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한 얘기는 아닐 거 같으니까 상크미한 팬미팅 사진으로.
사진은 팬미팅 사진을 끝난지 2주만에 공홈에 올려주신 에세미가 협찬해줌.



1. 최근 모 사이트에서 안 보인다는 쪽지를 받았다. 어 딱히 안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닌데 걱정해주셔서 일단 감사했고, 쪽지를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했다. 답을 줄줄히 늘어놓기에는 굉장히 복잡하고 머리아프고 나 스스로도 아직 고민중인 문제라서. 결국엔 그냥 생각차이, 정도로 간단하게 말씀을 드렸는데...영 마음에 걸려서 다시 블로그에 쓰는거. 제목을 저래놓으니 되게 거창한 내용이 나올 거 같지만ㅋㅋㅋㅋㅋㅋㅋ 사실 그다지 영양가는 없을 거 같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정리하느라 쓰는 거기도 하고. 아마 횡설수설하는 내용이 될 듯. 걍 제목을 저렇게 정한 건.....뭐랄까. 요새 고민의 화두가 저 팬이라는 것과 팬덤이라는 거에 천착하고 있는 거 같아서. 그냥 일기에 넋두리처럼이라도 정리해보려고. 동방은 잘 되는데(그렇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요새 자꾸 땅파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 하여서. 팬덤 내부는 오히려 잠잠한데 외부가 시끄럽다. 


2. 고해성사처럼 옛이야기를 풀어보자. 내 팬 생활을 돌이켜보면, 나는 진짜로 라이트빠순이였다. 팬사이트보다는 여초에서 가끔 동방글 올라오면 어머 동방 쩌렁! 하고 댓글달고 깔깔대던 그런. 오프는 고등학교 시절 공방만 몇 차례 갔다왔고(학교와 가까웠고 나에게는 공방 경험이 풍부한 신창친구들이 많았다) 팬픽은 읽었다. 팬픽도 좀 샀던 것 같다. 팬아트북이나 팬픽이나 그 땐 지금의 포토북마냥 다 팬북이었고 사면 그건 거의 오빠들한테 쓰였다(고 알고 있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라이트팬이니까 자세한 속내는 모른다). 메가스터디가 흥할 시절 인강 보라고 사준 피엠피와 전자수첩에 엔피로 다운받은 호모소설을 보고 자란게 내 세대다. 초등학교 때는 다같이 1세대돌 팬픽을 읽었는데, 중학교때부터 노선이 갈리기 시작했다. 귀여니가 대흥하며 인소-로설계를 타는 애들이 있었고, 여전히 호모계를 파던 애들은 아이돌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1차벨에 손을 댔다. 소소하게는 일본문화의 유행으로 쟈니즈쪽으로 빠지거나, 만화를 파면서 투디씹덕으로 빠지는 애들도 있었다. 아무튼, 1차벨을 파는 애들은 대부분 텍본을 다운받아 읽었다. 예의 마녀사냥 사건으로 성인동은 폐쇄적이었고 문턱이 한참 높았으니까. 불펌 개념이 자리를 잡으며 공유 금지 목소리도 높아진 까닭에, 불펌 태그 깨가며 긁을 애들은 어떻게든 긁었지만 여튼 수요보다 공급은 한참 달렸다.


그리고 거기서 아이돌이 재출현했다. 동방신기 데뷔는 시들시들하던 호모계쪽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는 당장 다음 최대 야오이(오랜만에 쓰니 낯선 단어다) 카페였던 낭만동만 봐도. 유애루비 빼고도 연예인 얘기 허용되는 다음카페에서 동방신기의 존재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동방신기 얘기, 동방신기 커플 얘기, 동방신기가 선배에게 인사를 하냐 안하냐는 얘기, 빨간색을 써도 되냐 안되냐의 이야기... 처음에는 욕도 오지게 먹었다. 1세대 이후 아이돌 립싱크 논란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절이었다. 아카펠라 가수들이 목소리로 악기를 대신해 반주를 넣는 영상이 올라오면서 동방신기에게 아카펠라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게 적절하냐 아니냐는 글이 수두룩히 올라왔고 이후 더웨이유알이 나오자 아카펠라 그룹이 대앤스으??? 하고 또 비웃음이...생각해보면 그 때도 코어 빠수니들은 참 위장약을 먹을 시절이었는데 나는 쬐금 억울했을 뿐이지 하나하나에 땅을 파며 죽어가진 않았던 거 같다. 카페에서 동방 까는 불판이 나오면 거기서 막 댓글로 싸우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럼 또 팬들이 별님들 이리 와봐요 하면서 서로 다독다독해주고 그랬다. 그러면서 또 딴 얘기 하고. 님들 저 공방갔다가 이런거 봤음! 하면 우와 하면서 또 다 술렁술렁하고.


