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일상생활

140808 오랜만의 일기

옥돌비 2014. 8. 8. 23:41




1. 살아있긴 했냐? 라고 누가 비꼬더라도 할 말 없을 만큼 오랜 시간 블로그를 비웠다. 앞으로도 여전히 띄엄띄엄할 예정인데, 사실 빠수니질이고 트위터고 좀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서. 뭐 시덥잖게 돌아다닐 바에는 차라리 다른 데 안 보고 블로그만 집중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내가 나 스스로 그러지 못할 걸 알아서(쑻) 그래도 틈나는대로 블로그는 들여다보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상당히 간만에 리뉴얼을 단행했다.... 는 능력자분이 만든 스킨을 내려받아 갈아끼운것 분이지만^_^;


2. 트위터도 있지만 역시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속풀이하기는 블로그만한 곳이 없다. 트위터 특성상, 140자 안에 짤막하게 하고픈 말을 쓰다보면 사람 성향이 두 가지가 된다. 하나는 공개적으로 할 말을 꾹꾹 눌러 쓰다보니 주어없이 말하는데 능숙해지는 거, 하나는 140자로 다다다 쏘아내다보니 거름망 없이 격하게 말하게 되는거. 트위터를 오래 쓰다보니 내 경우는 양쪽 성향 모두 갖게 된 것 같아 걱정스럽달까. 예전에 비해 아무래도 글쓰기 전 다듬는 시간이 짧아지다보니 언어능력이 퇴화하는 것 같기도 하고(...) 기껏 가다듬어도 일회성으로 날려버리는 말들이 아깝기도 하고. 아예 말 못하고 눌러참았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사리처럼 속에 늘어붙은 말들도 많아서. 혹은 연성도. 트위터의 장점도 있지만 블로그를 아주 버려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었다.


3. 그렇지. 요즘 정말 속상한 일들이 많았다. 아이돌빠질하면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참 사소한 것들이 다 서러워지고는 한다. 부심 없는 빠질은 없다고 하는데, 회사에서 그 부심을 정면으로 건드려 온다거나 그 부심이 되는 성과에 해를 끼친다던가...까놓고 말하자. 동방신기 팬질하면서 워낙에 잘난 오빠들이다보니 부심도 하늘을 찌르는데, 개중에 컬러부심도 있다. 보기만 해도 찌릿찌릿한 레드오션. 오빠만 믿고 가면 아무 문제 없다고 팬들이 말할 만큼 가수가 속썩인 적도, 실망시켜준 적도 없는 팬덤이다보니 항상 그냥 오빠들에게 미안하고 뭐라고 해주고 싶은 게 팬덤이다. 팬덤에서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레드오션이고. 컬러가 정해진 이후로 쭉 빨간색으로 응원해오며 레드=동방신기의 상징색이 됐고, OO오션이란 말을 뿌리내리게 했고, 한류 1세대답게 그걸 해외에까지 퍼뜨렸고. 




뭐 이런 말 하면 동방신기도 처음에 핑클하고 색깔 겹쳤잖아? 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텐데. 이쪽도 기억하고 있다. 해당 건은 사실 정말 들썩들썩 했었는데... 아마 한 3년차까지 계속 얘기 나오면 동방신기가 까이는 그런 떡밥이었다. 초기 동방신기 팬덤 생성기, 팬이 느는 만큼 안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1세대 팬덤 중심으로) 그 때 주요 안티 먹잇감 중 하나기도 했고. 나름 변명은 있었던게 1. 핑클이 2002년부터 개인활동 시작하고 그룹활동이 정체됐었으며 (2005년 디싱 마지막으로 그룹활동 중단. 해체는 아님) 2. 다른 기획사다, 라고. 하도 시끄러운 문제다 보니 가수가 당시 빨간색 써도 문제 없다고 얘기한 것도 있었고. 뭐 그런 진통이 이쪽도 없었던 건 아닌데, 여하튼 그때 이쪽 핵심의 핵심은 그거였다. 기획사가 다르고,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겹칠 일이 없다는 류. 동방만이 아니라 다른 돌들도 비슷하게 색깔 논쟁에 휘말린 경우가 꽤 있었고, 시간이 지나며 '현역이냐 아니냐' 기준을 놓고 판단하며 서서히 색깔 논쟁은 종결됐던 것 같다. 

