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E/TXT

東方神起 / I love you (LIVE TOUR 2014 ~TREE~ Documentary Film)

옥돌비 2014. 8. 9. 01:10

* 윤호, 창민의 멘트는 @iruka0206님이 번역해주셨습니다.






윤호: 노래라고 할까, 무대라고 하는 것은 들려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은 달려가는 동방신기로 시작한다. 무대 위를 뛰어간 동방신기가 맞닥뜨리는 것은 거대한 붉은 물결이다. 장내에 들어찬 그 수많은 팬들 앞에서 동방신기는 노래한다.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격하게 춤을 추고, 땀을 뚝뚝 흘리면서 밴드라이브에 맞춘 발라드를 선보인다. 그리고 다시 걸음, 걸음. 빨간 운동화, 파란 운동화. 짝을 맞춘 발을 비추던 카메라는 다시 무대로, 그리고 대기실로 움직인다. 무대는 색깔이 있다. 푸른 조명 아래서, 시선 아래서 동방신기는 노래한다. 그리고 팬들이 보지 못하는 공간인 대기실을 카메라가 비출 때의 화면은 흑백이다.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노래를 연습하고, 깜빡 졸았다가 나 좀 봐라, 하는 듯 갑작스럽게 깨어난다. 흑백에 붉은톤이 더해지면, 무대이지만 팬들이 보지못하는 리허설 장면이다. 






I love you는 기본적으로 노력의 노래다. (참고: I love you 가사 해석) 닿지 않아도,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기에 언젠가는 전해질 거라 믿으며 진심을 담아 노래한다는. 무대에서 I love you를 부르는 동방신기의 모습이 숙연하다는 생각까지 드는 건, 동방신기의 태도가 그 가사와 다르지 않아서. 그 누구도 동방신기보다 이 노래를 어울리게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 진심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일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힘겨움을 느끼면서도 웃으며 성심성의껏 리허설을 준비하는 모습도 그 진정성을 한층 배가시킨다. 







둘이 무대에서 마주보고 화음을 맞추는 I love you, I love you so..의 후렴부. 화면은 콘서트 오프닝을 위해 몸 전체를 가리는 망토같은 복장을 입은 동방신기를 비춘다. 기도하는 윤호, 긴장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창민, 가슴을 쿵쿵 두드리며 안정하려 노력하는 윤호. 그리고 잠시간 붉게 일렁이는 좌석. 다시 무대위에서 노래하는 동방신기. 절묘하게도 가사는 '말이 아니더라도, 사랑은 분명 그곳에 닿을테니까'의 부분이다. 팬들을 믿고, 팬들과의 교감을 믿고, 더 많은 것을 전하고 싶어 노력하는 그 모습을 비추며 이번엔 창민의 말이 흐른다. 



창민: 화려한 무대에서 라이브를 하는 스타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같이 느낄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소박한 듯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더 이루기 어려운, 그런 소망을 말하는 창민의 목소리 뒤로는, 그 꿈이 이뤄진 모습이 흐른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동방신기는 관중을 휘어잡고, 공연장은 그들의 목소리에, 몸짓에 솔직하게 반응한다. 하나가 된 회장. 그 회장을 달아오르게 하는 동방신기는, 신성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대기실로 화면을 비추면, 관객 앞에 그 모습으로 서기 위해 또 바지런히 준비하는 모습, 스탭들과 의논하고, 본인의 뺨을 때려가며 정신을 차리고, 종종거리는 발걸음으로 늦지 않게 계단을 오르는 모습. 다시 교차하면 물줄기가 뻗쳐나오고, 황홀할 정도로 솟구치는 분수의 물을 맞으며 노래하는 동방신기. 팬들이 팔을 쭉 뻗어 T를 만들고, 동방신기가 선 둥그런 무대가 그 팬들 가까이로 다가와 공중에 떠 있는 모양은 어쩐지 이 투어의 이름인 '트리'를 떠오르게 한다. 동방신기라는 나무가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그 노래가 가지가 되어 잎을 틔우고 꽃을 피워 씨를 뿌리고, 그 씨 하나하나가 나무를 둘러싸고 싹을 틔워 또 붉은 꽃을 피우는. 울창한 숲이 되어가는 풍경.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화면이 바뀐다. 대기실에서 함께 하이파이브를 하는 스태프들, 서로 손을 맞잡는 동방신기,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이면서도 끝까지 무대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창민, 호흡이 가빠 쓰러질 것 같은 윤호에게 옷을 입히는 스탭들, 물을 마시며 숨을 가다듬는 윤호, 다시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윤호, 창민, 동방신기, 팬. 무대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동방신기. 팬. 다시 동방신기. 꼭 맞잡은 손. 울 것 처럼, 웃을 것 처럼 뭐라 말할 수 없는 동방신기의 표정. 그런 둘을 쳐다보는 무대 총감독 샘상. 그 모든 게 동방신기의 뿌리같고, 가지같고. 팬석으로 떨어져내리는 화려한 금빛 테이프는 또 그 뻗어나간 가지에서 흩날리는 꽃가루같고 꽃잎 같아서. 다시 카메라는 동방신기를 비춘다. 손을 꼭 마주잡고, 픽 웃는 둘은 마치 그 자신들이 키워낸 나무를 뿌듯해하는 것만 같아서 어쩐지 같이 웃게 된다. 그 나무가, 오래오래 뿌리내리며 꽃을 피울 거란 막연하고도 근거없는 확신이 들어서일까.







 

윤호: 저는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고, 꿈을 꾸고 있다고 전달하고 싶었어요 
창민: 꿈을 만들어 주신것이 제게는 팬 여러분입니다. 동방신기라는 팀에 들어와, 언제부터인지 좀더 좋은 라이브를하고 싶다는 지금까지 없었던 꿈이 생겼습니다.


마지막. 끝 역시 시작과 마찬가지다. 달려가는 동방신기. 팬들에게로. 거대한 붉은 물결을 향해. 그리고 윤호는 소리친다. 민나, WE ARE? 팬들은 씩씩하게 그 부름에 응답한다. T! 라고.
나무였다. 처음엔 자그마한 새싹으로 시작했을 동방신기란 거대한 나무가, 성장하는 동안 퍼뜨린 씨앗에서 난 새싹-팬들과 호흡하는. 애틋하고, 기특하고, 한없이 자랑스러워지는 그런 동방신기 나무를 본 영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