아, 그러고보니 동방신기 안티카페도 있었다. 팬과 안티의 토론방이라던가 안티픽방의 존재가 좀 신기했다. 안티픽방은 내가 이름이 생각 안나서 적당히 붙인건데 사실은 그냥 소설방? 이라고 되어 있었던 거 같다. 팬카페도 아니고 안티카페에서 대체 무슨 소설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성소설방과 이성소설방이 나뉘어 있었다. 유애도 그랬기 때문에 난 다른데도 다 동성소설방이 있다고 생각했다. 여초 카페들에서도 팬픽얘기 비엘 얘기 자연스럽게 공유되던 만큼, 로설계 아니고 호모계로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함이 없었다. 그렇다고 오빠들을 호모로만 즐긴 거는 아니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라이트팬이었기 때문에 동방 외에도 일차벨이라던가 만화라던가 게임이라던가 다양한 취미생활을 갖고 있었고. 팬픽보다는 일차벨이 좋았고 동방은 무대라던가 예능이라던가 캐릭터성을 파는 게 재밌었다. 일단 난 공커^^; 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보다는 팬픽을 덜 보게 되는 것도 있었고. 그래도 꾸준히 호민을 팠더니 지금은 짱짱메이저 승리자가 됐으니 과거에 후회는 없다.


아, 공방 못 다닌거, 사인회 못다닌 거는 좀 아쉽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학교와 방송국이 가까워 자주자주 다녔는데, 대학 가자마자 할 게 너무나 많아 더 라이트한 빠수니가 됐다. 오빠들이 너무 급작스럽게 슈퍼스타가 된데다가, 일본 활동을 시작하며 처음처럼 쉽고 가깝게 볼 수 없었던 것도 한 이유였고. 행사도 참 많이 안 뛰었어 오빠들은...난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다른 그룹들 보니 아니더라고. 이 때 얼마나 내가 라이트했냐면, 팬클럽도 가입을 안 했었다. 어차피 난 공방도 안 가고ㅇㅇ 팬미팅이야 후기 보면 되는 거고ㅇㅇ 주변에 오프수니들이 없지 않았고 당시 학교 다니며 하던 외부활동 인맥으로 방송국 갈 일도 자주 있었지만 나는 라이트한 안방팬질을 고수했다. [어차피 직찍이고 직캠이고 다 올라올텐데 뭐하러 가서 얼굴 팔릴 짓을 해. 길거리에 돈 버리고 시간 버리는 그런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팬도 아닌데] 라고 말했던 과거의 나는 n년 후의 내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앨범 꼬박꼬박 다 사고 음원 다운받고 무대도 다 보고. 동방 게시글 있으면 클릭부터 하고 보지만 빠수니는 아닙니다ㅇㅇ 라는 마인드로 일코를 철저하게 한 덕에, 당시 주변 사람들은 내가 카아인 걸 몰랐다. 오히려 주변 카아를 내가 카시오페아아아??? 하고 비웃는 입장이었는데.....후 사람 일 참 모를 일이야. 김재중을 엄청 좋아해 사생짓까지 하던 지인과 후배는 조심스럽게 "전 선배가(니가) 동방 안틴줄 알았어요"라고 고백한 적도 있다. 아니야 난 그냥 윤재가 싫고 너네 개인팬덤하고 좀 안 맞았을 뿐이야. 심창민 머리를 깐 건....까고 싶었기 때문이야. 심창민 머리 자르고 [심창민 머리] 검색어 순위 올린거 나도 한 몫 했어. 그리고 김준수가 못생긴 건 사실이었잖아. 내가 팬이 아니라고 말하고 다닌 건 사실이지만 안티는 아니었어. 


공방은 안 갔지만 자리 채울 일 있는 데는 제법 갔다. 드콘이라던가. 슴콘은 안 갔고. 그 땐 슴콘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는데 (쑻) 꼭 가고 싶었는데 못 갔던 게 시청앞 쇼케였다. 촛불 시위 이후라서 팬들부터 참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행사는 성공적으로, 정말 멋지게 끝났다고 했다. 올라오는 사진과 후기들을 보면서 역시 동방신기! 를 외쳤고, 꼽사리로 카아 대단하네요 이런 말도 듣고. 아이돌이 차례차례 데뷔하면서 초반 빠수니 대표로 얻어맞던 시절은 지나고, 어느덧 카아는 연차높은 팬덤으로서 이미지를 잘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 카아 자존심을 또 한 번 긁는 사건이 터졌는데 예의 그게 영웅재중 중앙일보 발언이었지. 와 정말 핫했다. 긴 촛불시위 동안 정부와 조중동에 대한 반감은 고조되어 있었고 지큐인터뷰에서 영웅재중은 거의 폭탄처럼 키워드를 터뜨렸다. 전쟁, 미국, 군대 위문공연, 중앙일보, 종이 질. 가장 위험한 방향으로 그 키워드는 뭉쳤고 결과적으로 빠수니들은 또 부지런히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리고는 한동안 괜찮았다, 고 생각했다.