그 이후 쭉 레드오션으로 동방신기를 응원해왔다. 해외 활동으로 간만에 봤을 때도, 타팬들 앞에서 우리 안죽었다 오빠들 위엄 살려주자고 으쌰으쌰 할때도. 일본 팬클럽하고 다소 마찰이 심할 때도 그나마 유대감을 만들어준게 빨간색이었고. 그리고 그 레드오션이 더욱 각별해진 것은 둘이 돌아왔을 때. 아직 동방신기라는 이름도 둘이 쓸 수 있을지 결정되지 않아 유노윤호, 최강창민이란 이름으로 참여했던 10년도 에셈타운 콘서트에서, 일순간에 관객석이 새빨갛게 물들고 그 가운데서 동동 떠오른 빨간 풍선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였다. 돌아와줘서 고마워요. 우리, 여기 있어요. 어디 가지 않았어요. 계속 여기 있을게요. 쭉 그 색깔과 함께 해온 동방신기와 카아여서, 그 새빨간 색깔이 모든 이야기를 다 하고 있었다. 한국도 그랬고, 일본도. 예전에 그렇게 빨간색에 집착하지 않았던 비기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레드오션을 통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항상 곁에 있을게요. 힘이 되어줄게요. 

그 전까지만 해도 비기들에게 빨간색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굿즈도 꼭 빨간색으로 나오는 건 아니었고, 빨간 야광봉을 들긴 했지만 비기 타월 등은 녹색으로 나오기도 했고. 일본답게 어느 정도 내가 한 만큼 받는다는 소비자 의식도 투철해서 순정 쩌는 한국팬들이 보기엔 이기적일 때도 있었고. 둘이 된 후에는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의 순정에 감탄하게 다들 빨간색으로 무장하고 국경을 넘어 팬덤의 일체감을 느낄 만큼 팬덤이 코어하게 되어 있었다. '동방신기 기를 살려주고 싶다고' 빨간색으로 무장하고 가는, 지극히 한국스러운 풍경들이 일본에서 낯설지 않은 것이 됐고. 한류가수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한류팬덤하고는 확실하게 구분되는 모습을 보여줬달까. 원래도 현지화 때문에 그런 팬들과 구분이 되기는 했지만, 한류붐 후 라이트팬 위치의 한류팬덤이 커졌고 그쪽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다분했지만서도 비기들 다수는 동방신기의 '코어팬'에 충실히 머무르며 자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말하자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게 레드오션이 가지는 무게다. 당장 2011년 에이네이션, 동방신기가 화려하게 일본에 복귀해 에이벡스에서도 탄탄한 자리를 점하게 된 그 사건때도 레드오션이 공헌했고. 2012년 드콘, 에셈타운콘서트 등 합동콘에서도 새빨갛게 자리를 채우며 국내팬은 떨어진 거 아니냐는 안티들의 악담을 화려하게 반박해주었고. 동방신기는 자신들이 세운 위업의 공을 언제나 집처럼 기다려준 카아들에게 돌렸고, 그 카아들이 자리를 지킨 '집'은 붉은색, 레드오션이었다. 

