의 때문일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건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기획사에서도 그에 하나하나 '이건 우리 잘못이다' '이건 아니다'라고 답하지 않는다. 기획사가 파는 것이 기획사의 이미지가 아닌 가수의 이미지인만큼 오히려 그렇게 돌아가는 판도가 기획사 측면에서는 이로울 수도 있다. 



특히나 SM의 경우는 아이돌 1세대 출범 시기 계약조건으로 인한 문제가 분명히 있었던 곳인만큼, 기획사가 새삼 불신의 이미지를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그것이 초반 SM이 일방적으로 해악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영향을 미쳤다. 실제 법정 후기를 읽어볼 때 그 초반 주장됐던 내용들이 모두 반박됨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이미지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일이었다. 팬덤 역시 철저히 그 이미지에 휘둘렸다. SM은 적이었고, '오빠들'은 지켜줘야 할 존재였다. 거기에서 모순이 생겼다. 오빠들 다섯 중에 셋은 이쪽인데, 둘은 '저쪽'이었다. 해결점은 하나였다. 둘은 '원래 우리편'이지만 배신을 한 것으로 하면 되었다. 팬덤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고 정의가 아니었다. 불쌍한 우리 오빠들에 대한 '실드'였다. 그렇지 않고서는, 배신자고 방관자라 욕설로서 사람을 매장하려 들 수 없었다. 3명의 개인 사업에 대한 욕심은 정당한 사유로서 포장되었고, 사건 당시 자신들의 입장을 말했을 뿐인 둘은 배반자로서 지옥같은 시간을 겪어야했다. 집안에 돌이 날아들고 공항에 'SM의 개'라는 피켓이 들려지는. JYJ는 그렇게 둘을 파묻고 만든 이미지 위에 씌여진 이름인 것이다. 


JYJ 팬덤의 정의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뮤지션을 위해 그 좋음을 옳음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들은 이기적이다.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배타적인 행동을 한다. 소송 당사자가 아닌 이들을 끌어들여서까지. 초반 이미지를 점하고, 적을 설정하고. 그리고 논리를 만들어내 퍼뜨렸다.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시킨 후에는, 이후 반증 자료들이 나타나도 그것을 '호텔녀' 'SM알바'라고 부르며 무시해버리는 전략을 취했다.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적과 우리편만 있었다. 최근 손바닥 뉴스에서 다룬 외압 논란에 대해, 그 사건을 진행하는 JYJ팬덤의 정해임씨가 관련해 예전에 게시했던 글은 사뭇 충격적이다. 사건 주체를 나눠서, 문산연과 연예제작자협회가 위반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SM&KMP홀딩스에 대해서는 증거가 보완적으로 필요하며 절대 포기 안함, 이라는 주석이 딸려 있다. 적은 설정되어 있으니, 적이 적이 맞다는 증명만 끌어내면 된다. 논리 전개 자체가 반대로 되어있다. 전혀 납득되지 않는 '오빠들'의 행보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팬덤은 귀를 막고 전혀 논리적이지 못한 논리를 우기며 JYJ를 진보투사로 만든 것이다. 


행복의 원천, 자유의지


대한민국에 자유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자유민주주의국가라 하지만 그렇다. 그렇지만 JYJ는 아니다. 그들은 억울하지 않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이들에 비해 그들은 권리는 누리되 의무는 누리지 않으려 한 이들이다. 그들의 소송에 대해 그들의 팬덤은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고 주장한다. 정말로 억울한 일을 당해도 어디 호소할 사람도 없는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만약 부끄러움을 안다면, 당당하게 JYJ를 진보 카테고리에 넣어 부정의와 싸우는 투사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보는 그렇게 편협한 것이 아니다. 조금 더 강하면 갑이 되고, 조금 더 약하면 을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가짜진보'다. 노력한만큼만 가져가자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양보하고 조금 더 나누어 조금 더 많이 행복해지자고 말하는 것이 진보다. 


그렇다면, 진보라고 말하는 JYJ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함께 행복해지고 있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JYJ로 인해 시스템은 나빠지면 나빠졌다. 탑스타를 키워내고, 그 스타로 인해 다른 후배들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영향을 주고. 그렇게 움직여야 할 시스템이 멈췄다. JYJ가 업계에 남긴 것은 키워놓으면 배신하게 된다는 쓰디쓴 교훈이다. 나눔을 잃게 했다. 심지어 JYJ는 약자도 아니었다. SM과 셋 중 누굴 선택하겠냐고 일본 기획사에 을러댈 수 있는 '강자'였다. 그런 이들이 자유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자유의지를 갖기 위해 투쟁하는 이들에 대한 모욕이다. 