뭔가 부글부글 끓어오는 분위기는 있었다. 에스엠은 항상 씹히는 분위기긴 했는데 이상할 정도로 에셈은 사회악이 되고 있었고 동방신기가 에셈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도 간헐적으로 등장했다. 지인은 동방신기가 회사를 나올 것 같다고 예측했고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걱정했다. 2009년 7월 31일. 소송이 터졌다. 다섯이 아니라 셋이 회사를 박차고 나온 게 의견을 갈리게 했다. 다섯이 나왔다면 편하게 회사를 욕했을 텐데, 나머지 둘은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소송조의 팬들은 그다지 고민이 없었다. 어차피 오빠들은 회사를 나오는 거였고 잔류조가 따라나와야 되는 거라고 얘기했다. 이미 방향을 잡은 팬덤에 있어 거칠 것은 없었다. 두 멤버의 거취를 제멋대로 결정하는 건, 세 명 뿐만 아니라 그 팬덤도 똑같았다. 그래도 이 때는 대놓고 잔류조가 욕을 먹지는 않았다. 뭘 받아먹기라도 했나 식으로 빈정이는 글이 많았어도 표면적으로는 빨리 두 명도 나와야 할텐데ㅠㅠㅠㅠ 수준이었다.


결정타는 멤버들이 직접 입장을 밝혔을 때였다. 삼천플 오천플이 이 때 나왔다. 멤버 등에 칼을 꽂았네, 배신자네 방관자네 온갖 거친 수식어들이 나왔고 "사실 쟤네가 처응부터 싫었다"는 예언자들의 말도 줄을 이었다. 조금 더 약한 수위로는 저게 오빠들의 의견일리 없다며 별 사인을 한 걸 보라고, 에스엠이 조작한 게 틀림없다는 얘기도 있었고. 그걸 가지고 동료들의 소송이 저거밖에 안되냐며 까는 애들도 있었지만. 사실 걔들은 뭘 해도 깠다. 별 사인부터 시작해 닭갈비에 이르기까지. 카시오페아가 힘들어하고 있는데 오빠들은 뭐하냐는 비난은 잔류조에게 집중됐다. 마마 수상 소감과 재발굴된 김재중의 카시오페아 사랑한다 발언을 글로 써놓고, 세 명 팬들은 댓글로 소송조를 찬양하며 잔류조를 비난했다. 말릴 사람도 없었다. 소송 이후로 카페 내에서는 숙청이 자행됐다. 잔류조 팬으로 찍히면 회원정보를 따서 따로 보관하고, 댓글이 공지위반으로 태클 걸 구석이 있다 싶으면 바로 회원정보와 대조해 캡쳐를 뜨고 신고를 했다. 소송 이슈는 워낙에 핫했기에 가지고 토론을 하다보면 태클 걸 구석이 많이 나왔고, 토론이 끝날 때마다 늘 한쪽의 팬이 후두둑 사라져갔다. 


애들은 아무것도 안 했고, 팬들은 위축되어 있었다. 걔들이 디비디를 내고 일본 공연을 하고 뮤지컬을 하고...그렇게 시간이 갔다. 양심선언이 있었고 심리 후기가 나왔고 조폭 연관설이 나왔고...그래도 여초는 조용했다. 타팬들이 어머어머 동방신기 어떡해요? 정도로 얘기를 하거나, 뮤지컬 관련해서 걔들 까는 글이 좀 있긴 했지만 이미 화력은 기울어 있었다. 라이트팬이던 내가 코어팬으로 둔갑한 것도 이 시기다. 여초와 팬덤간 괴리가 커지면서 팬질을 하려면 여초에 있기가 힘들었다. 팬인 걸 인정하고 팬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서 같이 울고 웃고 그랬다. 이 때부터 전 멤버들은 나에게 소송조가 아니라 죽일 놈, 나쁜 놈, 천하의 개새끼들이 됐다. 조폭들하고 노는 것도 나쁜 놈, 자기 돈 벌겠다고 팬 장사 하는 것도 나쁜 놈, 그 팬들 뒤통수 친 것도 나쁜놈, 계약 어기는 것도 나쁜 놈, 멤버 뒤통수 치는 것도 나쁜 놈, 자기 살겠다고 뒤통수 쳐놓고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것도 나쁜 놈, 멤버 밥줄 끊으려는 것도 나쁜 놈. 내가 생각하는 나쁜 놈의 기준에 걔들은 다 해당됐다. 그 나쁜 놈들한테 지지 않고 동방신기가 컴백해준 게 눈물나게 좋았다. 