팬도 가수도 아는 그 중요성을 아이돌 장사만 20년 가까이 해먹은 SM이 모를리가 없다. 그래서 슬금슬금 간보듯 빨간색을 후배들에게 주는 게 더 불쾌한 거고. 팬덤쪽에서는 타 기획사에도 항의해 이미 빨간색 공식색 설정을 막은 전례가 있고, 슴도 이걸 모르진 않을텐데 팬들이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강행하는 이유가 짐작가는데가 있어 더 마땅찮다. 슴에서 키워낸 동방신기가 가지는 어떤 위엄, 위광. 이걸 자꾸만 후배들에게 덧입히려고 하는데, 해당 이미지는 동방신기가 연차를 먹는동안 내내 쌓아온 거다. 무리하게 기믹을 나눠주려 해봤자 해당 가수에게도 몸에 안 맞는 옷을 입히는 셈인데. 덧붙여 동방신기는 현역이다. 여전히 데뷔년도가 최대 10, 11년차까지 나는 타돌들과 동일선에서 경쟁하고 있는. 현장에서 마주칠 기회가 무수히 많을텐데 굳이 레드 색을 후배들에게 주려는 의도는 뭘까? 마이너스 화제 모으기? 혹은, 마이너스한 비교질 주기? 아니면, 오래된 팬덤에게 스트레스 주기? 새 팬덤의 코어화 기회? 어느쪽이든 간에, 머리가 있다면 안 하길 바란다. 내 가수는 앞으로 몇 십년이고 더 해먹겠다고 말했고, 그런 가수들에게 이제는 집이 된 상징 컬러 레드 오션을 빼앗기는 경험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주고, 또 주고, 더 많이 주고 싶기만 한 내 가수 동방신기다. 또 그렇게, 더 줄것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팬이 카아다. 그런 팬들에게 내 오빠들에게 줄 걸 후배들이 가져가는 꼴을 눈뜨고 얌전히 감상하는 꼴을 기대한다면 슴이 미친거지. 



4. 술을 마시고 쓰고 있기 때문에 문장의 논리성 등등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주길. 나는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어. 도대체가 카르텔ㅋ 하나를 제대로 못만들어서 갈라진지 오년 넘은 새끼들 화제에 동방신기 이름 거론되는 꼴을 만드는 회사는 왜 동방신기에게 해 주는 것도 없으면서 뭐 가져갈 궁리나 해대죠? 오늘 술자리에서 안주가격 덜 나오게 만들어준 일등 공신은 에셈이었다. 동방신기 욕먹는건 멍하니 손놓고 무능하게 방치하면서, 색깔부터 시작해 그 웃기지도 않은 카톡 홍보질까지 동방신기 소환질은 어찌나 주구장창 해대시던지. 모 그룹 소송때부터 왜 암만 경험차가 있어도 그렇지 우리땐 그리 손놓고 있었냐고, 아니 그 당시도 아니고 지금까지 왜 이리 손놓고 있냐고. 피눈물을 쏟았던 빠수니들 속은 새 살 오를 겨를도 없이 또 긁히고 찢기고 아프고. 진지하게 그런 얘기를 했다. 다른 그룹들은 김영민이나 이수만 지갑 주웠나봐, 동방신기는 못 줍고. / 오빠들 앞만 보지 말고 바닥도 보고 다니지ㅠㅠ 그래서 지갑 주워서 케어좀 해달라고 경영진 협박이라도 하지ㅠㅠ / 지갑 누구누구 주운거 같애? 일단 신인들 주웠을 듯 / 신인들 받고 여돌들도 주운 듯. 신인들은 김영민꺼도 줍고 이수만꺼도 주웠을지도 모름. 케어가 남다르심. 


5. 사소한 것에 꽁해지는 것도 빠수니지만,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치유받는 것도 빠수니다. 캐치미 드래곤볼(2012년 발매한 캐치미 레드/블랙/스페셜 음반 3종, 2013년 발매한 캐치미 프로덕션 노트, 올해 발매한 포토북/라이브앨범/딥디 총 7개를 가리켜 드래곤볼이라 부른다) 완성해주는거랑 이름마저 거룩한 띠아모 발매해준 것은 지극히 칭찬받을 일이다. 그래서 술 마시면서 그건 또 찬양질을 했다. 종이질 봐라, 제본을 봐라, 사진 퀄을 봐라. 프로덕션 노트 편집 꼼꼼한 거 봐라, 라이브앨범 재녹음버전이라 생각하면 가격 짱 저렴한듯 스튜디오버전까지 들어가서 좋았음 하고 구석구석 핥는 시간을 좀 오래 가진 것 같다. 그런 빠수니들이다. 좋은거는 좋다고 마냥 해맑은 빠수니들이니까, 싫은 것만 좀 그만해줬으면 좋겠다. 그냥 싫은 것도 아니고, 부러 너 좀 아파보라는 듯 속을 긁는 그런 싫은 짓. 


6. 중요하니까 두 번 말해야지. 띠아모는 사랑이다.