JYJ는 행복할지 모른다. 나와서 돈도 많이 벌었을지 모른다. 더 이상 죽어라고 연습하지 않아도 되고, 드라마며 CF도 많이 찍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입버릇처럼 힘들다고 말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두 명의 동방신기는 여전히 동방신기다. 계속 활동하며 팬덤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 그들은 가장 힘든 순간이 와도 침묵했고, 그렇기에 여전히 그들은 피해자가 아닌 '스타 동방신기'다. 그렇지만 JYJ는? 그들의 팬덤은 불쌍한 오빠들을 지켜주는 팬덤이다. 그 불쌍한 포지션은 이미 형성된 팬덤에게는 먹힐지 몰라도, 신생팬을 늘리기는 어렵다. 스타는 우러러보는 사람이다. 불쌍하고 동정하게 되니까 내 스타, 라는 루트를 타기는 쉽지 않다. 팬덤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데, 이제와서 불쌍한 포지션을 포기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계속 불쌍한 포지션으로 가며, 기존 팬들을 착취 -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 같은 앨범을 몇 번이고 찍어내고, DVD와 굿즈를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팔고 있으니 -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도 그들은 행복할 것이다. 힘든 것은 팬이지 자신들이 아니다.


자신들이야 힘들 것이 뭐가 있는가. 그러니 마음이 너그러워져서, 일본활동도 못하게 하는 골칫덩어리 '을' 에이전시도 자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설령 그게 단순히 활동을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공연에 있어서 그 질을 형편없이 떨어뜨리고 심의조차 제대로 받지 않아 활동에 곤란을 겪게할 정도지만 말이다. '아티스트'에게는 터무니없이 악조건인데도 '갑'이 계약을 해제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다. 계약에 그토록이나 관대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미 한 계약도 지키지 않고 뛰쳐나올 수 있었던 것일까. 아, 그리고 모든 아이돌이 그들을 쫓아갈 필요는 없다. C-jes가 잘리지 않는 이유는 전적으로 JYJ의 너그러움 때문이니까. 그렇지 않으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음악 관련 매니지먼트를 선보이고 있는데, 케이팝의 많은 뮤지션들이 이를 좇게 되면 많이 곤란하다.


다시 동방신기로의 재회?


동방신기와 JYJ는 분리되었고,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신화의 예처럼 '계약이 끝난 후' 모두 SM에서 나와 독립적 활동을 했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명의 의지에 대해 멋대로 재단하고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며 애꿎게도 소송 당사자가 아닌 이들이 상처를 입었고, 그 외 다른 이해관계들이 끼어들며 분리는 필연이 되고 말았다.


이제 둘의 재결합은 참으로 먼 이야기가 됐다. 재결합을 꿈꾸기에 양자는 너무나 많은 길을 갔다. 특히나 2명이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나와 재결합을 하는 것은 거의 망상이다. 3명의 JYJ가 다시 SM으로 합류하는 일보다 더 가능성이 낮다. 적어도 3인쪽은 우리는 동방신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소리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윤호와 창민이는, SM으로부터의 해방을 고민한 적도 없는데도, 고민했다고 타인에 의해 다르게 알려져 말도 안되는 공격을 받을 때도 그에 대해 해명하는 대신 동방신기를 유지하려 노력했던 이들이다. 컴백 이후 낸 앨범들은 일관되게 동방신기는 이제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누군가들도 스스로 동방신기가 아니라면서, 동방신기 이름을 쓸 자격이 있고 자신들이 동방신기라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그 모순된 이야기들에 비하면 윤호와 창민이쪽이 훨씬 일관성이 있다.


동방신기의 팬덤은 SM의 팬덤이 아니다. 깔끔하게 나갔다면 소송의 결과가 어찌됐던 간에 세명을 응원해줄 수도 있었다. 그렇지 못하고, 두명을 배신자로 몰고, 두명의 일본활동마저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고, 동방신기 이름의 권위까지 모두 가져가려고 했다. 그런 이들에게 동방신기라는 실질적 이름의 권위를 부여해주자고? 동방신기를 지키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으면서, 동방신기로서 누리는 것은 다 누리려 했던 이들에게 하기에는 지나치게 과분한 제안이다. 


나아가 그런 이들과 둘이 재결합하는 것도 절대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카인은 형제를 살해했고, 신은 아벨 대신에 셋을 주어 피를 잇게 했고 카인은 이방인이 되었다. JYJ는 과거 동방신기를 살해했다. 적어도 그러려고 시도했다. 동방신기는 다섯으로 이뤄졌었고 그 중 둘을 배신자로 몰았다는 시도 자체가 다섯에 대한 부정이었다. 다섯의 동방신기 대신에 그리고 두 동방신기가 나왔다. 동방신기의 기억도 이름도 둘이 이어나갈 것이다. 이방인이 된 JYJ는 새 땅에 정착했다. 이후 그 이방인의 족속이 번성할지 아닐지는 차후의 문제다. 다만 이방인이 '늦어버렸고' '돌아올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미 길은 갈라졌다. 재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