3. 여초의 관심도가 인기와 대세를 증명하냐 하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팬덤과 여초는 지향점이 다르다. 내가 동방신기 팬덤이 아니라 부정을 했던 것도, 그러다가 어느 순간 팬덤으로 들어간 것도, 결국엔 여초와 팬덤간의 괴리 때문이었다. 양쪽에는 다 이점이 있고 단점이 있다. 여초는 좀 더 재미삼아? 라는 느낌이 강하다. 영업질이 활발한 가수들의 특징이, 캐릭터를 가지고 놀기 좋다는 거다. 아니면 아직 캐릭터가 형성되지 않아서 그걸 꾸준히 바꿔준다거나. 그걸 가지고 팬덤 쪽에서는 불만이 발생한다. 우리 애는 저런 이미지만 갖고 있는게 아닌데! 왜 저런 이미지를 고착시키려 들지? 류로. 그 때문에 물밑에서는 또 누가 누구를 이용하네 셔틀하네 얘기가 나오는 거고. 팬픽 등 RPS가 예전처럼 흥하지 않는 것도, 예전에는 팬덤 대부분이 소비했다면 지금은 라이트팬 일부와 커플팬 쪽으로 소비대상이 확 축소되서. 그냥 멤버 둘이 붙어 있는 사진으로도 누군가는 훈훈하게 보고 커플팬은 꺄 떡밥! 하는데 양쪽 멤버 개인팬은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많으니 어쩔 수 없는 거다. 멤버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 사진을 보고


A는 B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님 그런 말을 하다니 B팬이시죠?
->아니 지나가던 B팬인데 여기서 B팬 얘기가 왜 나오죠? 그렇게 보이니 그런 말을 했겠죠
->콩깍지 쩌네ㅋㅋㅋㅋ 니가 AB팬이니까 그러겠지 또 아닌척을 한다ㅋㅋㅋㅋㅋ B팬들 진짜 답없네. A 이용해서 셔틀질 호모질 하니 재밌어요?
-> B팬들은 B만 봐도 좋거든? 뭐하러 너같은 극성 A팬 있는거 알면서 A랑 붙이겠냐? 커플팬이겠지?
-> 어휴 싸우지들 마세요. 커플팬들은 홈에서 잘 노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한 마디 한 걸로 왜 이렇게 싸우세요. 여기 우리팬만 쓰는 팬사이트 아니잖아요


라는 도돌이표가 이어지는 이상... 개인팬들은 개인팬들대로 불편하고, 싸움하다보면 멤버 욕까지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그룹팬은 그룹팬대로 불편하고. 팬픽까지 쓰는 진성 커플팬들이야 물밑에서 조용히 놀다가 개까이니 당연히 불편하고. 오히려 커플팬 입장에서는 특정 이미지 선점하려는 팬들 댓글 때문에 가만히 있다가 싸잡아 소환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물론 눈치없이 일반 사이트 가서 뫄뫄커플짱! 힘내세여 하는 애들도 많다. 뭐 아무튼 병신은 어디에나 있고 그걸로 끝나야 하는데 항상 팬의 문제가 팬덤으로 확대되고 싸잡아 욕을 하고 팬덤 평화가 무너지고...는 흔하다는 거지. 말이 다른데로 빠졌지만, 아무튼 여초랑 팬덤에서 미는 이미지가 일치하면 별 문제가 없다. 근데 다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팬덤과 여초는 갈리기 마련이고ㅇㅇ 특히 연차 높은 가수일수록 개인팬덤이 강세가 되면서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떤 팬덤의 경우 개인팬덤이 지나치게 흥하고 올팬덤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보니, 셔틀 문제 통제가 아예 안되서 다들 여초 이미지 장악과 캐릭터성에 몸바치느라 커플팬덤과 개인팬덤이 같이 흥하는 경우도 있지만ㅎㅎㅎㅎ 아 진짜 팬덤은 정치판과 다를 바가 없다. 분석하다보면 재밌음. 


4. 컴백해서 동방신기는, 진짜 잘 해주었다. 여론은 서서히 바뀌어갔다. 킵욜헿단이라는 노래 제목이 발표될 때까지만해도 그토록 쌍욕이 난무했는데, 점점 그 욕설의 굿판은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부터 적지만 칭찬글이 꾸준히 늘어났다. 물론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팬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오인 동방에 대해 미련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게, 세월에 따른 미화도 있지만 그 시절이 찬란했던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도쿄돔 문 여는 동안 치고 온 아이돌이 많았고, 음악 시장도 바뀌어서 갑자기 음반보다 음원이 중시되고 있었다. 음판 점수는 갈수록 줄었고 어디는 아예 인정을 안 해줘서 먼쓸리 상만을 노려야 했다. 그래도 상을 탔다. 변한 상황에서도 동방신기는 최고였고 그 최고의 자리만 맛보던 사람들 중 일부가 일을 쳤다. 연차가 높아지면 서서히 내려가는 것을 생각해야 하겠지만, 내려가기 직전 가장 화려하게 꽃피었을 때 일이 났으니 사람들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말고 해외를 생각하면 내려가는 것도 아니었다. 거기서 동방은 신인부터 시작해, 도쿄돔 문을 두들겨 기어코 열어놨다. 정말로 수확만 하는 지점에서, 일이 났다. 한류열풍 토대는 다 만들어 놓고, 그 수혜는 제대로 못 받아 먹었다. 2010년, 컴백이 없다보니 유튜브에서 한참 한국아이돌 뮤비로 난리가 날 때도 동방은 비껴가 있었다. 남들은 뮤비 나르며 영업질을 할 때, 우리는 길고 지리하게 둘, 셋, 다섯으로 숫자공부와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다. 해외팬들에게 그걸 알리는게 급선무였어서. 그 모든 과정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을 갖는 사람들은 이해한다. 동시에 분노할 수도 있다. 그건 동방신기 책임이 아닌데. 동방신기는 잘 해주고 있는데 왜 전보다 못했다는 소리를 듣나. 빨리 동방신기가 '과거'를 뛰어넘기를 바라는 팬들이 많은 건 그래설거다. 그게 안된다고 절망감을 맛보면, 탈덕하는 사람도 나오겠지.


5. 탈덕은 죄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수니질이라는 게 결국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하는 거니까. 국회의원들 정책이야 사람이 아닌 정책을 봐야 하니 이성적으로 봐야 한다고 하면 수긍하겠는데. 팬질이야 그런 거 없고 정말 오빠들만 보고 가는 거 아닌가. 마음이 변하면 끝인 거지. 이성적으로 오빠가 변하지 않았어도 내 감성이 변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러니까 입덕이고 탈덕이고는 전적으로 수니 본인의 책임이다. 그래서 탈덕은 죄가 아니되, 탈덕하고 나서 전 본진 까는 것은 (다른 수니들에게) 죄다. 

팬질에서 자주 쓰이는 말 중에 '취존스루'가 있다. 취향을 존중하고, 안 맞으면 스루하라는 거. 팬질 방식이 다 다르고 거기에 누구만 정답이라는 말을 붙이기는 애매하다. 그래서 팬질의 기반이 되는 멤버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 방향이라면, 어느 정도 취향의 차를 인정하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게 맞다. 싸워서 답이 나오는 이성적 문제도 아니니 그게 맞다. 취존이 안 되는 의견은 논란을 만든다.

난 XX의 노래가 싫어/좋아 -> 취향. 
난 XX가 노래를 못 부른다고 생각해 -> 의견. 이 직캠 보면 잘 부른다고/못 부른다고 찬성과 반대를 표시할 수 있다.
난 XX 별로야. 걔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어->타인의 취향 무시. 

탈덕의 경우도 결과적으로는 취향이 안 맞아서 내가 이 가수 스루하겠다는 거다. 근데 스루로 끝 안나고 취향 맞는 가수 팬덤 가서 내가 모가수 팬질을 했는데로 시작되는 일장 연설 펴는 순간 그건 취좆질로 변신한다. 탈덕은 조용하게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지. 그리고 그게 본인의 현 본진에 악영향을 주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팬덤과 가수는 분리되어 있지만, 동시에 붙어있기도 하다. 정말로 분리되어 있다면 팬덤 병크 때 저런 팬을 둔 가수가 불쌍하다며 도매금으로 가수가 끌려나오는 일도 없겠지. 이성적으로는 분리되어 있는 게 맞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팬질은 감성으로 하는 거니까. 탈덕한 팬의 취좆질은 결과적으로 시발 저 팬년이? 팬덤이? 저 가수 빠는 년들은 왜 저래??? 하는 취좆 반응을 이끌어내게 되어 있다. 뭐 상관없음 우리 오빠가 최고임ㅇㅇ 계속 하면 그 이미지가 계속 고착화되는 거고.


말이 길어졌지만 결론은 그거다. 탈덕은 그 사람 마음이지만 적어도 전 본진에 대한 예의는 지켰으면 좋겠다는 거. 변했네 어쩌네 하고 얘기하지만 결국 변한 것은 자신이다. 마음을 준 것이 자유듯 거둬가는 것도 자유지만 온전히 그것은 자신 안의 고민으로 끝나야 할 표현이다. 그걸 가지고 떠들어대는 건 뭐...본인이 떠들 권리 만큼이나 다른 사람이 그걸 가지고 분노할 권리도 보장해야겠지. 


6. 탈덕이네 락세네 하지만 그걸 판단하는 기준은 참 웃기다. 데뷔한 이래 빠져나가는 팬은 계속 있어왔다. 반대로 유입되는 팬도 있어 왔고. 유입이 전만큼 안되니까 락세라고 하면 동방은 데뷔 이래 계속 락세야(침울). 그룹이 동강날 때 이상으로 동방은 팬이 빠진 적이 없었고, 앞에서 말했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수니들이 있을지언정 재시동 이후로 꾸준히 팬을 모으고 있다. 뭘로 모으고 있다고 판단하는데? 하면 다양한 근거가ㅇㅇ 누가 음판을 최고 찍고, 누가 대포가 제일 많이 모이고 이런 걸 떠나서 그냥 '동방' 자체만 봤을 때 5집보다 6집이 많이 팔았고. 소송 이후 허브홈까지 싹 뺏겼던 팬덤에 새로 커뮤니티가 생겨났고 SNS도 느는 추세고. 해외만 하더라도 한국 따라 에스엠 보이콧하던 시기가 어제같은데 2인 지지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기고 어떤 데는 아예 3명을 카테고리 달리해 분리시켜버렸다.


그래봤자 누구한테는 밀리잖아!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난 샤이니 나왔을 때 동방 대포 다 갈아타는 줄 알았고 빅뱅 나왔을 때 동방 일본가수 되는 줄 알았다. 슈주 한류가수로 인기몰이 할 때 동방 볼드모트 되는 것도 봤고 소시 일본에서 백만장 팔 때 동방 일본시장까지 잃느냐는 소리도 들어봤다.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더라. 나간 대포는 그냥 대세 따라 움직이는 거였고. 홈페이지 닫는다고 해서 그 홈페이지 회원이 다 다른 팬덤 가는 것도 아니었다. 음원 망한다고 해서 동방신기가 갑자기 듣보가수 되는 것도 아니었고. 한류 흥할 때 다른 가수는 올랐고 한류 꺼지니 떨어졌지만 동방신기는 그냥 일정하게 갔다. 한류 이득은 못 얻고 피해는 같이 입었지만서도 "누구보다 낮네요" 얘기는 동방이 꾸준하니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가수 클래스 가리는 기준으로 음반이 천년 만년 갈 거 같았는데 지금은 또 음원이다. 음원이 돈 안된다고 실컷 욕을 먹더니 음원 가격이 올랐고 순위가 높아도 예전의 그 순위가 아닌 때가 왔다. 그래서 탑클래스를 가리기는 참 어렵다. 음반 갖고 보면 누가 최고고, 음원 갖고 보면 누가 최고고, 콘서트 수입 보면 누가 최고고. 빠수니한테는 다 부심인건데 그걸 가지고 또 빠수니들끼리 네 수입에는 거품이 있네 해외에나 통하네 이러면서 싸우는거지. 거기에 뭐 조작도 나오고 부풀리기가 끼얹어지고....행정 배울 때 좋은 정책은 능률적인 정책이 아니라고 배웠다. 최소비용 최대수익, 만이 아닌 효과와 공정과... 뭐 그런 것들을 다 고려해야 한다고. 가수의 클래스를 재는 잣대는 여러가지고 그렇게 재봤자 역사가 그걸 다 알아주진 않는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잘 하면 된다는 거다. 타가수가 잘되고 못되고가 타가수의 문제듯이 동방이 잘되고 못되고는 결국 동방의 문제다.


그래서 내 경우는, 느긋하게 가자는 주의다. 동방은 신인과 다르고 그렇다고 연차 높은 다른 아이돌과는 다르다. 연차 높은 아이돌의 부담감은 다 가지되, 연차 높은 아이돌의 팬덤은 고스란히 다 가지지는 못했다. 억울하게도. 소송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한 번 반전시켜놓은 애들이 뭘 못하겠냐는 생각이다. 한 번 반전된 여론은 엔간해서는 회복되지 않는다. 특히나 동방같은 경우는 더 그렇다. 철저하게 대중 아닌 팬덤 지향형 그룹이었고, 그 팬덤이 워낙에 커서 여론 형성에 대단한 몫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팬덤이 작정하고 여론을 만든 순간 동방신기는, 응, 그랬었다.


워낙에 당한 게 처참해서, 다시는 복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두 명이 나온다는 공지에 반발한 건 세명 팬만이 아니었다. 소위 일막팬이라는 오인지지 팬들도 그랬다. 다섯 명이서 최고였는데 왜 그 기록 못 넘을 거 알면서 나오냐고. 동방신기 이름값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나올거면 다른 이름 쓰라고. 예의 팬덤에서 빵녀개년들 이론이 나온 것도 이 때였다. 에셈 앨범 팔아주면 안된다고 불매운동 얘기까지 나오는 바람에...동방은 그래도 나왔다. 나와서 독기어린 퍼포를 했고, 일본 시장 다시 찾아서 돔투어에 닛산의 꿈을 이뤘고, 여론을 바꿔 놓았고, 5집보다 6집을 더 많이 팔았다. 그대로 멈출 수도 있었던 동방신기의 시간을 움직이게 했다. 애들은 계속 꾸준히 달리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 왔고, 앞만 보고 달린댔다. 뭐 그게 입에 발린 말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애들은 항상 그 말을 해 왔고 그 말을 지켰는데. 진짜로 놔버려도 됐던 시기에 나와서, 혹독한 욕을 먹으면서도 달려나갔던 애들을 봐 왔으니까. 동방신기는 그냥 동방신기로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거 같다. 


7. 오빠들이 잘해서 나는 느긋해졌다. 예전에는 나간 애들이 너무너무 싫어서 친구가 내 앞에서 말만 해도 욕을 그렇게 해댔는데. 지금은 그냥 타그룹이다. 잘 못 나가는 타그룹. 가끔은 추억여행하면서 ㅉㅉㅉ 너네 그럴 때도 있었는데...욕심이 그래서 무서운거야 하고 동정하게 되는. 여전히 싫기는 싫다. 걔들도 싫고, 걔들 팬들도 싫은 사람이 많다. 그리고 걔네 못지 않게 싫은 그룹도, 싫은 팬덤도 존재한다. 다 까고 싶다가도, 그렇게 살기에는 내가 너무 피곤하지 싶다. 싫은 애들이 많다보니 반대로 다 포용하게 됐다.

어차피 동방신기는 윤호랑 창민이다. 그건 명백한 거고. 동방신기 외에 다른 그룹을 좋아하는 건 그냥 겸덕이다. 그게 나간 애들이건 뫄뫄건 솨솨건. 이미 법으로 결판 난 문제다. 둘이 이제 다른 그룹이라고. 걔들은 동방신기였던 과거를 부정하고 나갔고 동방신기가 지내온 10년의 역사는 오롯이 두 사람거다. 물론 과거의 동방신기 속엔 다른 사람들도 있지만, 본인들이 그 추억을 박살내고 부정해버렸는데 어쩌겠는가. 타그룹이긴 나간 애들이고 뫄뫄고 솨솨고 다 마찬가지다. 뫄뫄나 솨솨도 팬덤이나 가수 본인이 우리 애들하고 좀 껄끄러운 연이 있다. 그런 경우에, 나간애들하고 겸덕하는 애들은 배척하고 뫄뫄나 솨솨랑 겸덕하는 애들은 OK라고 하는 것도 나는 좀 잣대가 이상하지 않나 싶다. 나간 애들은 우리오빠들에게 비수 꽂은 애들이니 같이 좋아할수가 없어욧! 일수도 있지만. 글쎄 그건 누가 판단하냐 싶기도 해서. 팬질을 할때 XX만은 반드시 알고 가야 한다, 라고 하는데. 왜 때부터 팬 한 사람은 왜 팬들이 자꾸 미로틱을 얘기하는지 답답할 때도 있다. 반대로 미로틱부터 좋아했던 사람은 그냥 무대만 좋아하려고 하는데 왜 자꾸 소송을 알아야 한다고 하는지 답답할 때도 있다. 생각의 차이다.

그냥 분명한 팩트만 인정하고 가면 된다. 동방신기는 몇 사람이냐는 거. 현재의 동방신기를 아낀다면 동방신기 팬이다. 현재의 동방신기를 부정하면 동방신기 팬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현재의 동방신기를 인정하며, 나간 애들과 겸덕하는 애들까지는 받아들이고 있다. 걔들을 부정할 경우 현재 동방신기를 인정하되 내가 싫어하는 뫄뫄와 솨솨와 봐봐를 겸덕하는 애들까지 부정해야 되는데 그게 너무 피곤하다보니 나온 결과다. 동방 팬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는 꼭 알아야돼, 라는 진입장벽의 높이를 좀 낮출 필요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내 의견이 현재 팬덤 메인스트림인 것은 아니다. 또한 내 의견이 곡해되기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세 명을 싫어하며, 세 명의 자료를 보고 싶지 않고, 세 명의 결정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린 결정은 그냥 내가 그렇다고 해서 동방신기를 좋아하되, 나간 사람들에 대해서도 애정을 버릴 수 없는 팬들의 마음까지 내가 재단하지는 않겠다는 그 뿐이다. 여전히 오인시절이 최고고 동방신기는 다섯사람! 이라고 현 동방신기를 인정할 생각이 없는 올킵페 족, 혹은 같은 그룹이 아닌데 엮어대는 망상족까지 포용하기는 싫다. '윤호와 창민이를 지지하고, 현재의 동방신기를 응원하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팬의 필요조건이다. 그 조건만 갖춘다면 앨범 한 장을 사도, 팬사이트 안 다니고 여초에서만 놀아도, 누구랑 겸덕이어도. 본인이 팬이라면 팬이구나ㅇㅇ 하고 생각해준다. 매우 개인적인 의견이다. 


7. 사실 6번을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말이 길어졌다. 나는 팬덤이 좀 더 유연해졌으면 좋겠다. 동방신기 아닌 애들은 자꾸 동방신기 노래 부르고 동방신기 팬도 지네 팬 했으면 좋겠다고 징징대고 있다. 근데 우리는 팬덤 내에서 자꾸 쟤들은 팬이 아니야, 라고 쳐내고 있으니깐. 동방신기는 동방신기 둘이라고 땅땅 못박아줬고 검색하면 동방신기는 윤호랑 창민이로 나온다. 억지로 묶어가려는 건 세 명이고. 시간이 판단해준 승자는 우리니까 승자다운 여유로 갔으면 좋겠다. 화를 내기보단 웃는 일이 많은 팬덤이었음 좋겠다. 여유 있는 팬덤이 오래 살아남는다. 그리고 강한 팬덤이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팬덤이 강한 거다. 


'아이돌' 자체의 팬덤이 확장을 멈춘 건 오래됐고 오히려 빠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음악, 특히 공연문화 쪽에서 아이돌을 보며 자란 20~3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대한데 성장하며 아이돌을 탈덕하고 뮤지컬이라던가 밴드 쪽으로 다양하게 흩어지고 있어서. 아이돌이 세대교체가 안 되다보니 지겨워져 그렇게 됐다는 것도 한 이유인데(동방이 10년 슈주가 9년 해먹고 있으니), 글쎄 이건 아이돌의 문제라기 보다는 수요층의 문제다. 앨범 100만장 시대에는 에쵸티랑 지오디만큼 유승준과 임창정도 앨범을 팔았다. 아이돌 1세대의 몰락 이후 음반 시장 자체가 죽었다. 당시 신화팬이던 친구는 신화는 에쵸티 시절에도 30만장을 팔고 7집 때도 30만장을 팔았는데 과거에는 그걸로 망했다는 소리 듣다가 지금은 대상까지 받았으니 세상 참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보면 알겠지만, 아이돌의 가장 큰 장점은 충성도 높은 팬덤이 있다는 거다. 남들 다 음반 안 살 때 아이돌 팬덤은 빠수니 소리 들어가면서 꼬박꼬박 앨범 사고 굿즈 사주니 기획사 입장에서는 아이돌을 내놓게 되지 않겠는가. 아이돌이 아무리 나와도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끊길 것이고, 기획사는 밴드 발굴에 더 신경을 쓰게 됐겠지. 여튼 그래서 괜히 빠수니 대물림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다. 팬질하는 수니들 파이는 그대론데, 그걸 계속 쪼개먹는 상황이다. 예전처럼 한 오빠만 주구장창 좋아하는 순정 상코어빠수니들도 많이 줄었다. 탈덕이 죄가 아니듯 겸덕도 죄가 아니기에 본진이 여러개인 사람도 드물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나는 동방의 미래를 낙관한다. 연차 높은 코어 팬들이 많고, 본진은 여러개되 그 한쪽 본진이 동방인 팬들도 많다(동방으로 팬질 시작한 아이돌 수니 파이가 크니 당연한 일이다). 해외 쪽도 충성도 높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이 탄탄하다. 한일 양국을 다니다보니 한쪽에서 오래 활동할 수 없기에, 잃은 것도 많지만 그만큼 공백기도 버텨내는 상코어팬덤을 일궈놨다. 군대 다녀오면 끝이다? 라는 말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멤버가 둘이니까 군대다녀오면 타격이 너무 크다. 라는 얘기는 낯익다. 컴백 전에 과연 둘 갖고 되겠냐는 소리가 온 인터넷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되더라. 동방신기는 항상 무언가를 할 때 최전방에 있었다. 2세대의 시작, 현 아이돌 팬덤문화, 일본시장 진출, 박살났던 그룹의 재시동. 군대보다 더 심한 시련도 겪었던 사람들에게 이제 끝이라고 말하는 건, 그 이유가 신인 아이돌이든 군대든 간에 너무 이른 판단이다. 동방신기는 살아남았고, 살아남을 거다. 강했고, 더 강해질거다. 







두 사람이라는 건 확실히 타격이 크다.
남들은 한 명 빼고 무대를 가질 수 있지만, 두 명은 그게 아니니까. 
한 명이라도 빠지면 안 되니까.
그래서 동방신기는 '빠지지 않는다'라는 선택을 했다.
둘 다 몸이 아플 때도 함께 무대에 서서 SMP가 연달아 몰아치는 격한 무대를 최선을 다해 소화했다.
둘이 그런 사람이기에, 동방신기는 둘이서 할 수 있는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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